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김진형기자][[총수들의 민간 경제외교]이건희 삼성 회장, 4년 와신상담 유치재도전]
2003년 7월 체코 프라하. 2010년 동계올림픽 후보지 최종 결선 투표가 벌어졌다. 온 국민의 염원을 업고 나선 평창은 최종 결선 투표에까지 올랐지만 결국 3표차로 패배했다.
아쉽게 탈락했지만 당시까지만 해도 무명에 불과했던 평창이 이만큼 선전할 수 있었던데는 온 국민의 성원과 함께 삼성과 이건희 회장의 민간외교도 적지 않은 힘이 됐다.
이 회장은 당시 국내에서 동계 올림픽 붐 조성을 위해 2003년 초부터 스키를 배우는 등 올림픽 유치 활동에 총력을 기울였었다. 삼성은 ‘런 투게더 프라하’, ‘오픈 에어 콘서트’, ‘자선 바자’를 잇달아 개최하며 프라하 시내를 삼성 물결로 뒤덮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인 이 회장은 공식행사엔 가급적 참석하지 않고 물밑에서 적지 않은 IOC위원을 개별 접촉하며 힘을 보탰다.
4년을 와신상담한 평창이 다시 한번 올림픽 유치에 나섰다. 그리고 이 회장이 또다시 그 뒤를 받치고 있다.
올림픽 유치 활동에는 제약이 많다. 유치 위원회 차원에서 투표권을 가진 IOC 위원을 초청하거나 방문하는 것 자체가 금지돼 있다. 이 때문에 유치 희망국 IOC 위원의 역할이 중요하다. 한때 3명의 IOC 위원을 보유했던 우리나라는 김운용 전 IOC 위원이 사퇴했고 박용성 전 두산그룹 회장의 IOC 위원 자격이 정지(지난달 회복)되면서 그동안 이 회장의 역할이 그만큼 막중했다.
이 때문에 좀처럼 외부 행사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이 회장이지만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와 관련된 행사에는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참석하는 등 분주하게 움직여 왔다.
2005년 싱가포르에서 열렸던 IOC 총회 때는 아침 운동을 하다 다리를 다쳤음에도 휠체어를 타고 유치 활동을 벌이는 부상투혼을 발휘했을 정도다. 2006년 4월 서울에서 열린 국가올림픽위원회 총연합회(ANOC) 총회에서는 IOC 집행위원들을 초청해 만찬을 주최하기도 했다. 동계올림픽 개최지 결정을 위한 IOC 총회가 열리는 올해는 연초부터 강행군이다. 1월에는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평창 유치지원 회합'에 참석했고 2월에는 보광휘닉스파크까지 가 IOC 실사단을 영접하기도 했다.
3월에는 유럽과 북아프리카 사업현장을 둘러보면서 간접적으로 유치 활동을 펼쳤고 4월에는 중국으로 날아가 베이징에서 열린 삼성의 올림픽 후원 조인식에 참석했다. 이 회장은 이날 행사에 참석한 자크 로게 IOC 위원장과 33명의 IOC 위원들을 상대로 '평창 지지'를 당부하기도 했다.
이 회장은 또 동계올림픽 개최지를 결정하는 오는 7월 4일 과테말라 IOC 총회에도 직접 참석할 예정이다. 아직까지 부동표가 많은데다 지난 2003년 투표 당시에도 당일 상당수 IOC 위원들의 표심이 움직였다는 점에서 현장 활동이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 회장이 이처럼 동계올림픽 유치 활동에 올인하고 있는 이유는 올림픽 유치가 미치는 파급효과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1998년 서울올림픽 개최가 국민소득 1만달러 시대를 여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면 2014년 동계올림픽을 평창에 유치할 경우 국민소득 3만달러에 진입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또 이미 세계에서 7번째로 '트리플 크라운'(하계올림픽, 월드컵,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달성에 성공한 우리나라가 동계올림픽까지 유치하면 세계 5번째로 '그랜드 슬램'을 이루게 돼 국가 이미지 제고에도 긍정적이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올초 평창이 경쟁 후보지에 비해 다소 밀린다는 분석이 있었지만 2월 이후 지지율이 크게 오르고 있다"며 "이건희 회장이 이번에는 반드시 성사시킨다는 각오로 그룹 경영에 바쁜 와중에도 올림픽 유치와 관련된 활동에 주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진형기자 jh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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