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정형석기자][증권사 신용융자와 간접투자 문화 확산 영향]
"은행에서 돈 끌어와서 주식 사야 합니다. 레버리지를 일으켜서 투자해야 큰 돈을 벌 수 있습니다."
종합주가지수가 1000포인트를 넘어가던 때면 언제나 나오던 말이지만 최근 주가가 1700포인트를 넘어서고 연일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워도 은행 대출을 이용해 주식투자에 나서는 모습은 찾아보기 힘든 광경이 됐다.
'빚 내 투자하다 쪽박차는 모습'을 본 과거 경험에 따른 학습효과와 은행 대출보다 간편한 증권사들의 신용융자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또한 간접투자 문화가 발달되면서 직접 투자하기보다는 펀드에 가입하는 고객이 늘고 있다는 점도 한 몫하고 있다.
5일 한국은행 및 금융권에 따르면 개인들은 올들어 지난 5월말까지 코스피와 코스닥시장에서 1조1668억원 어치 순매수했다. 그러나 자금흐름면에서 개인이 은행돈을 빌려 주식에 투자했다는 증거는 찾기 힘들다.
과거 개인들이 주식 투자를 위해 받았던 가계대출 가운데 주택담보대출을 제외한 마이너스통장대출 등은 올들어 4월까지 월평균 6250억원씩, 총 2조5000억원 늘었다. 5월에도 비슷한 속도로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올해 월평균 증가액은 지난해 월평균 증가액 1조1700억원에 미치지 못하는 금액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들은 "과거 주식시장이 활황인 경우 개인들이 은행들로부터 신용대출을 받아 주식투자에 나선 경우가 있었지만 손실을 본 경우가 많았다"며 "이런 경험 때문인지 최근 주식시장이 활황세에도 불구하고 투자를 위해 대출을 받는 경우는 거의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반면 신용융자 규모는 날로 커지고 있다. 신용융자는 증권회사가 투자고객으로부터 일정한 증거금(신용거래보증금)을 받고 주식거래의 결제를 위해 매매대금을 빌려주는 것을 말한다.
5월말 현재 신용융자잔고는 4조8700억원으로 불과 5개월만에 4조3700억원이 급증했다. 특히 증시가 본격적으로 상승하기 시작한 4월 이후 순유입액만 3조6000억원에 달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개인 투자자들이 은행에서 대출을 받기 위해서는 절차가 복잡하고 까다롭지만 증권사에서는 신용융자를 쉽게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또한 간접투자를 선호하는 개인들이 늘어나는 것도 은행 대출로 직접 투자에 나서는 경우가 줄어들게 하는 한 원인으로 분석된다.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지난달말 국내외 주식형 펀드 전체 설정잔액은 55조4394억원으로 올들어 8조6477억원 증가했다. 이중 해외 주식형 펀드 설정잔액은 16조8870억원으로 11조450억원 늘었다. 국내 주식형펀드는 감소한 셈이다. 이는 지난 3~4월 코스피지수가 1500을 돌파하면서 펀드를 환매한 투자자들 때문이다.
자산운용협회 관계자는 "개인들의 펀드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며 "본인이 직접 투자하는 것보다 신경을 덜 쓰면서도 수익은 더 낫기 때문에 펀드에 투자하려는 개인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형석기자 c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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