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정범영 힘찬병원 정형외과 과장]【골프와 관련된 부상과 관련, 힘찬병원 정형외과 정범영 과장의 '골프와건강' 칼럼을 격주간으로 싣숩니다. 정 과장은 서울대병원 정형외과 전공의 수료후 국군수도병원 정형외과 과장 등을 역임했습니다.】
손가락을 구부렸다 펴기가 불편하다며 병원을 찾은 최모씨(48세). 처음에는 손가락을 구부릴 때 조금 저리는 정도여서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며칠 전부터는 중지와 약지가 다른 손가락들보다 덜 구부러지는데다, 펼 때도 두 손가락은 더 늦게 펴지면서 ‘뚝’ 소리가 나자 걱정이 돼 정형외과를 찾게 되었다.
최씨는 특별히 손을 많이 쓰는 일을 하는 것도 아닌데 왜 손가락에 문제가 생겼는지 궁금했다. 정형외과 전문의에게 상담과 진찰을 한 결과 세달 전 시작한 골프가 손가락 이상의 원인이라는 소견이 나왔다.
골프를 칠 때 힘이 많이 들어가게 되는 허리나 팔꿈치, 어깨가 아닌 손가락에 무리가 간다는 사실은 쉽게 이해가 가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손가락 부상은 골프를 막 시작한 초보에게서는 흔하게 나타나는 증상이다. 이른바 ‘방아쇠 수지’라 불리는 질환이다. 손가락을 구부릴 때 마치 총의 방아쇠를 당기는 것과 같이 힘이 드는 증상 때문에 붙여진 이름으로, 병리학적인 병명은 ‘손가락 협착성 건초염’이다.
방아쇠 수지가 골프 초보들에게 흔한 이유는 너무 긴장하거나 의욕이 앞서 그립을 지나치게 꽉 잡는 습관 때문이다. 골프채를 꽉 잡게 되면 손바닥과 손가락 아래쪽이 긴장되어 스윙이 뻣뻣해지고, 손을 구부릴 때 사용하는 손가락 힘줄에 염증이 생겨 두꺼워진다. 힘줄은 힘줄 자체가 튀어나오지 못하도록 감싸고 있는 활차라는 막 안에서 미끄러지듯 움직여 운동하게 되는데, 힘줄이 두꺼워 지면 활차에 걸려 힘줄이 움직이지 못하게 됨으로써 손가락을 구부리기 힘들어지는 것이다.
이같은 방아쇠 수지는 초보골퍼들 외에도 식칼을 쥐는 일이 많은 주부나 요리사, 운전대를 오래 잡는 운전자들에게도 많이 생긴다. 특히 45세 이상의 중장년층에서 발생률이 높고, 남성보다는 여성 환자가 3배 이상 많다. 증상이 가벼울 때에는 소염제를 먹거나 스테로이드제를 주사해 염증을 없애고 휴식을 취하면 나아진다. 그러나 이런 치료가 효과가 없을 때에는 손가락의 힘줄이 걸리는 활차 부분을 절개하는 간단한 수술이 필요할 수 있다.
골프로 인한 방아쇠 수지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손가락을 쥐었다 폈다 하는 스트레칭도 도움이 되지만, 무엇보다 그립을 쥘 때 힘을 빼는 것이 우선이다. 게다가 그립을 가볍게 쥐면 손목을 이용한 자연스런 코킹이 이루어지고 헤드에 더 큰 힘을 전달할 수 있어 공이 더 멀리 날아가는 효과도 있다. 골프 교본에는 그립을 쥘 때 ‘참새를 손에 쥐고 있듯이’ 하라고 되어있다. 너무 세게도, 그렇다고 클럽이 빠져나갈 정도로 너무 약하게도 잡지 말라는 것이다.
정범영 힘찬병원 정형외과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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