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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는 협력의 산물..경쟁사와 손잡을 수도"

[머니투데이 대담=성화용 부장 정리=김진형 기자][[머투초대석]김종갑 하이닉스반도체 사장]

'파트너십'

김종갑 하이닉스반도체 사장이 한시간여의 인터뷰 동안 가장 강조한 단어다. 김 사장이 지목한 파트너십의 대상은 경쟁사, 협력업체, 지역사회까지 매우 광범위하다. 생존모드에서 성장모드로의 전환을 선언한 하이닉스의 장기 전략은 '파트너십'을 통해 실현될 것임을 예고한 것이다.

김 사장은 특히 파트너십과 관련해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새로운 내용들도 몇가지 소개했다.

그는 우선 지난달말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렸던 세계반도체협의회 총회 기간 중 '상당히 많은 업체'들이 하이닉스와의 협력을 희망해 왔다고 밝혔다. 지난달 31일 회사 워크샵에서 밝혔던 "누구와도 손 잡을 수 있다"는 선언과 관련, 이미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회사들이 있다는 얘기다.

김 사장은 또 2800여개 협력업체들을 평가해 우수한 업체에 대해서는 구매를 늘리고 R&D(연구개발)도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이와함께 이달중 외부 환경 감시단을 출범시키고 이달말에는 세계 최고 수준의 환경기준을 충족시킬 마스터플랜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공개했다.

-최근 해외 출장이 많으셨는데요.

▶고객사와 장비 공급업체 등 첫 인사를 겸해서 만났습니다. 업체들을 만나면서 가장 크게 느낀 것은 장비납품에서부터 반도체 생산, 최종 소비제품을 만드는 것까지 기본적으로 협력정신 위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협력이 얼마나 강화되느냐에 따라 성패가 좌우됩니다. 특히 이들 업체들에게 그동안 하이닉스가 믿을 수 있는 파트너라는 인식을 심어줬다는 점에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 경쟁사와도 손잡을 수 있다고 강조하셨는데, 어떤 의미이신지요.

▶지난달말에 열렸던 세계 반도체 협의회 회의에서 미국 반도체협회 회장이 나노공정이 9나노까지 갈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450mm 웨이퍼가 나와야 합니다. 시설투자와 R&D 비용이 어마어마 합니다. 세계에서 최고가는 기업도 혼자서 할 수 없는 시대로 가고 있다는 겁니다. 더욱이 2011~2012년쯤에 올 것으로 예상되는 30나노 이후에는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릅니다. 결국 해결책은 협력밖에는 없다는 생각입니다.

-혹시 구체적으로 협력을 논의하고 있는 회사들이 있나요.

▶세계반도체협의회 총회 기간 중에 상당히 여러 업체에서 저하고 협력방안을 찾아보자는 제안들이 있었습니다. 전부 경쟁사들이었습니다. 구체적으로 밝힐 수는 없지만 앞으로 논의를 계속 해 나가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R&D 역량을 강화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하이닉스가 제조 기술에 있어서는 세계 최고 수준의 역량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R&D 역량은 크게 키우지 못했습니다. 올해 R&D 투자가 매출의 6% 정도인데 다른 경쟁사들은 10% 가까이 됩니다. 우리도 앞으로 3년 안에 그 수준까지 높이려고 합니다. R&D를 통해 핵심 경쟁력을 키울 생각입니다.

-이천공장 증설 문제가 아직도 해결되지 못하고 있는데요.

▶정부가 환경 문제에 신경쓰는 것은 당연합니다. 결국 우리는 환경관리를 반도체업계에서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려 정면돌파해야 합니다. 그래서 취임하자 마자 환경경영을 표방하고 대규모 테스크포스로 모든 공정에서 환경유해요인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일단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다 하겠다는 생각입니다. 6월에는 외부 환경 감시단을 만들 계획입니다. 또 이달말에는 35개 유해물질 규제를 어떻게 충족시킬지 구체적인 계획을 발표할 예정입니다. 그런 식으로 해서 중앙 정부, 지방정부, NGO가 봤을 때 '하이닉스가 더 이상 할게 없구나' 하는 평가가 나오도록 할 것입니다. 그 정도까지 하면 정부에서도 고려의 여지가 생기지 않겠나 하고 생각합니다.

