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권성희기자][참여정부 평가포럼, 한나라당 비판 관련]
노무현 대통령은 2일 서울 양재동 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 '참여정부 평가포럼' 월례 강연회에 초청 받아 '21세기 한국, 어디로 가야하나'를 주제로 강연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부터 7시15분까지 4시간 이상 열변을 토했다. 노 대통령의 강연 중 주요 발언을 주제별로 소개한다. 다음은 한나라당 비판이다.
◆"한나라당 집권하면 어떻게 될까, 생각해보니 끔찍하다"
만일에 이 말은 입에 담기도 불순한 것이지만 그래도 설명을 하자면 논리적 설명을 위해서 부득이 쓸 수밖에 없는 가정으로써 가정이다. 만일에 한나라당이 정권을 잡으면 어떤 일이 생길까.
민주주의의 일반 원리로 보면 정부는 왔다 갔다 해야 한다. 그럴수록 민주주의가 점차 발전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 막상 그렇게 되면 어떤 일이 생길까 생각해 보니까 아, 이게 좀 끔찍하다.
한나라당이 무슨 일을 할까 이것을 예측하자면 한나라당의 전략을 보아야 되는데 한나라당의 전략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다. 책임 있는 대안을 내놓는 일은 거의 없고 앞뒤가 맞지 않는 주장과 행동, 말과 행동이 다른 주장이 너무 많아서 종잡을 수 없고요, 한가지 분명한 것은 무책임한 정당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그동안 참여정부의 정책 중에 한나라당이 반대하고 흔들지 않는 정책은 거의 없다. 그러나 끝까지 반대한 정책도 거의 없다. 정부 정책이 나오면 온갖 이유를 들고 나와서 반대하고 흔들고 하다가 막상 정책을 심의하고 표결할 때는 슬그머니 물러서서 찬성표를 던진다. 그리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행동한다.
반대를 위한 반대, 흔들기 위한 반대를 한 것이지요. 그 결과 대부분의 정책들은 참여정부의 정책대로 가고 있다. 결국 아까운 시간만 낭비하게 하고 정책의 효과만 죽여 버린 것이다. 참으로 무책임의 모범을 보여 주고 있다.
◆"대운하·열차페리, 균형발전 투자의 5분의 1도 안 된다"
요즘 그 당 후보들의 공약을 보아도 창조적인 전략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한마디로 부실하다. 막연하게 경제를 살리겠다, 경제 대통령이 되겠다, 이렇게 말하는 것은 전략이 없는 공허한 공약이다. 공약이라 할 것도 없고 미사여구다.
대운하니 열차페리니 하고 사업들을 두고 옥신각신 하고 있는데 두 사업의 사업비를 다 보태봐도 참여정부 균형발전 투자의 5분의 1도 안 되는 사업이다. 균형발전투자는 정부청사 건설비와 일부 기관시설 외에는 다 회수되는 것이니 재정 부담은 11조 정도에 그친다.
대운하 건설비는 단기간에 회수되지 않는 투자다. 민자 유치를 한다고 하나, 참여할 기업이 있을 리 없으니 하나마나한 싸움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할 것이다. 이 말 듣고 열 받아서 재정으로 투자하면 그야말로 그땐 정말 큰일 난다.
열차 페리는 제가 2000년 해수부 장관 시절에 타당성 없다는 결론을 이미 내린 사업이다. 한다고 해도 참여정부의 물류허브 전략에 비하면 너무 작은 사업이다.
제가 본시 이 말을, 참여정부 물류허브 전략에 비하면 손가락 한마디도 안 되는 사업이라고 썼다가 너무 좀 야박하다 싶어서 너무 작은 사업이다라고 고쳤다. 결론은 손가락 한마디가 아니고 너무 작은 사업이다라고 표현했기 때문에 혹시 손가락 한마디다 이렇게 보도하지 않길 바란다.
과학도시, 과학도시 한다는데 그것은 참여정부가 법까지 다 만들어 놨다. 추가할 것이 있으면 도시 하나 지정만 하면 되는데 그걸 또 들고 나와서 흔들어 쌌나. 이 정도 사업을 국가적 전략사업으로 내 놓은 것이라면 좀 초라하다는 생각이 든다.
