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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살자 2천95명, 실종자 1천102명, 도합 3천197명.


91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전 칠레 대통령이 1973-1990년
집권기간 남겨 놓은 '신용불량자 대출 잔액'이다. 멕시코 일간 레포르마는 피노체

트가 갚지 않고 남긴 빚이 이렇게 많다고 지적했다.


피노체트는 수차례 기소와 가택연금에다 면책특권을 박탈당했음에도 결국은 재
판정에 서지 않은 채 숨을 거뒀다. 하지만 냉전시기 '공포정치의 대명사'로 불렸던
피노체트에 대한 단죄는 계속돼야 한다는 목소리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집단학살, 고문, 납치살해 등 혐의를 받는 피노체트는 역설적이게도 '세계 인권
의 날' 세상을 떠났다. 이를 두고 레포르마는 그의 죽음 뒤로 여전히 짙게 드리우는
'인권유린 범죄 단죄'의 의미를 새삼 떠올리게 한다고 논평했다.


◇ '준엄한 단죄'는 계속된다 = 생전에 '치매 면죄부'로 재판정을 피했던 피노
체트는 종국에는 지하묘지에서 재판대에 서게 됐다는 지적이다. 이른바 '사후 처벌'
은 17년간이나 대통령을 지낸 피노체트의 국장(國葬)이 단호히 거부된 일로 대표된
다.


미첼 바첼레트 칠레 대통령은 국론단합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전직 대통령에 대
한 국장거부 결정을 거듭 옹호했다. 벨리사리오 벨라스코 내무장관은 압제적 독재

자 이자 부정축재자 피노체트에겐 마땅한 조치라고 말했다. 칠레 정부는 피노체트를

1973년 쿠데타 감행 19일 전 직책인 군총사령관으로서만 예우, 군장(軍葬)만

허용했다.


피노체트 17년 집권 체제를 합법 정부로 승인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사법당국은 피노체트의 인권유린 사건 사법처리는 실패했지만 그의 부인과 아들
들이 함께 연루된 2천700만 달러 해외은행 비밀계좌 사건 재판은 피노체트 사망과
무관하게 계속 진행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피노체트 쿠데타로 축출된 살바도르 아옌데 대통령의 딸 이사벨 아옌데 의원은
이날 체류 중인 마드리드에서 기자들에게 피노체트 은닉재산은 국고로 환수돼 희생
자 가족들에게 보상비로 지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98년 피노체트 국제체포영장을 발부했던 스페인의 '깨끗한 손' 발타사르
가르손 판사는 "피노체트 관련 많은 소송들이 여전히 계류 중이고 계속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먼저 죽음으로써 처벌을 회피하면 좌절감은 커질 것이고 이를 방지
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이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피노체트 별세 직후 벌어진 일련의 시위 사태는 피노체트 독재정치
유산이 향후 상당 기간 지속될 것임을 보여준다. 산티아고에선 '열광의 춤판'이 이
날 새벽까지 이어졌다. 피노체트 지지-반대자 중 일부는 폭도에 가까운 시위를 벌이
면서 99명이 연행됐고 경찰관 43명을 포함해 수십 명이 부상했다.


또한 피노체트 정권 희생자 가족들이 11∼12일 가두시위를 벌일 것을 요구하며
격앙된 감정을 표출한 가운데 피노체트 시신이 안치된 사관학교엔 지지자들의 발길
이 이어지고 있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 국제사회 싸늘한 반응 = 국제사회와 세계 언론은 피노체트가 "자연사로 처벌
을 회피했다"며 유감을 표시했다.


세계의 주요 언론매체들은 피노체트의 자유시장주의 경제개혁 성과가 그의 집권
기간 무자비하게 자행된 인권유린 행각에 결코 비할 바가 못된다고 논평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피노체트 정권의 잔혹상은 괄목할 경제발전에 의해서조차
정당화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중도우파 성향 스페인 유력일간 '엘 문도'가 피노
체트를 '잔혹한 통치자'로 묘사하는 등 대부분 유럽 신문들도 유사한 논조로 과거
피노체트 압제를 비난했다. 미국 일간 유에스에이 투데이는 피노체트와 이라크 독재
자 사담 후세인 간 유사성을 강조했다.


아르헨티나 일간 클라린은 피노체트를 '공포정치의 상징'으로 묘사했고 '파히나
12'는 "피노체트여, 지옥에나 가라"고 맹비난했다.


프랑스 정부는 피노체트 사망에도 불구하고 그의 독재체제에 참여한 관리들에
대한 수사가 계속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요나스 가르 스퇴레 노르웨이 외무장관도
피노체트가 처벌되지 않고 사망한 데 유감을 표명했다.


칠레와 이웃한 중남미 국가들도 피노체트 사망에 대한 애도는 고사하고 거의 '
만장일치'로 피노체트가 사법처리되지 못했다는 점을 부각했다.


더욱이 호세 비센테 랑헬 베네수엘라 부통령은 "피노체트는 그 자신의 죽음으로
이젠 영원히 무사하게 됐음을 보증하게 됐다"고 비아냥거렸고, 쿠바 일간 그란마는
"전 칠레 독재자 피노체트가 죽었다"는 한 줄의 표현만으로 극단적인 냉소를 보였다.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김영섭 특파원
kimy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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