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강기택기자][(상보)현대상선 지분 투자 평가차익이 지난해 그룹 순익 웃돌아]
현대상선 주가가 연속 이틀 상한가를 기록하며 30일 5만5000원까지 올랐다. 이에 따라 지난해 4월 현대상선 지분을 매입해 경영권 분쟁을 촉발시켰던 현대중공업그룹이 1조2800억원의 평가차익을 올리며 지난해 그룹 순익보다 많은 돈을 벌게 됐다.
현대상선의 주가급등은 현대상선이 자사주 신탁계약을 체결해 자사주를 매입하고 있고 현대엘리베이터도 현대상선 주식을 사들이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들의 매입규모는 합계 1552억원이다.
현대상선은 지난 4월 30일 현대증권과 1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신탁계약을 체결했으며 현대엘리베이터는지난 4월18일 현대상선 상환우선주 552억원 어치를 산은캐피탈에 매각하는 대신 보통주 552억원 어치를 취득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여기에 지난해 우호세력으로 끌어들였던 넥스젠캐피탈도 당초 매입키로 했던 주식 중 미처 사지 못했던 물량을 더 사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넥스젠은 지난해 10월 24일 현대엘리베이터와 현대상선 주식 600만주(4.5%)를 장내매수하기로 했었다.
삼성증권 송은빈 애널리스트는 "펀더멘털상의 변화는 없다"며 "유동성 비율이 10% 미만인 상황에서 자사주 매입 등에 따른 경영권 프리미엄이 붙어 가격이 형성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주가나 매입가격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현대엘리베이터, 현대상선, 넥스젠캐피탈 등이 모두 계획한 대로 현대상선의 지분을 사들이게 되면 현정은 회장측은 우호지분을 포함해 의결권 있는 지분이 50%를 넘기거나 최소한 육박할 것으로 추정된다.
현대상선 지분 8.3%를 보유한 현대건설 인수를 통해 경영권을 방어하고자 했던 현정은 회장이 산업은행의 구주주 자격 시비 등으로 현대건설 인수가 불투명해지자 현대상선 지분을 50% 이상 취득해 경영권을 안정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튼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상선의 자사주 매입, 현대엘리베이터의 현대상선 지분 취득 등은 이같은 맥락에서 나온 조치라는 것이다. 이로 인해 경영권 분쟁의 한 당사자였던 현대중공업그룹은 경영권과는 거리가 멀어진 것으로 보지만 천문학적 평가차익을 올리는 성과를 얻었다.
현대중공업은 삼호중공업과 함께 보통주와 상환우선주를 합해 3899만3154주를 평균 1만7000원에 매입했다. 상장돼 거래가 이뤄지지 않는 대신 연 7%의 배당을 받게 되는 상환우선주를 제외하고 계산해도 현대중공업그룹은 보통주 3390만3211주를 보유하고 있다.
이날 종가 5만5000원을 기준으로 할 때 현대중공업은 보통주만으로 1조2883억원의 평가차익이 발생하며 이는 지난해 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 등이 조선업을 통해 올린 그룹 전체 순익(1조1290억원)을 훨씬 웃도는 규모다.
그동안 현대중공업이 현대상선의 지분매입에 대해 표면적으로 줄곧 투자목적이라고 밝힌 것을 감안할 때 액면 그대로의 투자목적은 달성한 셈이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투자목적대로 된 것"이라며 "앞으로도 이 같은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해운업계에서는 현재 지분구도에서 현대중공업이 경영권 인수를 위해 지분 추가확보를 하는 무리수를 두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현대상선이 선대확충에 투자해야 할 자금을 경영권 방어에 집중하면서 성장동력이 훼손될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강기택기자 acek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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