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이기형기자] 고도의 과학적 지식이 집약되는 신약개발 과정에서도 '우연한 행운'이 발생한다. A라는 치료제를 만드는 과정에서 B라는 질병에 약효를 보이는 경우다. 이는 그만큼 신약개발이 어렵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신약개발과정에서 뜻하지 않은 약의 효능을 발견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세런디피티(Serendipity)'라고 일컫는다. 우연한 행운, 횡재라는 뜻이다. 잘 알려진 발기부전치료제 '비아그라'가 그 예다. 비아그라는 원래 협심증 치료제로 개발되었으나 발기부전에 약효가 있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대박 신약으로 이름을 날렸다.
바르는 탈모치료제인 '미녹시딜'도 마찬가지다. 미녹시딜은 당초 고혈압 치료제로 개발됐는데 이 약을 먹은 환자중 70%가 머리와 팔 다리에 털이 나면서 탈모치료제로 바뀌었다. MSD의 '프로페시아'도 전립선 비대증 치료제로 개발되다 탈모치료제로 사용되고 있다.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의 '제픽스'도 세런디피티의 예로 자주 거론된다. 제픽스는 본래 에이즈 치료제였으나 간염바이러스 퇴치에 우수한 효과가 알려지면서 간염치료제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제픽스는 뉴클레오사이드 유도체로서 원래 에이즈를 유발하는 후천성 면역결핍 바이러스를 선택적으로 저해하기 때문에 에이즈 치료제로서 개발됐다.
이 후 이 약이 B형 간염 바이러스에 유효하다는 것이 확인돼 1992년부터 B형 간염환자에 대한 임상시험에 들어갔다. 6년간의 임상을 거쳐 세계최초 경구용 B형 간염치료제로서 미 식품의약국(FDA)의 허가를 받았고 1998년 8월부터 세계 여러나라에서 B형 치료제로 발매되기 시작하였다. 우리나라에는 1999년 6월에 출시됐다.
우울증 치료제로 개발하던 신약이 비만치료제로 바뀐 경우도 있다. 애보트의 비만치료제 '리덕틸'이 그런 경우다.
신약개발은 확률의 게임이다. 효능보다도 부작용때문에 더 어려운 게 신약개발 과정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 부작용, 정확히 말하면 사이드 이팩트(side effect)가 우연한 행운을 가져다 주기도 하는 것이다. 물론 그 전제는 수많은 도전과 실패를 거치면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연구자의 집념이다.
이기형기자 el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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