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권성희기자][참여정부 평가포럼, 대통합과 후보 단일화·민주주의 위기론에 대한 대안]
노무현 대통령은 2일 서울 양재동 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 '참여정부 평가포럼' 월례 강연회에 초청 받아 '21세기 한국, 어디로 가야하나'를 주제로 강연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부터 7시15분까지 4시간 이상 열변을 토했다. 노 대통령의 강연 중 주요 발언을 주제별로 소개한다. 다음은 한나라당 비판이다.
◆"탈당 전략은 확률 높지 않은 외통수 전략
민주 세력의 당면한 일은 대통령 선거다. 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구도다. 1 대1의 구도를 만들어야 한다. 당은 합치지 않고 후보만 단일화하는 방법과 당을 하나로 합치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 평가는 마찬가지다.
당을 합치는 건 참으로 어려운 일이라는 사실을 잘 알아야 한다. 그래서 97년과 2002년에는 당을 합치지 않고 그냥 단일화해서 선거에 승리했다. 후보를 단일화하기 위해서는 대세를 만들고 쏠림을 만들어야 한다. 쏠림은 국민들이 만들어 준다. 쏠림이 생기지 않으면 이제 그때 후보가 결단을 내리는 것이다. 2002년에는 제가 그렇게 한 거 아닌가.
그런데 열린우리당 일부가 당 해체를 주장하고 탈당해서 세력을 갈라놓았으니 쏠림을 만들기가 참 어렵게 됐다. 당 해체를 주장하는 사람들, 탈당한 사람들, 그리고 지금도 오로지 대통합에 매달려서 탈당으로 대세를 몰아가려는 사람들의 전략은 소위 외통수 전략이다.
그런데 그다지 확률이 높지 않은 어려운 일을 외통수 전략으로 채택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것이. 외통수 전략은 실패할 경우에 다른 선택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당의 통합이라는 것은 매우 어려운 얘기다. 더욱이 대선을 앞두고 후보가 되려는 사람의 복잡한 계산이 개입될 경우에 당의 통합은 더욱 어렵다. 이런 사실을 경험해 본 사람이라면 이런 어려운 일을 외통수 전략으로 채택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데 그들은 외통수 전략을 채택하고 밀어 붙이고 있다.
◆"통합이 되더라도 지역당이 되지 않도록 노력하자"
그렇다고 제가 대통합을 반대한다고는 쓰지 말라. 대통합과 후보 단일화를 병행하여 추진해야 한다. 대통합을 위하여 노력은 하되, 빠른 시일 안에 통합이 되지 않으면 후보를 내세워서 대세 경쟁을 하면서 대통합과 후보 단일화를 계속 추진하는 것이 보다 안전한 전략이 될 것이다.
이런 일을 하는 데는 후보가 되고자 하는 사람들이 중요하다. 후보가 되기 위해서 당을 깨자고 하거나 탈당을 하는 것은 반칙이다.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정치를 망치는 일이다. 국민들이 보면 실격 처리가 될 만한 사례다.
아무리 바빠도 정책은 공부해야 된다. 이번 선거는 정책 대결이 될 가능성이 높고 정책 대결이 승부를 가를 가능성도 있다.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정책 대결을 할 만한 중요한 쟁점이 점차 뚜렷하게 드러나고 있지 않나. 대통령과 각을 세우려고 하지 말고 한나라당과 각을 좀 세워 주시기 바란다.
저는 대통합에 찬성하고 받아들일 것이다. 그러나 걱정이 하나 있긴 있다. 후보 단일화가 아니고 당이 대통합이 되었는데 혹시 그 당이 지역당 모습을 띄게 될 경우, 이후 총선이 다가오면 다시 영남과 호남에는 경쟁이 없는 안방 정치, 싹쓸이 정치가 될 것이고 수도권 또한 지역을 내세우고 표를 모으는 전략으로 지역주의 정치를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을 것이다.
본시 당을 통합하는 것은 총선에 적합한 전략인데, 왜 대선에서 합당 전략이 대세를 이루게 되었는지 참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어떻든 지역을 내세워 표를 모으고 싶은 충동은 우리 정치를 영원히 후진 정치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하는 족쇄가 될 것이다. 통합이 되더라도 지역당이 되지 않도록 노력하자.
