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최진숙기자][-한 주간 인터넷 이슈- 사모님 환영, 전직 삼성맨의 고백, 故여재구씨 마지막 방송]
【편집자주=인터넷이 여론을 만드는 장이라는 사실은 두말할 필요도 없겠지요. 'e이슈!아슈?'에서는 매주말, 네티즌들의 시선을 '낚은' 인터넷 핫 이슈들을 모아 여러분들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그럼 이번 주 이슈의 세계로 들어가보시죠.】
◆시장·구청장 사모님도 계급장 달았나
서울 성북구청 공무원들이 시간외수당을 타내기 위해 허위로 퇴근 지문도장을 찍다 들통이 나 비난을 받은데 이어, 중구청 공무원들이 시장 및 구청장 부인들을 환영하는 플래카드를 내걸어 네티즌들의 빈축을 사고 있습니다.
중구청은 29일 오전 10시30분부터 진행된 서울시장 및 25개 구청장 부인들의 모임을 환영한다는 내용의 플래카드를 청사 정문에 내걸었습니다. 플래카드의 문구는 ‘서울시장 사모님 구청장 사모님 중구청 방문을 환영합니다’. 마침 청사 앞을 지나던 한 시민이 이를 사진으로 찍어서 “관료주의의 극치를 보여준다”는 글과 함께 한 포털 사이트의 토론방에 올렸고, 게시물은 삽시간에 유포됐습니다. 1일 현재 조회수가 16만 클릭을 넘어섰고, 네티즌들의 댓글 폭격도 이어졌습니다.
네티즌들은 한마디로 “어이가 없다”는 반응입니다. “시장 사모님 방문이 플래카드까지 내걸어서 광고할 일인가, 아부가 너무 심하다고”고 꼬집는가 하면 “코미디다, 계속 달아라. 중구청 지나가는 시민들이 비웃도록”이라고 야유하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주민들이 내는 세금이 아깝지 않으냐, 주민소환제를 실시해 중구청장을 재평가해야 한다”는 비판까지 서슴지 않았습니다.
중구청 홈페이지 게시판에도 구민들의 항의가 올랐습니다. “서울시민을 위해 노력하시는 오세훈 시장님, 구청장님 이하 직원분들께 감사드립니다”며 조롱하기도 하고 “구청 직원들의 허리를 숙여야 할 대상은 사모님들이 아니라 철거민을 비롯한 소외된 이웃이 아닐까요?”라며 충고를 남기기도 했습니다.
이에 대해 중구청 관계자는 “25개 구청 사모님들이 모두 참석하는 행사였기에 걸었다”며 “행사가 시작된 10시30분에 맞춰 현수막을 걸었다가 사모님들이 떠나자마자 철거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무명배우는 유작도 없나지난달 29일 목을 매 숨진채 발견된 재연배우 故여재구씨(왼쪽 사진)의 유작이 방송되지 못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네티즌들이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MBC 예능프로그램 ‘서프라이즈’측이 故여재구씨의 출연분을 삭제한 후, 재촬영해 방송할 것을 밝히자, “유작을 보여달라며” 네티즌들의 청원이 시작됐습니다. 故여재구씨는 지난달 25일 촬영을 마친 오는 3일 방송분에서 불법 장기이식을 수사하는 형사역으로 출연했습니다.
‘서프라이즈’ 제작진은 5월31일 “고인이 생전에 촬영한 방송분이 남아 있지만 예능 프로그램이라는 점을 감안해 고인의 촬영분을 들어내고 30일 다른 배우를 캐스팅해 재촬영했다고”고 밝혔습니다.
네티즌들은 제작진의 결정에 반발했습니다. ‘서프라이즈’ 게시판에는 고인의 유작을 시청하고 싶다는 요청이 쇄도하고 있습니다. 고인이 재연배우이기 때문에 유작도 남길 수 없냐는 의견들이 많습니다. KBS 1TV의 일일극 ‘하늘만큼 땅만큼’의 경우 5월29일 고인의 생전 모습을 그대로 방송했습니다.
한편, 포털의 게시판에 고인의 동료임을 밝힌 한 네티즌이 재연배우의 고충을 호소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한 달에 백만원 남짓한 수입으로 근근한 삶을 이어가는 재연배우들의 생활고와 연기에 대한 열정을 자세하게 소개했습니다. 고인이 앓았다던 우울증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죠. 쓸쓸히 사라진 한 무명배우의 뒷모습을 추억할 기회를 가지기를 바랍니다.
◆내가 사랑하는 삼성을 떠나는 이유
‘꿈의 직장’으로 불리는 삼성그룹 계열사에 입사했다가 공개 사직서를 남기고 퇴사한 청년이 화제입니다. 지난달 31일 머니투데이의 ‘내가 사랑하는 삼성을 떠나는 이유’기사가 나가자 취업생들의 비난과 격려가 댓글로 쏟아지고 있습니다.
전직 삼성맨의 사연은 이렇습니다. 삼성물산에 입사했다가 1년만에 공개 사직서를 남기고 회사를 떠납니다. “냄비속 개구리가 되고 있다”는 내용의 사직서를 5월30일 사내 게시판 ‘싱글’에 올린 것이죠다. 이 사원은 “그토록 사랑하던 회사를 떠나려 한다”며 다른 직장을 찾았거나 학업을 잇기 위해 퇴사하는 것이 아니라 조직에 대한 실망 때문에 떠난다고 밝혔습니다.
직장의 음주문화에 실망한 사연이 눈길을 끕니다. "술들은 왜들 그렇게 드시는지, 결제는 왜 법인카드로 하시는지, 전부 다 가기 싫다는 회식은 누가 좋아서 그렇게 하는 것인지"라며 강제인지 자의인지 모를 음주문화를 비판했습니다. 그는 "개구리를 냄비에 집어넣고 물을 서서히 끓이면 개구리는 적응하고, 변화한답시고, 체온을 서서히 올리며 유영하다가 어느 순간 삶아져서 배를 뒤집고 죽어버리게 되는데 냄비를 뛰쳐나가는 변혁이 필요한 시기에 그때 그때의 상황을 때우고 넘어간다"라며 창의성을 저해하는 것은 조직 자체임을 표했습니다.
그는 또 “제 동기들은 제가 살면서 만나본 가장 우수한 인적 집단"이라며 "제발 저의 동기들이 바꾸어 나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달라"며 안타깝게 호소했습니다. ”지금부터 10년, 20년이 지난후에 저의 동기들이 저에게 너 그때 왜 나갔냐. 조금만 더 있었으면 정말 잘 되었을텐데 말을 해주었으면 좋겠다“라며 바람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네티즌들의 반응은 지지와 비난이 반반 갈렸습니다. 상당수의 네티즌들이 ‘요즘 젊은이’를 운운하며 참을성 없이 직장을 뛰쳐나간 것을 비난했습니다. 반면 절반의 네티즌들은 중요한 것은 생존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라며 격려를 하고 있습니다.
최진숙기자 jopl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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