-D램과 낸드플래시만을 생산하는 단순한 제품구성을 변화시키겠다고 밝히셨는데요. 비메모리도 포함되는 겁니까.

▶비메모리 분야를 매각하면서 체결한 계약 때문에 비메모리는 10월말까지 언급 자체를 할 수 없습니다. 검토하고 있는 것도 없습니다. 하지만 세계 반도체 시장의 추세는 메모리, 비메모리, 솔루션을 합쳐서 가는 방향인 것 같습니다. 우선 메모리 제품 구성을 다양하게 하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P램은 개발하기로 결정한 상태입니다. 우리 힘만으로 원천기술을 확보하기 힘들기 때문에 팹리스나 다른 회사들과 협력 하는 방안들을 검토할 것입니다.

-3월에 샌디스크와의 협력을 발표했는데 더 진전된게 있는지요.

▶우리는 지금 나오는 제품도 합작할 수 있지 않느냐 하는 생각인데 그쪽(샌디스크)은 고급기술을 가지고 연구개발을 해서 합작하자는 생각입니다. 샌디스크가 협력을 희망하는 기술은 낸드플래시 중 최고 기술인 '바이 포(X4; 셀당 4비트를 저장)'입니다. 어떤 구도로 협력하느냐를 놓고 사람들이 계속 왔다 갔다 하면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주주 은행들이 최근 지분 매각과 관련한 회의를 했습니다. 하이닉스 사장으로서 어떤 주주가 새 주인이 됐으면 하고 생각하시는지요.

▶구체적인 내용은 모르겠지만 아직 주주은행들간에 확실한 방향 정립을 한 것 같지는 않습니다. 주주은행들이 정하면 거기에 따라서 할 것입니다. 다만 궁극적으로 시너지 효과가 있는 곳이 좋지 않겠습니까.

-올들어 반도체 경기가 매우 좋지 않습니다. 하이닉스에 대한 우려들도 나오고 있는데요.

▶수요가 예상만큼 올라가지 않는 측면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공급과다가 원인인 것 같습니다. 결국 원가 경쟁력을 누가 확보하느냐의 게임이 될 것 같습니다. 단기적으로는 우리도 걱정은 하고 있지만 조금 길게 보면 하이닉스의 경쟁력은 충분하다고 봅니다.

▶최근 ST마이크로가 인텔과 합작사를 설립하면서 하이닉스 중국 우시공장의 지분을 넘겼는데요. 우시 공장에 변화가 있을까요.

-계약대로라면 ST마이크로가 우시공장에 2억5000만달러를 투자해야 합니다. 하지만 그쪽에서 인텔과 합작사를 만들고 나서 결정하게 해달라고 요청해 왔습니다. 합작사 설립이 끝나고 나면 직접 만나볼 생각인데 아마 투자는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관료시절부터 협력업체들과의 상생을 강조해 오셨는데요.

▶ 반도체 협력업체들은 높은 기술력이 필요한데 아직 우리나라 기업들은 그 정도 수준이 안됩니다. 특히 장비업체들은 세계적인 수준의 R&D 투자를 해야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장비 회사의 연매출이 2000억~3000억원 정도입니다. M&A를 하던지 아니면 어디에서 대규모 투자를 받든지 조단위 되는 회사가 나와야 합니다. 앞으로 확실한 기준을 만들어서 2800개 협력업체들을 평가하고 그 결과에 따라 제품 구입을 늘리고 R&D 지원도 해 주는 시스템을 만들려고 합니다.

-관료 생활을 벗어나 두달여간 민간기업을 경영해 보신 소감이 어떠신지요.

▶그동안 산업정책 등을 다뤄왔지만 실전에 나와보니 정말 하루하루가 전쟁입니다. 경쟁이 치열하고 사이클이 급박하게 돌아가는 대표적인 산업이기 때문에 실전을 치르는 게 쉽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다행히 사내에 좋은 인력들이 많습니다. 앞으로 좋은 인재를 많이 채용해 키우고, 세계적인 기업과의 연합 등 중장기적인 일을 중점적으로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대담=성화용 부장 정리=김진형 기자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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