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손주은메가스터디 대표이사]갈등과 위기의 순간을 얼마나 슬기롭게 넘기느냐에 기업의 운명이 달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본금 3억원, 직원 5명으로 시작해 회사 설립 6년 만에 시가총액 1조원이 넘는 기업으로 성장한 {메가스터디}에도 위기와 좌절의 순간은 여러 차례 찾아왔다.
내가 기억하는 첫 번째 위기는 지난 2001년 '에듀테인먼트(Edutainment)'에 관한 내부 논쟁이 벌어지면서 찾아왔다. 그 해 동영상 강의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메가스터디 내부에서는 교육 서비스에 흥미, 오락의 요소를 결합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대두됐다.
당시 온라인 교육이라는 새로운 틀을 통해서 에듀테인먼트를 구현해 보고자 하는 이들이 많았고, 우리 내부에서도 그 같은 흐름에 주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져가고 있었던 것. 인터넷의 특성상 15분 이상의 동영상 강의는 학습의 흥미를 급감시키므로 30분 이내의 짧은 강의를 제작하고 대신 엔터테인먼트적인 요소를 가미해야 한다는 주장이 대세였다.
하지만, 당시 나를 포함한 소수 몇몇의 생각은 달랐다. 공부는 공부의 과정에서 얻는 자기 감동과 성취이어야지 놀이의 과정이 더해진다 해서 감동과 성취에 도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세련돼 보일 수 있는 에듀테인먼트가 오히려 교육의 효과를 반감시킬 수도 있다는 주장이었다.
논쟁이 더 계속되면 조직내부의 갈등도 깊어질 상황이었다. 여러 차례 격한 논쟁이 오간 끝에 우리 조직은 오프라인에서 진행되는 강의를 그대로 녹화해서 서비스하기로 결론을 내렸다. 다른 회사들은 펀(FUN)의 요소를 결합해 새로운 교육의 이미지를 만들고 선전할 때, 메가스터디는 몇 시간씩 진행되는 오프라인 현장강의를 오락적 요소 없이 그대로 인터넷에 올려 서비스했다.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무지로, 혹은 무모한 용기로 보였을 것이다.
그러나 결과는 우리의 결정이 옳았음을 증명해 주었다. 우리의 방식이 학습자의 니즈와 정확히 맞아 떨어져 메가스터디 강의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폭발적인 매출신장이라는 결과를 얻었다. 그리고 2007년 오늘, '메가스터디식 인터넷 강의'는 인터넷 강의의 표준처럼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
두 번째 위기의 순간은 2004년 4월 EBS 무료 인터넷 강의의 출범과 함께 찾아왔다. 사교육비 절감이라는 사회적 명분과 지지를 등에 업은 EBS의 무료 강의는 메가스터디의 존립 기반 자체를 허무는 핵폭탄처럼 들렸다. 이제 인터넷 교육기업은 문 닫을 준비만 남았다는 자조가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하지만 당시 메가스터디의 임원진과 핵심 강사들은 이런 상황일수록 최고 품질의 콘텐츠를 만드는 데 모든 에너지를 투입해야 한다는 원칙을 두 번 세 번 다시 확인했다. 당시 상황에 대한 우리의 유일한 대응전략이었다. 콘텐츠의 질을 차별화하고, 강사들에게는 전용 연구실을 제공했으며, 적중력 높은 수능문항 개발작업을 과감하게 단행했다.
6개월 뒤, 다윗과 골리앗의 대결처럼 무모해 보였던 이 싸움의 결과는 우리의 대응이 옳았음을 입증해 주었다. 수험생들은 콘텐츠의 품질을 보고 메가스터디의 강의를 다시 선택해 주었다. 주춤하던 매출이 그 해 4/4분기에 접어들면서 전년 수준을 훌쩍 넘어섰고, 2~3위 업체와의 격차도 더욱 벌어져 메가스터디의 시장점유율은 더 높아졌다. 그리고 그 해 연말 메가스터디는 코스닥에도 상장할 수 있었다.
경험을 통해 얻는 교훈은 값지다. 특히 위기의 순간, 고통의 상황을 경험하고 극복하면서 얻는 지혜야말로 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것이다. 돌아보니 어려울 때일수록 기본적인 원칙에 충실하려 애쓴 것이 가장 좋은 전략이었다. 더 큰 도약을 위해, 지속 가능한 성장의 동력을 만들어야 가야 할 이 시기에 다시 과거의 경험들을 애써 되짚어 보는 것은, 그 속에 우리가 잊어서는 안 될 원천 에너지가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손주은메가스터디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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