힐러리.매케인, "말보다는 행동" 공세
(서울=연합뉴스) 올 11월 미국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민주당 경선레이스에서 연승 행진을 거듭하고 있는 버락 오바마(일리노이) 상원의원이 뛰어난 연설로 '표심'을 사로잡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 인터넷판이 26일 보도했다.
올 대선에 도전하는 후보들이 인터넷을 통한 선거자금 모금, 세련되고 세밀한 유권자층 공략 등 '신무기'로 무장하고 있는 가운데 오바마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가장 오래된 정치 무기'인 연설이라는 것.
신문은 오바마 지지자들이 대선일 오바마가 얻을 총득표 수 만큼이나 대선일 밤 그가 행할 연설을 고대하고 있을 정도라고 전했다.
오바마의 연설은 자신이 왜 대권에 도전했는지, 유권자가 왜 힐러리 클린턴에게 고착돼서는 안되는지를 역설하고 변화를 강조한다는 점에서 대강의 얼개는 대동소이하지만 그때그때 상황에 맞게 변화한다는 점이 강점이다.
피츠버그대학의 정치커뮤니케이션 교수인 제럴드 슈스터는 "이는 청중을 감지하는 데서 나오는 것"이라며 "오바마는 연단에 올라 즉흥적인 연설을 많이 하며 청중을 훑어보고는 그 상황에 적응하는 능력을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
오바마는 대학 재학시절 반(反) 인종분리정책 시위에서 대중연설을 하기 전까지는 자신이 연설을 통해 청중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능력을 갖고 있음을 깨닫지 못했다고 말한다.
오바마는 지난 1995년 펴낸 자서전 '아버지로부터의 꿈'(Dreams From My Father)에서 당시 상황을 "군중은 아주 조용히 나를 쳐다봤다. 누군가 손뼉을 치기 시작했고 누군가 '계속해! 버락'하고 외쳤다. 다른 이들이 같이 손뼉 치고 환호할 때 그제서야 그들과 소통하고 있음을 느꼈다"고 술회했다.
정치인으로서 오바마가 주요 이슈에 대해 연설을 할 기회를 잡은 것은 2002년 이라크침공 반대 시위에서 마이크를 잡았을 때라고 WP는 소개했다.
당시 시위를 조직했던 시카고 소재 홍보전문가 매릴린 카츠는 "오바마의 연설을 들어본 적이 없던 사람들이 '대체 저 친구 누구야?'라고 수군거리기 시작했다"고 회상했다.
신문은 오바마가 2004년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기조연설을 통해 뛰어난 연설가로 인정받기 시작했다면서 그는 작년 초 대권 도전을 선언한 뒤 1년 넘도록 하루에도 몇 차례씩 원고 없는 45분짜리 즉흥 연설로 선거운동을 해왔다고 소개했다.
한편 오바바의 '현란한 말솜씨'에 대해 민주당 경쟁자인 힐러리는 물론이고 공화당 존 매케인 후보도 "말보다는 행동이 중요하다", "빈 수레가 요란하다"고 공격하고 있다.
이에 대해 오바마의 뛰어난 연설 능력을 옹호하는 이들은 정치라는 게 말로써 대중을 설득하는 것이라고 반박한다.
피츠버그대학의 슈스터 교수도 WP와 인터뷰에서 "오바마가 대중을 상대로 자신이 대통령이 될 수 있음을 확신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웅변술"이라며 "연설 이외에 어떤 기회가 그에게 주어졌느냐"고 반문, 오바마의 뛰어난 연설을 옹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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