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이학렬기자][PR 몰매 맞은 대형주 하락..외인 주도력 잃고 곳곳서 '패배']
중국의 긴축 3종 셋트가 증시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결과는 달랐다.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경고는 석가탄신일로 묻혔다. 미국의 금리인하 난망론으로 미국 증시는 큰 폭의 하락을 보였지만 국내증시는 2포인트 하락으로 끝났다.
북한이 미사일을 쏘아올렸으나 신문지면에는 다른 뉴스로 가득했고 증시에서는 거론조차 안됐다.
그리고 30일 장중 가장 영향력이 있다는 중국 증시가 급락했지만 코스피지수는 상승하는 놀라운(?) 힘을 발휘했다. 힘의 원천은 '돈'이었다. '돈'의 힘을 우선 바라보자.
전날 올해 들어 첫 백워데이션을 기록한 베이시스가 이날 콘탱고로 전환됐지만 수준은 여전히 낮았다. 당연히 컴퓨터는 저평가된 선물을 사고 고평가된 현물을 파는 움직임을 보일 수 밖에 없다.
프로그램의 영향을 받는 대형주들은 하락할 수 밖에 없었다. 600억원이 넘는 프로그램 매물로 삼성전자는 1%가까이 하락했다. 포스코와 국민은행은 각각 250억원에 가까운 프로그램 매물을 이겨내지 못했다. 신한지수는 146억원의 매물로 2.65% 하락했다.
하지만 이날 프로그램 매매의 영향을 비교적 덜 받은 중소형주들은 강세를 보였다. 특히 코스닥시장이 돋보였다. NHN은 시상최고치를 경신하면서 시가총액 8조원을 넘어섰다. 일본의 아나항공과 자본제휴를 결정한 아시아나항공도 급등했다.
수익이 날만한 곳을 찾는 돈이 가장 좋아하는 것은 인수합병(M&A)이다. 박종수 우리투자증권 사장이 대형증권사의 인수 의사를 밝힘에 따라 현대증권은 상한가로 직행했다. 대우증권 역시 '우리투자증권 효과'로 10%이상 급등했다. 코스피200에 편입된 종목은 추가적인 매수세가 기대되기 때문에 상승할 수 있다. 일성신약, VGX인터 등 신규편입 종목은 10%이상 올랐다.
펀더멘털을 분석하기 전에 수급이 앞서고 있다. 돈이 몰리는 곳이 플러스(+)가 있다. 증시로 돈을 계속 몰리고 있다.
이날 국고채 3년물의 수익률은 5.18%다. 1년래 최대치다. 금리가 오르는 것은 주식시장에 좋지 않다. 기업 부채 부담을 증가시키고 이익을 감소시키는 등 기업가치를 훼손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의 금리상승은 투자가 이끄는 경기상승 국면에 의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조중재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외환위기 이후 기업들의 축소 경영이 끝나고 투자의 시대가 도래했다"고 말했다. 부채축소에만 매달렸던 기업들이 성장의 한계에 봉착해 더 이상 투자를 미룰 수 없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결국 최근의 금리상승은 경기회복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음을 알리는 신호인 셈이다.
금리가 높아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안정적인 고정수입을 기대하지 않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은행들이 특판경쟁을 통해 지난달 예금금리가 2001년 9월이후 5년7개월만에 최고 수준인 4.84%로 뛰어올랐다. 그러나 은행들의 특판은 증권사 CMA로 자금이 빠져나가는 것을 막기 위한 고육책일 뿐이다. 오히려 은행의 예금금리 인상은 주식의 매력을 더욱 강조하고 있다.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적립식 판매잔액은 30조2439억원으로 1년만에 감소했지만 계좌수는 854만 계좌로 늘어났다. 환매를 늘렸지만 투자는 계속하고 있다는 의미다.
지수가 2000을 향해 달려가면서 2000시대에 걸맞는 모습이 발견되고 한다. 위험을 회피해 저축으로 갔던 투자자들은 위험을 관리하는 법을 배워 증시쪽으로 무대를 옮기고 있다. 외국인에 의해 주도됐던 시장은 내국인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
4월이후 삼성전자를 사들인 외국인의 평균 매수금액은 58만7800억원에 달한다. 이날 종가 53만2000원 기준으로 9.5%나 평가손실을 보고 있는 셈이다. 외국인들은 삼성전자를 매수하거나 선물 매도를 통해 시장의 주도를 찾으려 했지만 '돈' 많은 내국인들의 뚝심에 번번히 '판정패'하고 있다.
이학렬기자 toots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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