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최명용기자][[구본무식 LG혁신-上] 고객가치경영 뿌리내린다]
2005년 구본무 LG회장의 신년사에 '고객'이란 단어가 등장했다.
구본무 회장은 그전까지 일등LG를 주문해 왔다. 일등을 위해 새 시장을 발굴하고 공격적인 경영을 해달라는 주문이었다.
일등LG에서 고객가치경영으로 변신은 쉽지 않은 결정이다. 자칫 시장 점유율을 놓칠 수 있고, 경쟁사에 밀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구 회장은 흔들림없이 고객가치경영의 깃발을 높이 세웠다. 3년간 꾸준히 주문한 고객가치경영은 LG의 체질을 변모시키며 경쟁력을 더욱 높이는 계기가 됐다. 고객을 중심으로 한 일등 LG가 만들어지고 있다.
◇고객가치경영 왜 나왔나=구본무 회장은 2005년 신년사에서 "고객의 입장에서 고객이 원하는 것을 미리 파악해 경쟁사와는 다른, 차별화된 방식으로 고객에게 더 큰 만족을 안겨줘야 한다"며 "품질, 디자인, 서비스 등 모든 면에서 더 나은 가치를 제공해 고객이 인정하는 진정한 일등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2005년에는 환율 하락, 고유가 등 대외 경영환경이 크게 어려운 시기였다. 이같은 환경에서 진정한 글로벌 리딩기업으로 도약하려면 단순한 비용절감 생산성 향상으론 부족하다는게 구 회장의 판단이었다.
고객이 인정하는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하고, 이를 세계 표준으로 만드는 일만이 어려운 경제환경속에서도 성장할 수 있는 비결이란 점을 재차 강조한 것이다.
기업의 존재 이유의 핵심은 고객이다. 고객의 니즈, 고객이 원하는 가치를 창출하는 능력이 성공하는 기업의 필수적인 요건이다. 기업활동의 가장 기본이 '고객'이란 단순한 진리를 다시 한번 일깨운 것이다.
구 회장은 2005년부터 3년째 신년사를 통해 고객가치경영을 지속적으로 주문하고 있다. 임원세미나, 글로벌CEO전략회의 등 회의에 참석하거나 연구소 및 사업장 방문 등 현장에서도 사업의 근간은 고객이란 점을 임직원들에게 강력하게 주문하고 있다.
◇현장경영 속 고객가치경영=구 회장은 고객가치경영을 그룹내에 정착시키는 경영 행보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구 회장은 올들어 글로벌CEO전략회의를 시작으로 3월 연구개발성과 보고회 및 LG CNS 상암IT센터 준공식 참석, 4월 도요타자동차 방문, 5월 LG전자 디자인경영센터 방문, 스킬올림픽 및 폴란드 LCD클러스터 준공식 참석 등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현장을 찾을때마다 주문하는 것이 고객가치경영이다.
연초 글로벌CEO전략회의에서 구 회장은 "당장은 힘들고 어렵더라도 경영의 패러다임을 보다 철저하게 고객가치 중심으로 바꿔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 회장은 CEO들에게 "각 사에 맞는 차별화된 고객가치 창출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과 철저한 실행방안 마련에 주력해 달라"며 "고객가치 창출과 관련한 올해의 성과에 대해서는 철저히 점검할 것"이라고 밝혔다.
글로벌CEO전략회의는 통상 8월에 진행되지만 올해를 이를 1월로 앞당겨 고객가치경영이 제대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주문한 것이다.
구회장은 이후 한달에 3~4회에 걸쳐 LG전자, LG필립스LCD, LG화학, LG생명과학, LG텔레콤 등 주요 계열사 CEO 및 사업본부장들과 개별적으로 만나고 있다. CEO들과 릴레이 대화를 통해 고객가치경영의 실천 현황을 점검하고 사업계획을 점검하는 것이다.
◇토요타배우기도 고객중심=구 회장은 현장을 방문할때마다 고객가치경영을 주문하고 있다.
3월 연구개발성과보고회에서 구회장은 "R&D는 고객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기 위한 출발점"이라며 "지금까지의 R&D가 새로운 기술, 그 자체를 중요시했다면 이제는 고객을 만족시킬 수 있는 더 나은 방식을 찾는 R&D로 생각의 지평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최고경영진 20여명과 함께 일본 토요타자동차를 방문하기도 했다. 구본무 회장은 "많은 기업들이 토요타 배우기에 나섰지만, 정작 토요타 수준에는 못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가 배워야 할 중요한 것은 시스템과 제도뿐 아니라 철저한 '고객중시'의 조직철학과 올바른 가치체계를 조직내에 확고히 뿌리내리게 하는 것"이라고 주문했다.
LG전자 디자인 경영센터에서는 "고객의 잠재된 니즈를 발굴해 고객의 생각보다 한발 앞서 라이프스타일을 선도하는 독창적인 디자인을 창출할 것"을 강조했다.
그룹 계열사 및 사업장간 지난 1년간 추진했던 혁신 노하우를 공유하는 스킬올림픽에 참석, "각사의 모든 경영활동을 고객에게 최고의 가치를 제공하기 위한 'LG만의 방법'을 찾는데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객가치경영의 성과는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LG전자가 혁신적으로 디자인한 휴대폰, LG화학과 LG생활건강의 신제품등은 고객들이 제품개발과정에 참여하는 프로슈머마케팅을 통해 이뤄진 제품들이다. 이같은 제품들은 공전의 히트를 치며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LG계열사들은 경쟁사들이 어려움을 겪는 와중에 실적 호조세를 띠고 있고, 주가는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며 시장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최명용기자 xpe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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