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김희정기자][[CEO&라이프]강신철 넥슨 공동대표]다람쥐 쳇바퀴 돌 듯 반복되는 일상에 쉼표 하나 찍을 만한 공간으로 극장만한 곳도 없다.
`일루셔니스트'의 에드워드 노튼이 돼 환상적 마술과 전설 같은 사랑을 대리 체험하는가 하면 `스파이더맨3'의 토비 맥과이어처럼 세상을 구원하는 상상도 해 본다.
잡을 수 없는 꿈, 실현할 수 없는 아이디어가 스크린 안에서 만큼은 현실이 된다.
중학교 때 부모님과 처음 갔던 수원의 낡은 극장. 지정 좌석이 없어 상영 전 서둘러 좋은 자리를 점하곤 했다. 한 번 입장하면 두번, 세번 추가 요금 없이 반복해 볼 수 있던 시절이다. 불 꺼진 영화관이 아늑했다. 넥슨 강신철 대표(35)의 추억이다.
극장에서 처음 봤던 영화가 슈퍼맨. 만능 강자가 될 수 없었던 소년에게 슈퍼맨은 말 그대로 `아이돌'이었다. 참새가 방앗간을 드나들 듯 극장을 출입했던 소년은 국내 굴지의 게임회사 대표가 됐다. 영화 속에서 포착했던 상상의 요소들을 게임으로 실현하게 된 셈이다.
강 대표는 온라인 퀴즈게임 `퀴즈퀴즈(현 큐플레이)를 개발한 핵심 주역이자 `크레이지아케이드비엔비' 등 넥슨의 주요 게임 개발을 이끌었다. 넥슨의 기술지원본부장으로 게임 개발 및 서비스 기술 지원을 총괄하다 지난해 11월, 권준모 넥슨 모바일 대표와 함께 넥슨의 공동대표로 취임했다.
강 대표는 넥슨 대표가 된 이후로도 특별한 공식 일정이 없는 한 주말은 영화 관람에 할애한다. 어쩌다 해외출장으로 고대했던 영화의 개봉일을 놓치면 마음이 편치 않다. 주중에는 도통 영화 볼 짬이 나지 않는데 일주일을 기다리자니 속이 탄다.
결혼 전 아내와의 데이트도 영화관람 일색이었다. 영화보는 취향이 다르다보니 아내와 종종 서로 원하는 영화를 보자며 다투기도 한다. 결혼 전처럼 한적하게 혼자 극장을 찾는 일은 없지만 때때로 티격태격, 대체로 오붓하게 극장을 찾는 것도 재미다.
공상과학 영화는 빠짐 없이 챙겨본다. 강 대표는 `내 인생의 영화'로 리틀리 스콧 감독의 `블레이드 러너'를 꼽는다. `블레이드 러너'는 개봉 당시 `ET'에 밀려 흥행에는 실패했지만 1980년대 SF 영화의 획을 그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워쇼스키 형제의 `매트릭스' 역시 뇌리에 남는 영화다.
게임과 영화는 유사점이 많다. 영화도 게임도 재미를 목표로 한다. 어떤 재미든 대리만족 시켜줄 수 있는 뭔가가 있어야 소비자가 찾는다. 관객 한 명의 입장으로 스크린을 올려다보면 게임속 유저들이 게임을 통해 얻고자 하는게 뭔지 어렴풋이 느껴진다고 한다.
"게임 유저들은 게임 속에서 `캐릭터'라는 자신의 분신을 만들고 그 속에서 원하는 것을 실행에 옮기죠. 영화 관객들 역시 주인공과 주변 인물을 동일시하면서 감정선이 점차 움직입니다. 둘 다 문화 콘텐츠인데다 흥행 여부를 예측하기가 워낙 어려워 애를 끓게 한다는 점도 비슷하죠."
강 대표는 DVD나 인터넷 스트리밍 서비스보다 극장 관람석에서 대중들 속에 섞여 보는 것을 선호한다. 함께 보는 사람들과의 상호작용에 따라 체감도가 달라진다는 것. 개그 프로그램을 혼자 볼 때보다 함께 보면서 웃음이 배가되는 것과 같은 이치란다. 게임도 혼자하기보다는 온라인으로 상호작용해야 맛이다.
가끔씩 매표소 앞에서 젊은 관객들의 반응을 관찰하고 뜨끔할 때도 있다. 회사라는 거대 조직의 대표로 30대는 많은 나이가 아니지만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대중의 트렌드를 따라잡으려면 10대와 20대의 문화코드를 알아야 한다. 빠르게 변하는 취향을 얼마나 빨리, 잘 파악하느냐가 게임마케팅의 중요한 요소다.
젊은 관객들이 영화를 선택하는 기준, 관람 후 극장문을 나서며 쏟아내는 영화평에 귀가 커지는 것은 당연지사. 이만하면 괜찮다고 생각한 영화가 젊은층에게 혹평을 받을 때는 벌써 젊은 관객들과 코드가 맞지 않는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하다. 게임업체 수장의 직업병인 셈이다.
영화가 좋고 스크린이 좋아 극장을 찾았지만 요즘은 영화를 보면서도 게임과 일을 분리하기가 쉽지 않다.
최근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가 스타크래프트2를 대대적으로 공개하는 등 외산 게임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국내 게임업체들은 블리자드의 마케팅 행보에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 강 대표 역시 미국 블록버스터가 스크린 점유율을 높이고 있는 영화계 현실이 남 일 같지 않다.
"영화 10편이 만들어지면 그 중 적자를 면하는게 평균 2편 정도라죠. 게임은 20개를 만들어도 그 중 단 하나도 성공 못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둘 다 만만치 않은 시장이죠. 리스크는 크지만 그만큼 매력적이에요. 지금은 게임에 `올인'이지만 영화 시나리오를 꼭 써볼 생각입니다." 김희정 기자
김희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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