◆"손학규씨가 왜 여권인가. 이것은 정부에 대한 모욕이다"
범여권이라는 용어는 전혀 근거가 없다. 정부와 연대하거나 공조라도 해야 여권, 또는 범여권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이다. 한나라당과 공조도 하고 참여정부를 흔들고 비난하고 있는 사람들 사람들까지 어째서 범여권이라고 부르는지 알 수가 없다.
부를 이름이 마땅치 않아서 그렇게 붙였다면 제가 이름을 하나 지어드리겠다. 반 한나라 세력, 반 한나라진영, 하면 될 것이다. 앞으로 연대가 형성되면 반 한나라 연대로 부르면 될 것이다.
백보를 양보해서 다른 사람들은 과거의 인연이라도 있지만 손학규씨가 왜 여권인가. 저는 이것은 정부에 대한 모욕이라고 생각한다.
아직도 민주주의의 위기는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민주주의는 여론의 지배에, 실제로 여론의 지배가 될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여론은 언론이 지배하고, 언론은 시장을 지배하는 세력이 지배하는 것이다.
지금 민주주의는 가치의 위기에 처해 있다. 정치는 가치를 추구하는 행위이지만 시장은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다. 이 시장이 우리 정치를 지배하게 됐을 때 가치의 위기가 발생하는 것이다.
◆"노사모 같은 시민 주권 운동이 민주주의 위기의 대안"
시장을 지배하는 사람의 정통성은 어디서 비롯되는가, 어디에 근거하고 있는가, 언론의 정통성은 어디에 근거하고 있는가, 그저 돈이 많은 것 외에는 다른 정통성이 없지 않나.
그래서 민주주의의 정통성의 위기가 발생하고, 권력이 시장과 언론에게 분산되고 그 권력이 확대되면서 민주주의 정통성에 위기가 오고 있는 것이다.
대안이 무엇인가. 경제의 문제에 있어서 소비자주권의 이론이 나와 있다. 되기 어려운 일이라고 포기해 버리는 사람들이 많은데 저는 결코 포기 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된다. 소비자의 각성된 행동, 단결된 행동은 상당한 힘을 가질 수 있다.
시장에서 그와 같이 대처하듯이 정치의 영역에서는 역시 시민 민주주의, 시민 주권 운동을 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시민의 행동, 시민의 참여, 시민의 행동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참여 민주주의, 시민의 참여에 의한 참여 민주주의가 답이다.
노사모와 같은 운동, 오늘 저는 이게 되는 건가, 시민 주권 운동이라는 것이 과연 될 수 있는 것인가, 굉장히 고심을 많이 했는데 오늘은 제가 된다, 이렇게 결론을 내리고 가겠다.
직관이 중요한 것이지요. 될 것 같다. 그래서 민주주의는 노사모, 민주주의의 장래는 노사모에 있다! 노사모 안 하신 분들이 섭섭해 할지 모르니까 민주주의의 장래는 참여포럼에 있다! 보다 정교하고 단단한 운동으로 발전시켜 나갑시다.
◆"열린우리당, 국정홍보처 폐지하면 망할 줄 알아라"
민심과 여론을 같은 것으로 생각하는데 민심은 두 가지이다. 가까이 보는 민심, 이익을 따지는 영악한 민심이 있고, 역사와 대의를 수용하는 멀리 보는 민심이 있다.
여론 중에는 장래에 있어서도 합당하다고 말할 수 있는 여론이 있고 지금은 나쁘지만 앞으로는 좋아지는 여론도 있다.
사실은 열린우리당, 참 안타까운 것이 이번 기자실 개혁에 관한 문제에서 딱 원칙의 입장에 딱 서서 버텨서 한나라당과 이 문제를 가지고 각을 세워서 나가면 당이 뭔가 의지가 있고 의지가 있는 당으로 보이지 않겠나.
왜 열린우리당 사람들 대의가 없겠나. 그러나 눈앞에 민심, 눈앞에 여론이 험악한 것 같으니, 그리고 모난 돌이 정 맞는다고 또 언제 한번 펜대에 긁힐지 모르니, 볼펜에 긁힐지 모르니까 그렇게 해서 전부 적절하게, 적당하게 타협하고 간 것이라고 생각한다.
저는 그러자고 했다. 그러자고 했는데 적어도 국정홍보처를 폐기, 폐지한다거나 이런 악수는 두지 마라. 거기까지 가면 앞으로 망할 줄 알아라. 아니, 제가 협박한 것이 아니고요, 우리 국민들이 그렇게 허술하지 않다.
권성희기자 shk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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