◆"한나라당 법인세 감세 주장..15% 대통령 공약"
그런데 한나라당은 전략은 없어도 보수의 정체성은 뚜렷하다. 그 동안 말과 행동, 정책은 왔다갔다 일관성이 없지만 한가지는 확실합니다. 보수와 수구의 정체성이다. 요즘 후보들의 공약을 보면 보수의 정체성이 좀 더 뚜렷해지는 것 같다.
강자의 권리를 제한하거나 약자의 권리를 강화하는 정책에는 일관되게 반대해 왔다. 복지와 사회투자는 분배정책, 좌파정책으로 일관되게 비난해 왔고 오히려 감세를 공약하고 있다.
법인세 감세를 주장하고 있다. 얼른 계산해 봤는데 법인세 세수가 연간 6조8000억원이 감소하게 되어 있다. 이 세금 어디서 거둘 것인가. 이만큼 세출을 줄일 것인가. 빚을 낼 것인가. 저는 그만큼 복지 재정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정책의 84%의 기업은 이 정책과는 아무 관계가 없고 그 다음에 나머지 중에서 일부는 조금 도움이 될 듯 말 듯 하고 이익을 많이 내는 엄청나게 큰 기업들만 왕창 이익을 보게 되어 있다.
지난번에는 4% 대통령 정책 공약을 내놓더니 이번에는 아무리 많이 쳐도 15% 대통령 공약이 나왔다. 근데 실제로 내용을 들여다보면 그 중에서 10% 정도는 이런 혜택이 있으나마나 한 사람들이고 진짜로는 적어도 우리 강금원 회장만큼은 돈이 있어야, 사업을 잘 해야 혜택이 있는 거 아니겠나. 강금원 회장, 그쪽으로 가세요.
근데 옛날에 미국에서 부시 대통령이 '상속세를 없애겠다. 폐지하겠다.' 그러니까 미국의 엄청난 부자가 '참 혐오스럽다.' 이렇게 말했지요? 우리나라에도 그런 부자가 있기를 바란다. 강 회장님 잘 부탁 드립니다.
◆"한나라당, 민주주의에 거부감이 있는 사람들 같다"
(한나라당은) 어떻든 공정한 경쟁을 위한 개혁, 투명성 개혁에는 반대하고 출총제 집단 소송 반대하고, 사학법 개정도 반대하고, 공정위 권한 확대도 반대한다. 공정위가 중요하다. 출총제를 완화했기 때문에 사후 감시를 철저하게 할 수 있어야 하는데 여기에 확실한 권한을 주어서 감시를 할 수 있게 해 줘야 되는데 반대한다.
서울시장이 공무원 퇴출 얘기 하니까 그게 아주 좋은 정책인 것처럼 했는데 그거 보면서 제가 바로 정부는 하지 마라, 메모를 보냈다. 반드시 법적 절차에 의해서 해야 하고 확실하게 객관적 사실을 조사, 법적 절차에 따라서 객관적 사실을 조사하고 그리고 확인된 사실을 근거로 해서 징계를 해야지, 그렇게 하면 안 된다.
하기는 해야 되는데 하는 것은 맞다. 방법이 그래서는 안 된다. 그래서 지금 우리 정부는 새로운 방법으로 완전히 인권도 보장하고 공무원의 권리도 보장하면서도 말하자면 이제 불성실한 사람들을 퇴출할 수 있는 제도를 지금 이미 하고 있다.
한나라당의 민주주의에 대한 비전은 무엇인지 제가 잘 알 수가 없다. 민주주의의 미래에 대해서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기 때문이다. 국가보안법, 사학법 등의 개정과 공수처의 설치, 과거사 정리 등을 반대하는 거 보면은 어쩐지 민주주의에 대해서는 거부감이 있는 사람들 같이 보인다.
