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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로즈호 침몰사고에 대해 우리 정부가 두 선박이 모두 안갯속 항해 규칙을 어겼다는 요지의 중간 조사결과를 30일 내놓음에 따라 쌍방 과실에 무게를 두고 있는 중국측의 논리에 힘을 실어준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골든로즈호의 항적이나 부딪힌 부위, 진성호와의 충돌 각도 등이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성급히 중간 조사결과를 발표했다는 지적이다.



◇ "두 선박 모두 안갯속 항법 미준수"

지난 22일부터 25일까지 골든로즈호 침몰사고에 대한 중국 현지 조사를 벌인 해양수산부 조사단의 중간 조사결과는 ▲진성호와 골든로즈호 모두 안갯속 항법을 준수하지 않았다 ▲진성호와 골든로즈호 선장 모두 사고 당시 직접 선박을 운항하지 않았다로 요약된다.

조사단은 중국 당국으로부터 얻은 두 선박의 항적을 기록한 자동확인시스템(AIS) 자료를 분석한 결과 사고 당시 짙은 안개로 시계가 300∼400m로 제한된 상태에서 레이더를 통한 상대선의 동정파악을 소홀히 했고, 안전한 속력으로 감속하지 않는 등 국제해사기구(IMO)의 국제항법규칙에 규정돼 있는 안갯속 항법을 준수하지 않은 채 항해했던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조사단은 아울러 중국측 조사자료에 근거해 진성호 선장이 사고 당시 직접 선박을 운항하지 않아 침실 부근에서 사체가 발견된 골든로즈호 선장과 마찬가지로 사고 당시 직접 선박을 운항하지 않았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물론 조사단은 이같은 조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안갯속 항법을 지키지 않았다고 해서 중국측이 주장하듯 쌍방 과실을 인정하는 것은 아니다"고 전제하고 "골든로즈호와 진성호 중 어떤 선박이 주로 과실을 범했는지 여부는 중국측 자료를 바탕으로 사고 당시를 재현하는 시뮬레이션과, 골든로즈호에 대한 수중촬영 결과, AIS 자료 등을 토대로 양 선박의 움직임과 충돌 각도, 부딪힌 부위 등을 정밀하게 분석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진성호는 선체와 선원 모두 무사한 반면 골든로즈호의 선체는 가라앉았고, 선원도 전원 사망하거나 실종된 상황에서 조사단의 이같은 중간 조사결과에는 골든로즈호 침몰사고가 양측 모두의 과실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중국 당국의 입장을 뒷받침하는 내용 외에 새로운 사실이 포함돼 있지 않아 쌍방과실이라는 중국측의 논리에 힘을 실어준 것 아니냐는 우려가 일고 있다.



◇ 의문점은 여전

해양부 조사단의 중간 조사결과는 골든로즈호 침몰사고와 관련된 의문점 중 아무 것도 해소해주지 못했다.

사고원인은 커녕 진성호와 골든로즈호 중 어떤 배가 먼저 들이받은 것인지, 양 선박의 항적은 어떠했는지, 어떤 선박에 과실이 있는 지, 조난장치는 왜 작동하지 않은 것인지, 골든로즈호가 왜 그렇게 빨리 가라앉았는 지 등 브리핑에서 제기된 의문점에 대해 조사단은 "중국측 자료를 바탕으로 사고 당시를 재현하는 시뮬레이션과, 골든로즈호에 대한 수중촬영 결과, AIS 자료 등을 토대로 정밀 분석하겠다"는 답변만 되풀이했다.

더구나 조사단은 중국측으로부터 AIS 자료와 진성호의 선장과 선원 등의 진술자료를 확보했음에도 가장 큰 의문점인 진성호가 사고후 인명구조를 하지 않은 이유, 사고발생 후 다롄까지 3-4시간 걸리는 항해를 왜 12시간이나 했는 지 등에 대해서도 답을 내놓지 못했다.



◇ 다음주 중국 조사결과 발표 주목

조사단에 따르면 중국은 내주 중 골든로즈호 침몰사고에 대한 조사결과를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사단은 "중국측은 내주 중 자체조사 결과를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앞으로 중국측 조사 결과를 면밀히 검토한 뒤 미진한 부분에 대해서는 우리측 조사 결과를 토대로 세밀하게 대응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사단은 중국측의 발표를 보고 대응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만약 중국측이 일방적인 조사결과를 토대로 쌍방 과실을 강조하는 결과를 내놓을 경우 뒤늦은 우리나라의 자체조사로 결과를 뒤집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조사단은 "선박의 움직임이 양쪽에서 똑같이 분석돼도 다른 의견이 나올 수도 있고, 진술서도 우리가 여러 전문가들과 같이 검토해서 분석하면 중국과 다른 결론이 나올 수 있다"면서 "현재까지는 사실관계만 파악됐고 선박의 움직임과 속력, 침로 등을 시간별로 분석한 뒤 선원들의 진술 등을 가미해서 전문가들과 함께 시뮬레이션을 하면 사고원인이나 사고에 대한 자체판단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우리측 자체조사 1∼3개월 걸릴 듯

중국측의 최종 조사결과 발표가 임박한 가운데 우리측의 최종 조사결과가 나오기까지는 한 달에서 길게는 두 세달이 걸릴 가능성이 높다.

조사단 관계자는 "중국측에서 확보한 두 선박의 AIS 자료를 합성하고, 골든로즈호에 대한 수중촬영 자료를 전문기관에 맡겨 분석해 사고당시를 재현하는 등 시뮬레이션을 해보려면 최소한 한 달, 보통 두 세달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렇게 되면 중국측의 최종 조사결과와 발표시점이 크게 차이나게 되고, 중국측이 사고원인에 대해 일방적인 주장을 하더라도 조사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반박할 근거가 없게 되는 셈이다.

조사단은 피해가 막심한 우리측이 이번 사고의 주조사국이 못되고, 주조사국 지위를 중국에서 맡게 된 것과 관련, "국제해상사고 조사코드에 따르면 이번 사고의 경우 사고 선박이 위치해 있고, 사고가 발생한 지점에서 가장 가까운 연안국인 중국이 주조사국이 돼 사고를 조사하게 돼 있으며 이해당사국인 우리나라는 자체 조사결과를 토대로 이에 대한 의견을 피력할 수 있게 돼 있다"고 설명했다.

사고 해역이 '중국 영해냐 공해냐'라는 외교적 논란은 누가 주조사국이 되느냐, 이해당사국이 되느냐와는 무관하다는 주장이다.

만약 중국과 우리나라의 사고 조사결과가 일치하지 않게 되는 경우, 어떤 선박에 주로 과실이 있는 지를 나타내는 두 선박의 과실률은 제3국의 법원이 따지게 될 가능성이 높다.

조사단 관계자는 "진성호와 골든로즈호 중 어떤 선박에 과실이 더 있는지 여부는 양측 보험회사에서 제기할 민사재판에서 최종적으로 갈리게 될 것"이라며 "이같은 사고의 경우 재판은 제3국의 법원에서 이뤄지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사실 과실률이 어떻게 결정되느냐는 보험회사들에게는 중요하겠지만, 피해보상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yuls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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