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김익태기자][-일본 수출기업 지원 대폭 강화..효과는 미지수-]
원·엔 환율 하락세가 심화되면서 채산성이 악화된 대(對)일 수출 기업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정부와 기업의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지만, 딱히 뾰족한 수가 없어 해당 기업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원·엔 환율 9년 7개월만에 최저=원·엔 환율 하락세가 심상치 않다. 원.엔 환율은 2004년까지만 해도 100엔당 1000원을 웃돌았으나 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100엔당 760.50원으로 전저점(6월1일, 761.30원)을 하루 만에 경신하며 1997년 10월23일 759.40원 이후 9년7개월만의 최저치로 하락했다.
원·엔 환율 하락의 주된 원인은 원·달러 환율이 큰 폭으로 하락한데 반해 엔·달러 환율은 상승하는 탈동조화(decoupling)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2004년 10월 이후 원·달러 환율이 1126원에서 최근 930원대로 17% 하락한데 비해 엔·달러 환율은 14% 상승했다.
산자부 관계자는 "향후 원·엔 환율은 국제 달러 약세, 미국 경기 상황, 일본의 금리인상 등 복합적인 요인에 의해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현재로서는 방향성을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수출기업 직격탄= 원·엔 환율의 하락으로 수출기업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특히 대일수출 상품들의 가격경쟁력 저하로 대일 수출 둔화는 물론 무역역조가 심화되고 있다. 올해 1~4월 중 대일 수출 증가율은 1.1%에 그친 반면 원자재와 자본재를 중심으로 일본으로부터 수입이 늘어 대일 무역적자는 4개월만에 101억 달러에 달했다.
경쟁력과 수익구조가 취약한 중소기업의 경우 수출감소 및 채산성 악화 등으로 겪는 어려움이 더 크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에 따르면 수출 중소기업 중 77%가 엔화 약세로 수출 감소를 경험했다.
엔화 약세는 일본 수출뿐 아니라 국제시장에서 일본과 경합하는 제품의 어려움도 가중 시키고 있다. 산자부에 따르면 2005년 1월부터 올해 1월까지 국내 기업의 수출 단가는 0.8% 상승했지만 일본 제품의 수출 단가는 오히려 1.0% 떨어졌다.
실제 배기량 2000cc급 승용차의 미국 달러화 환산 가격은 2005년 한국산이 1만6358달러, 일본산이 1만8500달러였으나 지난 해에는 한국산이 1만8795달러로, 일본산(1만8500달러)보다 높아졌다.
◆지원 효과는 '미지수'=4일 정부 과천청사에서 산자부 주재로 열린 민·관 합동 수출대책회의에서 참석 기업들은 "엔화 약세로 인해 수출 차질이 발생하고 있다"며 정부에 환율 안정을 강력히 건의했다. 산자부는 "정부의 역할에 한계가 있지만 외환당국에 환율안정을 적극 요청하겠다"고 답변했다.
이와 관련 재경부 관계자는 "산자부가 원·엔 환율 하락에 대해 민관합동 수출대책회의를 열고 대책을 마련한 취지를 충분히 이해한다"고 말했다. 향후 원·엔 환율 관리에 관심을 쏟겠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산자부는 이와 별도로 일본 수출기업에 대한 옵션형 환변동보험료를 80% 인하해 환위험관리 비용부담을 줄여주기로 했다. 또한 수출기업에 제공되는 수출신용보증과 일본 현지 재판매보험 한도도 현재보다 3배로 늘리기로 했다.
아울러 대일 중소수출기업에 대한 해외전시회 등 시장개척 사업을 우대 지원하고, 일본제품과 경합 중인 수출 중소기업에 대해 무담보소액대출 지원도 강화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들 대책의 실효성은 불투명하다는 지적이다. 산자부 관계자 역시 "미시적인 지원책을 마련했지만, 모든 수출 기업들에게 실제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라며 "단 하반기 일본의 금리인상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어 상황이 개선될 여지는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김익태기자 epp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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