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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정영일기자][[인터뷰]이병균 대우일렉 노조위원장]

"대우일렉은 한 때 가전 3사로 꼽히며 4조원 이상 수출하던 기업입니다. 채권단이 지금 이렇게 대우일렉을 내팽개치는 것을 보면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31일 이병균 대우일렉 노조위원장(사진)의 목소리에는 억울함이 묻어나왔다. 채권단이 인력구조조정을 추진한다는 소식에 한숨만 쉬었다.

물론 노조도 구조조정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 이대로는 공멸뿐이다. 그러나 너무 억울하다. 직원들의 잘못이라면 억울하지도 않을게다.

2000년 이후 두차례에 걸친 대규모 구조조정을 몸으로 겪은 이 위원장은 또 한번의 구조조정을 앞두고 "피눈물이 나오는 심정"을 토로했다. 청춘을 바쳐가며 열심히 일했지만 1997년 외환위기와 1999년 '대우사태'는 손을 어떻게 쓸 여지가 없었다.

대우일렉은 한때 국내 종업원수 1만명의 '잘 나가던' 기업이었다. 그러나 대우사태를 겪으면서 그룹이 해체됐고, 6000명의 동료를 잃었다. 채권단 안대로 가면 지금 남아있는 사람도 2명 중 한 명은 또 다시 회사를 떠나야 한다. 그 뒤에 눈물을 흘릴 가족들은 또 얼마일까.

대우일렉은 원래 해외에서 더 알아줬다. 84개 해외법인이 세계에서 이름을 날렸다. 직원들의 피땀으로 만들어진 명성이다. 그런데, 이제는 18개만 남아 있다.

해외 법인 하나를 만들려면 준비에서부터 영업이익이 나기까지 대략 5년이 걸린다. 단순 계산으로 사라진 66개 법인당 5년씩, 총 330년간 들인 노력이 허공으로 날라가는 것을 직원들은 지켜봐야만 했다.

묵묵히 참고 견디는 수밖에 없었다. 2002년 1000명의 동료들이 회사를 나갈때는 명퇴금이 모자랐다. 임직원들은 2개월치씩 임금을 갹출해 떠나는 동료들에게 줬다. 떠나는 사람도, 남게 된 사람도 울었다. 남아있는 사람들도 수년씩 임금을 동결해가며 회사를 살리려 했다.

2002년 구조조정이 끝나고 영업이익 1000억원의 단촐한 회사가 됐다. 새출발한다는 꿈에 젖었다. 열심히 하면 과거의 영화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채권단이 발목을 잡았다.

채권단은 신상품 개발을 위한 적극적인 투자를 꺼렸다. 노조는 채권단을 찾아다니며 투자를 해달라고 부탁도 했다. 투자를 못하겠으면 신속하게 매각이라도 해달라고 사정했다. 그러나 시간만 흘렀다.

이 위원장은 "투자 한푼 안하는 전자회사에 미래가 있을 수 없습니다. 경쟁력이 있던 사업부도 하나씩 적자공장으로 전락해 갈수밖에 없었습니다"고 말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경쟁력은 점점 떨어졌다. 지난해 결국 찾은 인수대상은 리플우드-비오디콘 컨소시엄. 그러나 이미 대우일렉의 경쟁력은 모두 사라진 상태다. 결국 협상은 결렬됐다.

이 위원장은 구조조정 인원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고비용 구조를 저비용 구조로 바꾸는게 급선무라고 채권단을 설득하고 있다. 그래도 구조조정을 어쩔수 없는 선택이다. 피눈물 나는 심정으로 구조조정에는 동의하지만 이번이 마지막 구조조정이기만을 바랄 뿐이다.
정영일기자 bawu@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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