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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이상배기자][[기자수첩]'국기에 대한 맹세' 문구 수정에 즈음해]


"나는 자랑스런 태극기 앞에 조국과 민족의 무궁한 영광을 위하여 몸과 마음을 바쳐 충성을 다할 것을 굳게 다짐합니다."

대한민국에서 나서 자랐다면 지금껏 수도 없이 읖었을 '국기에 대한 맹세'다. 때론 마지못해, 때론 애국심에 북받쳐서.

하지만 한민족이 아닌 외국인은, 또는 외국인의 자녀들은 이 맹세를 읊어야 할 때 어떤 기분이 들까? 몸과 마음을 바쳐 충성할 대상 가운데 하나인 '민족'이 한민족임에 분명한데, 그들은 과연 이 맹세를 진심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 4월24일 기준으로 우리나라에 체류 중인 외국인의 수는 93만9000명에 달했다. 공식 집계에 잡히지 않은 외국인까지 합치면 100만명이 넘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의 인구 대비 외국인 체류자 비중은 2050년 9.2%까지 높아질 것이라는게 법무부의 내부 추산이다. '다민족 사회'가 멀지 않은 셈이다.

국제결혼도 급증세다. 지난해 전체 결혼 건수 가운데 11.6%가 국제결혼이었다. 1990년 100쌍 중 1쌍에 불과했던 국제결혼 비중이 15년만에 10배 이상으로 늘어난 셈이다.

빠르면 6년 뒤에는 이들이 낳은 자녀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한다. 출산율이 다르지 않다면 그 때쯤 초등학생 1학년 아이들 8명 가운데 1명에는 절반 이상 '비(非) 한민족'의 피가 섞여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대로라면 이 아이들 역시 행사 때마다 국민의례와 '국기에 대한 맹세'라는 의무는 피할 수 없다.

2010년 이후에는 '노동력 부족' 현상이 현실화될 것이라는게 정부의 추정이다. 일손을 메워줄 외국인이 절실한 때다.

그러나 '비 한민족'에 대한 정서적 개방도는 여전히 부족한게 현실이다. 최근 한 언론사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한국인 여부를 판단할 때 혈통'을 중요한 기준으로 삼는다"는 응답이 83%에 달했다.

정서적 거리감은 동남아 출신들에게 특히 심했다. 이 조사에서 "베트남인 또는 필리핀인을 자녀의 배우자로도 맞을 수 있다"는 응답은 3%에 불과했다.

우리나라 근로자 가운데 외국인의 비중이 일본, 헝가리와 함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 최하위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도 이런 '민족적 배타성'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마침 행정자치부가 '국기에 대한 맹세'의 문구를 수정하겠다고 나섰다. 그러나 행자부가 제시한 3개 대안 가운데 2개에는 여전히 "민족의 ~을 위하여"라는 표현이 포함돼 있다. 그나마 나머지 1개는 '조국과 민족'을 '대한민국'이 대체했다.

새로운 '국기에 대한 맹세' 문구는 국민 의견을 고루 수렴해 결정할 일이지만, 이번 기회에 '비 한민족'에 대한 배려도 반영되길 기대하는 건 너무 치우친 생각일까?


이상배기자 ppark@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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