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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영향력 저지-大세르비아주의 견제 카드



(프리슈티나=연합뉴스) 권혁창 특파원 = 코소보가 세르비아로부터 일방적인 독립을 선언할 수 있었던 것은 미국이 주도하는 서방 세계의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러시아의 끈질긴 반대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 유럽연합(EU)의 핵심 회원국들은 일제히 코소보의 독립에 손을 들어주었던 것이다.

서방은 왜 하필 무슬림인 알바니아계 코소보에 독립을 선사했을까. 또 러시아는 왜 코소보 독립을 극구 반대하고 있을까.

이 물음은 코소보가 위치한 발칸반도가 오랜 역사 속에서 강대국들의 이해 관계가 충돌해온 지역이라는 지정학적 성격에서 찾을 수 있다.

발칸반도는 중세 이후 1천 년 가까이 크게는 서유럽의 동진, 러시아의 남하, 오스만 터키의 유럽 정벌이 충돌하는 지역이었다.

또 수백 년 동안에 걸친 오스만 터키의 동유럽 지배를 전후해서 이 지역은 합스부르크, 세르비아, 불가리아, 그리스, 러시아 등이 끊임없이 부침하는 주변 강대국들의 격전장이기도 했다.

가까운 예로 20세기 초 발생한 제1.2차 발칸전쟁은 현재 마케도니아와 그리스 북부, 불가리아 서부, 알바니아 동부 지역을 포괄하는 옛 마케도니아 영토를 차지하기 위한 국제적 패권 다툼이었다.

비동맹 외교를 주창했던 티토가 사망하고 옛 유고 연방이 분열된 이후 지금에 이르기까지 발칸반도는 미국과 유럽연합(EU)을 위시한 서방과 이 지역에 영향력을 회복하려는 러시아가 주도권 싸움을 벌여왔다.

발칸반도에서 서방이 영향력을 유지시켜온 가장 큰 전략은 이 지역에 특정 국가의 세력 확장을 저지하는 일이었다는 게 역사학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들은 티토 사후 유고 연방의 붕괴도 각 지역에서 민족주의가 발호했기 때문이지만 이 역시 서방을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가 연방 붕괴를 원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보고 있다.

1989년 공산주의 붕괴 이후 슬로베니아, 크로아티아,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등이 잇따라 독립을 선언하고 세르비아가 이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일어났던 보스니아 내전이나 코소보의 독립 투쟁을 세르비아가 억누르려던 코소보 내전에서도 서방의 이 같은 의도는 명확하게 드러났다.

전쟁을 종결시키는 과정에서 미국과 EU가 취했던 태도는 모든 전쟁의 책임을 세르비아로 돌리는 쪽으로 이뤄졌는데, 이는 발칸반도의 맹주 역할을 해온 세르비아가 대(大) 세르비아주의를 내걸었고 서방은 그 위험성을 인식했기 때문이었다.

특히 발칸반도에서 전통적으로 친(親) 러시아 성향이 강한 세르비아의 세력 확장은 미국과 EU로서는 저지해야 할 첫 번째 타깃일 수 밖에 없다.

미국이 이슬람교도로 이뤄진 코소보를 세르비아로부터 독립시키는데 적극적인 태도를 보인 데는 이 같은 국제정치의 메커니즘이 자리 잡고 있다.

이는 같은 알바니아계 주민이 전체 인구의 20%를 차지하는 이웃 마케도니아의 경우와 뚜렷이 대비된다.

2001년 발생한 마케도니아 내전에서 미국은 알바니아계 반군을 철저히 외면하고 마케도니아 정부를 지원했다. 코소보와 유사한 상황이었지만 서방 측에 마케도니아는 발칸 반도의 세력 판도를 장악할 위협적인 국가가 아니었던 것이다.

또 마케도니아에 거주하는 알바니아인들마저 자치권을 확보하거나 독립할 경우 이 지역에 대 알바니아 주의가 발호할 가능성이 매우 높았던 것도 서방 측이 마케도니아에서 전혀 다른 태도를 보이게 된 배경이 되고 있다.

따라서 서방 측은 향후 코소보의 독립으로 현재 알바니아와 코소보, 마케도니아 서북부 지역에 거주하는 알바니아인들이 대 알바니아주의를 실현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면 이에 대해서도 가차없는 억제 정책을 구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러시아가 코소보 독립에 반대하는 세르비아의 입장을 끈질기게 고수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러시아는 2007년 초까지만 해도 결국 마지못해서라도 코소보 독립의 불가피성을 인정하고 유엔 안보리에서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이는 그루지야의 압하지야와 남오세티아, 몰도바의 틀란스드니에스트르 등의 분리 운동을 암암리에 지원해온 러시아가 결국 코소보 독립 추진을 이들 지역의 분리 독립 인정과 연계시킬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었다.

그러나 러시아는 지난해 6월 G8 정상회의에서 코소보 독립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겠다는 의지를 대내외에 천명하는 등 예상보다 훨씬 고집스럽게 코소보 분리 반대 입장을 강화했다.

외교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발칸반도를 비롯한 중동 유럽 지역에서 공산주의 붕괴 이후 잃어버린 영향력을 세르비아를 통해 부활시키려 한다고 분석한다.

그루지야나 몰도바에서 자치공화국들의 분리주의를 지원하는 일보다 발칸 지역에서 러시아의 외교적 위상을 제고하는 것이 더욱 중요한 문제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러시아는 코소보를 주권국으로 인정하지 않겠지만, 언젠가는 코소보의 선례를 내세워 옛 소련 지역 자치공화국들의 분리 지원에 명분을 얻을 수도 있다.

fait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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