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한화갑(韓和甲) 대표는 11일 달갑지 않은 소식을 전달받았다.
200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과정에서 기업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
(구 정치자금법 위반)로 불구속 기소된 자신에 대한 대법원의 상고심 선고공판이 오
는 22일 열리게 됐다는 전갈이었다.
한 대표는 올해 2월 항소심에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기 때문에
이 형이 그대로 확정되면 공직 선거법과 국회법에 따라 의원직을 잃게 된다.
그는 애초 대법원 재판이 올해를 넘길 것으로 예상하고, 다소 마음에 여유를 가
지고 있었으나 갑작스럽게 선고기일이 잡히자 당혹스럽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
려졌다.
핵심 측근은 "법원으로부터 별도로 재판날짜를 통보받은 바도 없고, 주위의 연
락을 받고 대법원 홈페이지에서 선고기일을 확인했다"며 "한 대표가 별말을 하지는
않았으나 상당히 당혹스러워 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상열(李相烈) 대변인도 구두논평을 통해 "서둘러 선고기일이 잡혀 뜻밖이고,
정계개편을 앞두고 민주당의 역할이 대단히 중요하게 부각되는 상황이라 더욱 의아
스럽다"며 "선고결과를 예의주시하겠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옛 민주당 분당 이후 2004년 4.15 총선 때 불어닥친 `탄핵풍'으로 소
속 의원들이 대거 낙선하면서 원내 4당의 위기에 처했을 때도 열린우리당과의 흡수
통합 여론에 굴하지 않고 `민주당 지킴이'를 자임해 호남을 기반으로 재.보궐선거,
지방선거에서 연전연승을 거두며 당내에서 탄탄한 입지를 굳혀왔다.
그러나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될 경우 그의 입지는 위태로워질 가능성이 크다.
원외로서의 정치활동에는 한계가 있을 뿐 아니라, 피선거권 박탈로 내년 2월 치러질
예정인 전당대회 출마도 어려워 지면서 대표직도 내놓아야 할 상황이 올 수도 있다.
특히 민주당 `독자생존론'을 무기로 정계개편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겠다는 그의 계
획은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벌써부터 민주당내에서는 당 진로와 관련해 친(親) 고건파의 득세 가능성과, 한
대표의 당 장악력 약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심지어 조기 전당대회 개최설 마저 제
기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한 대표의 한 측근은 "대법원에서 파기환송될 가능성이 있으며 재판결과
를 예단할 수 없다"며 "바닥 당심이 한 대표를 지지하고 있고, 독자생존론도 강하게
제기되고 있어 섣불리 현역의원들이 움직일 수 없을 것으로 본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이어 "2000년 대선경선 불법자금과 관련,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열린우
리당 김근태(金槿泰) 의장, 정동영(鄭東泳) 전 의장도 자유로울 수 없는데 정치적으
로 한 대표만 기소한 것은 천하가 아는 사실"이라며 "22일 재판은 그동안 한 대표에
게 채운 족쇄를 노 대통령에게도 채우는 날"이라고 주장했다.
(서울=연합뉴스) 정윤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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