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양영권기자]서울고법 형사4부(재판장 윤재윤 부장판사)는 1일, 김재록 전 인베스투스글로벌 회장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정건용 전 산업은행 총재에 대한 항소심에서 징역6월에 집행유예1년, 추징금 937만8000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돈을 받고 부정하거나 비양심적인 행동을 하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이지만, 중대한 직책을 맡고 있던 중에 뇌물죄를 저질렀다는 점에서 징역형을 선고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정씨의 혐의 가운데 산은 총재 재직 시절 김씨로부터 여행 경비로 1만달러를 받은 혐의는 1심대로 유죄로 봤지만, 퇴임 후 사무실을 무상으로 제공받은 점에 대해서는 무죄 판단을 내렸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김씨와 친분 때문에 1만달러를 받은 것이어서 직무 관련성이 없다고 주장하나 뇌물죄는 직무관계에 있어 반드시 대가나 청탁이 있어야만 성립하는 것이 아니며, 공직에 있는 사람은 직무와 추상적인 관련만 있어도 돈을 받으면 안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 "사무실 제공 약속은 피고인이 퇴임이 확정된 4월10일 이후에 맺어진 것으로 봐야 하는데, 퇴임이 확정된 피고인에게 뇌물을 주려는 의도는 없었을 것"이라며 "직무 관련성을 인정할 수 없고, 더군다나 공무원 신분이 상실된 자가 얻은 이득까지 뇌물죄로 의율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다만 "이 부분은 공직자윤리법에 취업 제한 규정에 위반될 여지가 있지만, 이에 대한 형사 소추가 불가능한 것은 입법론적으로 풀어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정씨는 2001년 12월 김씨로부터 산업은행이 발주하는 각종 컨설팅 업무를 아더앤더슨코리아가 맡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부탁과 함께 1만달러를 받고, 산업은행 총재직에서 물러난 직후인 2003년 5월부터 10개월 동안 김씨로부터 80평 사무실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사용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에서는 징역8월에 집행유예2년, 추징금 937만8000원을 선고받았다.
양영권기자 indep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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