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박형기국제부장]30일 중국 당국이 주식 거래세를 3배 인상하자 증시가 6.5% 급락했다. 그러나 상하이 증시는 다음날인 31일 곧바로 반등했다.
중국증시가 이렇게 빠른 회복력을 보여주고 있는 것은 시중에 유동성이 넘치기 때문이다. 그 풍부한 유동성을 공급해 주는 곳이 바로 전당포(典當鋪)다.
우리에게는 60~70년대 산물로 아득히 멀어져 간 전당포가 중국에서는 주식광풍에 편승, 때아닌 대호황을 누리고 있는 것. 중국 인민들은 주식에 투자할 종자돈 마련을 위해 집이며, 자동차며, 소까지 전당포에 맡기고 있다.
특히 지난 1월 금융당국이 주식시장의 과열을 방지하기 위해 주식투자를 위한 은행대출을 전격 금지하면서 전당포는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상하이증권보 등 중국 현지 언론에 따르면 한 투자자는 집을 전당포에 맡겨 담보로 6만위안(720만원)과 현금 2만위안(240만원)을 합쳐 8만위안을 증시에 투자했다. 그는 또 이 8만위안 어치의 주식을 다시 전당포에 맡겨 추가로 6만 위안어치의 주식을 샀다. 모두 14만위안 어치의 주식을 산 셈이다.
전당포 이자는 매달 3% 정도라고 한다. 10만위안을 빌리면 매달 3000위안을 이자로 내야한다. 주가가 매달 3% 이상 올라줘야 손해를 보지 않는다. 중국증시는 지난해 130% 오른데 이어 올들어 50% 가량 상승했다. 한달에 약 10%씩 오르고 있는 셈이다. 전당포 이자가 3%이니 7%를 챙길 수 있다.
한 전당포 주인은 "과거에는 중소기업 사장들이 급전조달을 위해 달려왔지만 지금은 50% 이상이 주식에 투자하려는 사람들"이라며 투자열기를 전했다.
그동안 전당포의 대목은 설이었다. 중국의 중소기업 업주들은 설연휴에 상여금을 주지 않으면 직원들이 설연휴가 끝난 후에 아무런 연락도 없이 나오지 않기 때문에 직원들을 잡아두려면 전당포를 이용해서라도 급전을 빌려 상여금을 줘야 했다. 설을 전후에 중소기업 업주들이 맡긴 자동차가 전당포를 점령하고 있는 모습은 더 이상 낯선 풍경이 아니다. 그러나 지금은 일반인들이 주식투자를 위해 전당포를 찾기 때문에 대목이 따로 없다. 날마다 대목인 셈이다.
중국의 전당포는 수천년의 역사를 갖고 있다. 그러나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의 출범과 함께 전당업이 금지됐다. 당시 상하이의 전당포 업자들은 대거 홍콩으로 망명했다. 원래 숫자와 부기에 밝은 이들은 서구의 금융기법을 재빨리 읽혔고, 홍콩 금융산업 발전의 초석을 놓았다.
중국인민공화국의 출범과 함께 자본주의의 상징으로 낙인찍혀 전당업이 공식 금지된 과거를 생각해보면 또 하나의 ‘상전벽해(桑田碧海)’다. 인민공화국 출범 이후 금지된 전당업이 부활한 건 개혁·개방이 본격화되면서 부터다. 하지만 구색을 갖춘 건 10여년 전부터다.
최근에는 업소 등기비용마저 200만위안(약 2억4000만원)에서 300만위안(약 3억 6000만원)으로 올랐다. 이쯤되면 그냥 전당포가 아니다. 제법 구색을 갖춘 사금융기관이다.
공산당은 전당업의 효용성을 인정하고 있다. 본래 은행이 해야 할 일이지만 여러가지 현실적인 이유 때문에 못하는 것을 전당포가 대신하기 때문이다.
문턱이 높은 은행 대신 서민들을 위한 전당포가 중국 인민들에게 풍부한 유동성을 공급하며 중국증시와 함께 힘찬 비상을 하고 있는 것이다. 2007년 중국은 중화인민공화국이아니라 중화전당포공화국이지 싶다.
박형기국제부장 sino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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