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정영일기자] 원칙없이 강행된 매각이 또 하나의 기업에 '법정관리'의 족쇄를 채우는 것으로 끝났다. 지난 1일 서울중앙지법은 비오이하이디스에 대한 법정관리 결정을 내렸다. 채권단은 지난 2003년 TFT-LCD 업체인 하이디스를 중국의 비오이그룹에 매각했다. 비오이그룹은 매각 당시부터 LCD관련 핵심기술을 요구하고, 하이디스의 내부자금으로 매각 자금을 대는 등 말썽을 일으켰다.
만 5년이 지난 지금 하이디스는 결국 만신창이가 됐다. 수년간 100명 이상의 연구원들이 비오이 계열사에 파견돼 적지않은 기술이 중국으로 넘어간 것으로 추측된다.
비오이그룹은 자금 부족에 시달리던 하이디스로 하여금 중국내 계열사에 투자하도록 했다. 비오이그룹이 하이디스 매각 대금 중 현금으로 지급한 1억5000만달러가 고스란히 투자금으로 유출됐다.
비오이그룹의 법정관리 소식을 들으며 대우일렉이 오버랩됐다. '주인찾기'에 실패한 대우일렉도 만성적인 투자부족에 경쟁력이 떨어질대로 떨어진 상황이다. 인도의 가전업체 비오디콘과의 협상에서는 매각가격이 6000억원까지 떨어졌다.
국내 3위의 가전업체에, 한때 수출만 4조원에 이르던 기업의 모습이라고 보기에는 너무 처량하다. 이대로 가면 국민경제에 끼치는 손해도 엄청나다. 지난 1998년 이후 이 회사에 투입된 1조2000억원이 허공으로 사라지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가장 큰 책임은 채권단에 있다. 채권단은 그동안 신규투자 뿐 아니라 '새 주인 찾기'에도 미적거려 대우일렉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결정적 역할을 했다.
채권단에서 뒤늦게 내놓은 선 구조조정 후 매각 방안은 대우일렉이 살아남을 수 있는 마지막 가능성이다. 그러나 투자없이 장부상으로 가격만 높이는 구조조정, 사람만 자르는 구조조정은 결국 또 다른 비오이그룹을 한국경제에 불러들일 가능성이 높다.
핵심 경쟁력이 없는 기업을 사겠다고 나서는 쪽의 속내는 뻔하다. '먹튀' 아니면 '기술유출'이다.
정영일기자 baw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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