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권성희기자][靑, 선진국에 없는 국정홍보처 "한국에 필요하다는데 이론의 여지 없어"]
청와대는 29일 정부 부처내 기사송고실은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게 폐지하는 것이 맞지만 국가 정책을 홍보하는 국정홍보처는 한국적 특수성을 고려해 필요하다고 밝혔다. 기자실 폐지가 어느 나라의 글로벌 스탠다드인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후 정례 브리핑에서 "저희가 파악하고 알고 있는 바에 의하면 선진국 많은 나라들이 브리핑실 외에 별도 송고실을 제공하지 않는다"며 "선진국의 많은 나라와 같이 브리핑실 이외에는 제공하지 않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또 "우리나라 언론이 누려왔던 취재의 편의, 무단 출입도 일부 있고 또 공간의 제공도 있는데 그러한 취재의 편의가 국제적 표준보다 많이 이뤄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취재관행에선 글로벌 스탠다드를 강조하던 천 대변인은 국정홍보처에 대해서는 한국적 특수성을 내세웠다.
천 대변인은 OECD 선진국 가운데 중앙 정부에 국정홍보처와 같은 통합적인 국정 홍보기구가 있는 나라는 하나도 없다고 지적하자 "국정홍보처가 있느냐 없느냐가 아니라 국가의 정치제도 특성에 맞게 국정 홍보를 통합하고 조정하는 기능을 가진 부서나 인력이 얼마나 배치돼 있느냐가 문제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천 대변인은 그러나 "여러분이 그 부분에 대해 토론하자고 하면 저희 역시 토론할 용의가 있지만 지금 한건 한건에 대해 얘기할 문제는 아니다"라고만 말해 국정홍보처가 왜 '한국적 정치제도 특성에 맞게' 존재해야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이유는 대지 않았다.
노 대통령 역시 이날 오전 국무회의에서 ""많은 선진국들은 별도의 기사송고실도 두지 않는다"며 선진국 기준에 따라 기사송고실을 폐지하는 것이 원리원칙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OECD 중 단 한 나라에도 없는 국정홍보처에 대해선 "일부 정당과 정치인이 언론의 잘못된 견해에 동조하고 영합해 국가기관 폐지까지 주장하는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한나라당 등의 국정홍보처 폐지 주장을 일축했다.
◆선진국에는 없고 왕정국가와 비민주국가에만 있는 국정홍보처
참여정부가 취재지원 선진화 방안의 모범으로 삼고 있는 OECD 국가를 기준으로 봤을 때 OECD 선진국 중 우리나라의 국정홍보처 같이 인사권과 예산권을 독자적으로 갖고 있는 별도 홍보기구가 있는 나라는 한 곳도 없다. 선진국에서는 정부와 정책 홍보를 각 부처에서 맡고 있다.
국정홍보처가 있는 나라는 쿠웨이트와 사우디아라비아, 요르단 등 왕정국가와 파키스탄, 네팔, 이디오피아, 쿠바 등 민주주의가 정착되지 않은 국가다.
청와대는 이미 선진화되고 투명해진 우리나라에서 왜 국정홍보처 같은 조직이 필요한지 구체적인 이유는 밝히지 않았다. 다만 천 대변인은 지난 25일 브리핑에서 "현재 국정운영에 있어 국민과 소통이 갖는 중요성, 홍보의 통합조정 기능을 갖는 필요성에 대해선 이론의 여지가 없다"고만 말했다.
반면 청와대는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춰 기자들의 공무원 접촉을 금지하고 기자실 축소 또는 폐지를 추진하고 있지만 어느 나라의 글로벌 스탠다드인지, 그 나라와 비교할 때 우리나라의 특수성을 고려할 필요는 없는지에 대해선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국정홍보처가 정부 부처에 기자실이 없다고 밝힌 영국과 캐나다, 호주 등은 우리나라와 정치체제가 다른 내각제 국가다. 정책 추진과 집행이 의회 중심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의회에 기자실을 운영하고 있다.
우리나라와 정치 및 정부 운영체제가 다른 내각제 국가의 기자실 운영제도를 글로벌 스탠다드라며 따라야 한다는 주장이다.
◆언론 시스템은 내각제 국가인 유럽을 따르는게 글로벌 스탠다드?
대통령제인 미국의 경우 국정홍보처 조사에서도 백악관과 국방부, 국무부 등 5개 부처에 기자실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정홍보처의 조사와 달리 미국은 주요 정부 부처에 대부분 기자실이 있으며 공무원 접촉도 상대적으로 자유롭다는 주장도 나왔다.
미국 아메리칸대 공공정책스쿨의 리처드 베네디토 교수는 지난 25일 한국의 워싱턴 특파원들과의 간담회에서 "대부분 미국 정부 부처에는 기자실이 있고 기자의 공무원 접촉도 자유롭다"고 말했다.
지난 28일에는 중앙일보의 군사전문기자가 미국 워싱턴의 국방부 청사인 '펜타곤'의 경우 출입기자들이 복도를 마음대로 다니며 국방부 직원 및 합동참모본부의 군인들과 만나 대화를 나눌 수 있다고 전했다.
천 대변인은 이에 대해 국정홍보처의 조사와 다르다고 지적하자 "보도가 확실하지 않다"며 "'복도는 자유롭다' 이런 식의 기사였는데 사무실은 안 된다는 얘기인지 된다는 얘기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그러한 기사) 한건 한건에 대해 진위를 가리는 반박은 할 계획은 없다"며 "충분히 대비해나가고 검증해나갈 기회는 있다고 본다"고만 답했다. 국정홍보처의 조사가 맞는지 미국 최대 발행부수인 'USA 투데이'의 백악관 기자를 지낸 미국 베네디토 교수의 발언과 중앙일보 군사전문기자의 지적이 맞는지에 대해 해명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권성희기자 shk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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