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평창(강원)=최종일기자][신입사원, CEO, 임직원 등 9000여명 참가]
강원도 평창이 삼성인들로 물결을 이뤘다. 풋풋한 신입사원들의 함성과 웃음, 목이 터져라 지르는 환호에 평창은 밤늦게까지 쉬 잠들지 못했다.
7일 강원도 평창 보광 휘닉스파크에서 삼성그룹 최대 행사인 하계 수련대회가 화려한 막을 올렸다. 8일까지 양일간 열리는 이 행사는 1987년 시작돼 올해로 21회째를 맞이했다.
인재제일 경영을 강조해온 삼성은 모든 계열사 신입사원들이 '삼성인'으로서 일체감을 다지고 화합을 도모하는 이 행사에 매년 각별한 관심을 쏟아왔다.
올해 행사는 긴 준비 기간으로 계열사에 부담을 준다는 지적과 삼성전자 등 주력 계열사들의 실적이 악화됐다는 점이 반영돼 기존 3일에서 2일로 일정이 다소 축소됐다.
하지만 참석 인원이나 행사 내용은 지난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올해는 7000여명의 신입사원들과 각 계열사 최고경영자(CEO)과 임직원, 해외법인 직원 등 총 9000여명이 자리를 함께 했다.
◇삼성맨으로 거듭나는 자리
이날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오후 6시에 열린 팀별 장기자랑 시간이었다. "삼성은 제게 친구이자 가족입니다. 여러분을 환영합니다"란 한 선배 사원의 인사에 새내기 사원들은 그간 갈고 닦은 장기자랑으로 화답했다.
빼어난 가창력으로 '난 괜찮아'를 열창하는 동료에게는 박수갈채가, 간드러진 목소리로 트로트를 부른 동기에는 환호가 이어졌다. 경쾌한 음악에 맞춰 군무가 선보일 때면 웃음과 함성이 교차해 고요한 시골마을이 들썩거렸다. 형형색색의 조명이 비추는 공연장에서 선후배는 하나가 됐다. 공연장에 걸린 '프라이드 인 삼성(Pride in SAMSUNG)'이란 큼지막한 문구는 각자의 가슴 속에 아로새겨졌다. 가끔씩 흩날리던 빗줄기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지난해 하반기에 입사했다는 한 사원은 "동기들끼리 함께 할 수 있고 또 삼성인으로 하나될 수 있는 자리여서 무척 즐거웠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의 목은 잔뜩 쉬어 있었다.
이날 공식 행사는 11시를 넘겨 막을 내렸다. 하지만 새내기 사원들은 2시가 훌쩍 넘긴 시각에도 숙소 앞 주차장에 옹기종기 둘러 앉아 축제의 첫날을 만끽했다. "위 아 더 원, 위 아 더 베스트!" 어느 하나가 구호를 선창하면 누구랄 것도 없이 함께 소리 질렀다.
앞서 이날 오후 4시 신입사원들은 팀별로 출정식을 가졌다. 응원단장과 치어리더들의 율동을 따라하며 이들은 혼연일치됐다. "C팀 파이팅!"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함성 속에서 새내기들은 팀별 장기자랑에서의 결의를 다졌다.
◇철통경호로 외부인 차단.. '과연 삼성!'
이날 전국 각지에서 출발한 신입사원은 버스편으로 평창에 도착해다. 오후 늦게까지 이어진 버스 행렬에 스키장 앞 주차장은 한겨울 성수기 때처럼 전세 버스와 삼성계열사 버스로 가득 찼다.
휘닉스파크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200대 가량의 버스가 들어온 것 같다"면서 "올해는 그보다는 조금 줄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인원들은 보광휘닉스파크 내 호텔, 유스호스텔, 빌라, 콘도뿐만 아니라 인근 한화리조트 객실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보광휘닉스파크와 한화리조트 객실수는 각각 973개와 440개다.
삼성은 행사 기간 중 유발될 소음에 대비해 휘닉스파크 인근 상인과 주민들에게 미리 "양해를 부탁드린다"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했다. 또 에스원에서 분사한 보안업체 에스텍시스템 직원들을 동원, 외부 차량 및 인원을 통제시켰다. 이들은 이날밤 장기자랑 행사가 열린 야외 공연장과 통하는 모든 통로에 이중 경호를 서며 외부인의 접근을 차단했다.
특히 산속에 위치하고 있는 공연장은 삼성과 범삼성 계열인 보광그룹이 함께 만든 곳으로 이곳에서는 여름 기간 삼성그룹 행사만 열린다고 휘닉스파크 관계자와 인근 주민들은 귀띔해줬다.
아울러 행사장과 숙소 곳곳에는 혹시 발생할지 모를 안전사고에 대비해 서울삼성병원, 강북삼성병원 앰뷸런스 및 삼성 3119구조단을 대기시켜 놨다. 특히 식중독을 예방하기 위해 방역차를 투입, 숙소 주변을 소독하는 모습에서는 "과연 삼성이구나"란 감탄사가 나오게 할 정도였다.
삼성의 교육은 신입사원들이 창의성과 개성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도록 '자율 속의 규범'을 강조한다. 이에 화답하듯 빨강, 연두 등 5가지 빛깔의 상의를 맞춰 입은 신입사원들은 일사분란한 모습을 보였다.
한편 8일에는 이건희 삼성 회장의 아들인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가 행사에 합류해 신입 사원들과 대화의 장을 마련할 예정이다. 이 회장은 참석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평창(강원)=최종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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