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김희정기자]31일 법원이 리니지 명의도용 피해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리면서 엔씨소프트가 명의도용을 방조했다는 오명에서 벗어났다. 게임업체는 명의도용 주체가 아니라 매개체이고 사후 대책에 적극 나선 만큼 방조 책임이 없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이번 판결로 작업장 운영자 7명에 의해 28만여명의 명의가 도용되고, 명의도용 피해자들 중 8574명이 법률포털과 인터넷 카페를 통해 결집해 1인당 100만원의 피해보상을 요구한 이번 소송은 일단락됐다.
엔씨소프트는 명의도용 방조 혐의로 부사장이 입건되는 등 근 1년간 시달린 송사에서 한시름 놓았다는 표정이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명의도용 방지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왔다는 점을 법원이 인정해준 것"이라고 전했다.
게임업계는 엔씨소프트의 손을 들어준 법원의 판결에 동병상련의 심리로 일단 안도하는 분위기지만, 이번 사건을 '타산지석'으로 삼자는데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
한 게임업체 관계자는 "게임업체 스스로 명의도용을 막기 위한 기술적인 노력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명의도용으로 인한 정신적 피해를 개별업체가 부담해야 한다면 그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기업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리니지'처럼 집단적인 명의도용 사례는 없지만 해킹, 아이디 도용은 다른 게임업체 역시 남의 일이 아니다. 그로 인한 직간접적 폐해는 국내 게임산업 성장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국민게임 '리니지'는 대중적인 타이틀 만큼 이른바 '작업장'으로 인해 직간접적인 피해를 입어왔다. 게임의 이미지 실추는 차치하더라도 자동사냥프로그램에 대한 불만으로 게임에서 이탈하는 유저층도 적지 않다.
명의도용으로 사상 초유의 송사에 휘말린 것은 이용자수가 많고 게임머니 거래가 워낙 활성화된 '리니지'의 숙명이라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게임 내 경제 시스템을 악용하기 위해 명의도용 및 해킹을 감행하는 '꾼'들의 횡포는 비단 '리니지' 만의 문제는 아니다.
게임업체들은 명의도용 뿐 아니라 아이디 도용, 해킹 등을 막기 위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수성전을 펼치고 있다. 개별 게임이나 게임사 별 빈도의 차이가 있을 뿐 기술적으로 아무리 조치를 취해도 또 다른 루트나 방법을 통해 해킹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게임업체들은 '리니지' 명의도용 사태 이후 가입 시 휴대폰이나 공인인증서를 통해 본인 확인 절차를 강화하고 게임 유저들이 비밀번호를 수시로 바꾸게 하기 위해 개별 캠페인까지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모 게임업체 관계자는 "중국 작업장들의 폐해에 학을 떼 중국 IP를 막을 것까지 고려했지만 현실적으로 모든 리스크를 100% 차단하기는 어렵다"며 "업체들의 노력 만큼 자신의 개인 정보를 보호하기 위한 유저들의 자발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김희정기자 dontsig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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