참여정부더러 무능하다, 무능하다 얘기를 자꾸 하고 있는데 그 말이 나오기 이전에 그 사람들이 했던 얘기를 가만 생각해 보라. 민주세력 무능론 했다. 지금 참여정부 무능론이라는 것은 민주 세력을 싸잡아서 비하하기 위한 전술이다.. 책략이다.
그러면서 무능보다는 부패가 낫다, 이런 말을 한다. 그래서 제가 생각해 보니까 이런 망발이 어디 있느냐,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은 부패하고 무능한 정부를 만들 것이다, 이렇게 생각한다.
◆한나라당 집권하면 부패정치, 낡은 정치 되살아날 것"
어떻든 한나라당은 우리 민주주의가 너무 많이 왔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정치를 개혁하겠다는 공약도 없다. 정말 우리 정치에 개혁할 일이 없나. 참여정부가 다 해결해 버려서 너무 많이 와 버려서 돌아가자는 얘기인가. 그렇다. 공천헌금 예방을 위한 정책은 한나라당이 내놔야지요. 자기들이 저질렀으니까.
이 사람들이 정권을 집권하면 지역주의가 강화, 공천헌금은 지역주의의 결과 아닌가. 지역주의가 공천을 이권화해 놓았기 때문 아닌가. 그래서 지역주의가 강화하고 부패 정치, 낡은 정치가 되살아날 것이다. 부패 정치, 낡은 정치를 하는 정부는 볼 것 없이 무능한 정부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한나라당은) 일부 언론과 한 통속이 되어 있다. 어제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노 정권이 언론과 싸움을 벌여서 친노 세력을 결집하고 있다, 이렇게 논평했다. 이것은 며칠 전에 조선일보 1면 머리기사 제목 그대로다. (거기에 대한) 저의 논평은 '참 가관이다.'
반대로 한나라당이 한 마디 하면 그대로 신문 제목이 되는 경우는 부지기수다. 물론 일부 언론의 일이다. 후보들이 화끈하게 언론의 역성을 들고 나왔다. 참으로 시대에 역행하는 공약을 이처럼 화끈하게 할 수 있을까, 참으로 용기 있는 사람들이다.
무식한 사람은 용감하다. 정말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우리 언론에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 눈을 감으면 항상 눈에 선한데, 저는 이것은 눈을 감지 않아도 눈에 선하다.
기자실이 살아나고, 돈 봉투가 살아나고, 청탁이 살아나고, 띄워주기, 덮어주기, 권언유착이 되살아나고, 가판이 되살아나고, 공직 사회는 다시 언론의 밥이 되고, 공무원의 접대 업무도 되살아나고, 자전거일보, 비데일보가 되살아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언론 자유가 신장되고 국민의 알 권리가 보장되는 것이니까 권언유착이 부활하니까 민주주의는 후퇴한다. 그러면 피해자는 국민이 된다.
◆"한나라당 집권하면 나라 일 걱정·힘없는 사람들의 일은 더욱 걱정"
한나라당이 개헌을 반대했다. 말을 뒤집은 것이다. 논의조차 거부하다가 마지못해 개헌을 하겠다고 약속했는데 후보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다. 당론으로 약속한 것을 깔아뭉개겠다는 심산인 것 같다. 그런데 그래도 언론들은 모른 척 할 것이다.
지난번에 언론도 개헌 문제를 덮어 버리는데 공모했으니까 새삼 들고 나오기가 민망스럽겠지요. 지켜볼 일이다. 두 눈 부릅뜨고 지켜 볼 일이다.
지금이라도 개헌을 해 놓고 대통령이 되면 대통령다운 대통령직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인데, 우선 대통령 되는데 급급해서 대통령이 되고 난 이후의 일은 생각할 겨를이 없는 모양이다. 적어도 노무현 대통령은 후보 때 그렇게 하지 않았다.
아무런 역사 의식도 비전과 전략도 보이지 않는다. 집권 가능성이 가장 높다는 당과 후보가 이 모양이니 그 사람들이 집권하면 나라 일도 걱정이고 힘 없는 사람들의 일은 더욱 걱정이다.
권성희기자 shk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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