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권성희기자][참여정부 평가포럼, 참여정부 정체성과 진보 논쟁 분야]
노무현 대통령은 2일 서울 양재동 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 '참여정부 평가포럼' 월례 강연회에 초청 받아 '21세기 한국, 어디로 가야하나'를 주제로 강연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부터 7시15분까지 4시간 이상 열변을 토했다. 노 대통령의 강연 중 주요 발언을 주제별로 소개한다. 다음은 참여정부의 정체성과 진보 논쟁에 관한 설명이다.
◆"국민 기대 수준 이상 했다..준비 안 된 대통령이란 말 취소해달라
참여정부는 할 일을 제대로 하고 있다. 집안은 끊임없이 시끄러웠지만 한국군은 잘 가고있다. 방향도 괜찮고 속도도 괜찮다. (한나라당이) 흔들지 않은 정책이 없었는데도 그렇게 발목을 잡았는데도, 여소야대 국회인데도 이렇게 된 것은 참으로 신기한 일이다.
5년 전 대통령 선거 때 여러분이 그리고 우리 국민들이 제게 기대했던 것이 무엇이었나. 그 정도는, 기대 수준에 비교해 보면 한참 낫지요? 저는 기대 수준을 넘어섰다고 생각한다.
그런데도 이렇게 시끄러운 것은 그 이후에 새로운 불만들이 생겼기 때문이다. 공약한 것은 다 호주머니에 받아 넣고 '경제 내놔라, 이 사람아' 이렇게. '예, 드리겠습니다. 조금만 기다려 주십시오.'
준비 안 된 대통령, 이런 말씀을 하시는 분이 계신데. 지나고 보니까 그 말은 맞지 않는 것 같다. 그렇게 말하시는 분들에게 '이제는 그 말씀 취소해 주십시오.' 이렇게 말씀 드리고 싶다.
국민의 정부의 정책을 다시 한번 평가해 보면서 과연 지도자의 자리는 머리를 빌려서 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닌 것 같다. 해박한 지식, 탐욕, 지식과 정보에 대한 탐욕, 깊이 있는 사고력, 잘 정리된 가치와 철학이 꼭 필요한 자리인 것 같다.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의 진보는 민노당의 진보와 다르다"
그러면 참여정부, 너의 정체성은 무엇이냐, 참여정부의 정체성은 무엇인가, 민주주의의 정통성을 확실하게 가지고 있는 정부이고, 자주성을 가지고 있는 정부다. 분열주의를 극복하고 국민통합을 지향하는 정권이다.
나는 1988년 분열된 민주세력에 참여한 이래 20년간 줄기차게 일관되게 지역주의와 싸우고 있다. 국민통합을 내걸고 대통령에 당선됐다. 지역주의를 해소하는 것은 역사의 과제이자 참여정부에 부여된 역사의 소명이다.
참여정부는 진보를 지향하는 정부다. 참여정부는 역시 평화를 지향하는 정부다. 국민의 정부하고 똑같네 뭐.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의 진보는 민주노동당의 진보와 어떻게 다른가, 실현 가능한 대안이 있는 정부다. 현실에서 채택이 가능한 대안, 그리고 타협 가능한 수준으로 정책을 만들고 현실에 적용할 대안을 만든다. 법으로 고용을 만들 수 있나. 법으로 정규직을 만들 수 있나.
만사를 법으로 해결할 수는 없는 것이다. 세상 돌아가는 이치에 맞는 정책이라야 그 정책이 성공할 수 있는 것이. 현실 돌아가는 이치에 맞도록 진보적 정책을 쓰자. 이것이 민주노동당과 다른 것이다.
재원조달이 가능한 정책이라야 한다. 예산의 구조조정도 한계가 있고 세금을 함부로 만들고 올릴 수도 없다. 그래서 이 현실에 적용 가능한 진보, 그러니까 실용적 진보이지요. 시장 친화적인 진보다.
◆"미국 배척할 이유 없다..반미도 사대주의다"
개방의 문제를 이념의 문제로 볼 이유가 없다고 보고 능동적 개방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점이 기존의 진보와 좀 다르다. 배타하지 않는 자주다. 반미, 이것도 또한 사대주의다.
미국을 배타적으로 배척할 이유는 없다. 바로 잡을 것만 냉정하게 바로 잡아가면서 또 바로 잡고 고칠 것은 고치되 한꺼번에 마음 상하고 그렇게 해서 좋은 일도 없고 또한 다 성취할 수도 없다.
힘도 없으면서 오기만 가지고 다 되는 일은 아니다. 그래서 합리적으로 대응해 나가는 자주의 노선이 필요하다. 대화하는 진보, 타협하는 진보다. 대화와 타협은 민주주의의 요체다.
비타협 노선은 근본주의, 절대주의에 근거하는 투쟁전략이다. 절대주의 비타협 노선은 민주주의가 아닙니다. 상대주의와 관용의 원리에 반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비타협노선이 가끔 보면 승리에 집착해서 책략에 매몰되거나 극단적인 전향을 하기도 한다. 지금 한나라당에 그런 사람이 꽤 있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 열린우리당의, 참여정부의 진보를 합리적 진보, 또는 실용적 진보, 유연한 진보, 이런 용어 중의 하나로 표현하고 있다.
권성희기자 shk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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