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원종태기자][자기자본 5조 확보 위해 대형사끼리 M&A 불가피..초대형 증권사 나올수도]
또다시 국내 대형 증권사에 인수합병 불씨가 타오르고 있다. 이번 불씨의 진원지는 우리투자증권.
우리투자증권 박종수 사장은 30일 기자간담회에서 자본시장통합법(자통법) 시행이후 국내 증권사들이 동아시아 자본시장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자기자본 5조원은 되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사장은 이를 위해 국내외를 막론하고 증권사를 인수합병(M&A)해 자기자본을 늘려갈 의사가 있음을 분명히 했다.
박사장의 발언은 크게 3가지 관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있다. 우선 자본시장통합법이라는 업계의 판도를 뒤흔들 제도 시행을 앞두고 '자기자본 5조원 육성론'이 제기돼 이채롭다. 우리투자증권 박사장의 발언 이전에도 이미 대우증권과 대신증권 등이 2010년까지 자기자본을 5조원대로 키우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살아 남으려면 자기자본 5조 넘겨라=그렇다면 왜 하필 '5조원' 일까.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동아시아 자본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일본 증권사와의 한판 경쟁에서 견뎌내야 하는데 일본 대표 증권사에 육박하는 자기자본 규모가 5조원 수준이라고 설명한다.
한국증권연구원 강형철 연구위원은 "지난해 상반기 조사결과 일본 5대 증권사의 평균 자기자본은 4조4000억원대로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우리 증권사들이 동아시아 자본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자기자본 목표기준이 5조원인 것도 이같은 배경"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 자본시장 진출을 위한 적격 해외기관투자자(QFII) 제도를 통과하기 위해서도 자기자본 5조원은 중요한 기준점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일부에서는 국내 증권사들이 직접투자 등 투자은행(IB)으로서 리스크를 감당하며 효율적 투자를 확대하려면 자기자본이 5조원은 되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자기자본 5조원 지름길은 M&A=문제는 국내 대형증권사들의 현 수익 구조로는 2010년까지 자기자본을 5조원대로 늘릴 수 있는 뾰족한 해법이 없다는 데 있다.
우리투자증권의 경우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2138억원으로 배당을 한푼도 하지 않고 이를 모두 자기자본으로 적립한다고 가정해도 자기자본 5조원을 넘기려면 10년 이상 걸린다.
우리투자증권 박종수 사장이 국내 대형증권사 인수합병(M&A)을 통한 자기자본 확대 발언을 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결국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자기자본 확충은 자기자본 규모가 큰 대형증권사들의 합종연횡을 통해 또다른 초대형 증권사를 탄생시키는 방법이 지름길이다.
우리투자증권이 해외 200여개 증권사 인수합병을 검토하고 국내에서 자기자본 1조원이 넘는 6∼7개 대형증권사를 인수합병 물망에 올린 이유도 이 때문이다.
◇대형증권사끼리의 M&A가 핵심 관건=우리투자증권은 특히 자기자본 1조원이 채 안되는 중소형 증권사는 M&A 관심 밖이라고 못박았다. 고만고만한 중소형 증권사를 인수하는 것은 경쟁력 제고에 별다른 도움이 안되기 때문이다.
자통법 시행이후 증권사간 인수합병전의 향배는 '대형증권사끼리의 리그'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메리츠증권 박석현 애널리스트는 "우리투자증권은 옛 LG투자증권(대형사)과 우리증권(중소형사)이 합병해 탄생한 증권사로 경험을 통해 대형사와 중소형사 합병은 고객기반 확대 등 시너지효과가 크지 않았다는 결론을 내린 것 같다"며 "결국 자통법 시행 이후 증권사 M&A의 큰 흐름은 대형증권사와 대형증권사끼리 이뤄질 수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밝혔다.
이에따라 자기자본 1조원를 넘거나 이에 육박하는 우리투자증권과 대우증권,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대신증권, 현대증권, 굿모닝신한증권, 미래에셋증권 등을 중심으로 증권업계 합종연횡의 중심축이 형성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특히 "금융지주회사라는 후광이 없고 지배구조가 취약하거나 그룹차원의 구조조정이 예상되는 증권사가 인수 대상 1순위에 오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원종태기자 gog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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