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장시복 기자][에버랜드 항소심 선고 공판 풍경]
29일 오전 10시 서울 서초동 서울고법. 에버랜드 CB사건 항소심 선고공판을 한 시간 앞두고 사진기자들이 포토라인에 열을 맞추기 시작했다.
'국민적 관심 재판'인데 비해 법원에는 20여명의 취재진과 일부 삼성 직원들이 대기하고 있을 뿐 다소 한산했다. 법원 방문객들이 '무슨 일인가' 하며 고개를 갸웃거리며 지나갔을 뿐이다.
10시 40분이 되자 허태학 박노빈 전·현직 삼성에버랜드 사장들이 1~2분 간격을 두고 법원 검색대를 말없이 통과했다. 카메라 플래시가 작렬했지만 눈도 깜빡 안할 정도로 표정에 변함이 없었다.
10시 54분이 되자 법정안으로 들어선 허씨와 박씨는 맨 뒷좌석에 나란히 앉아 대기했다. 7년을 끌어온 재판으로 이제는 무덤덤해 지기라도 한 걸까. 긴장감과 피곤함이 한번에 범벅이 돼 묘한 표정을 연출해 냈다.
그사이 변호인들은 자신감의 표현인듯 서로 담소를 나누며 웃는 여유까지 보였다. 법정은 삼성 측 관계자와 취재 기자들로 발디딜 틈이 없었다.
시간에 정확히 맞춰 입정한 재판부는 사건의 개요와 항소요지 등을 설명한 뒤 본격적으로 또박또박 판단을 읽어내려가기 시작했다.
이사회 결의가 무효라는 재판부의 판단에 법정은 술렁거렸다. 이어 전환가 결정과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 등에 대한 배정까지 모두 유죄라는 재판부의 판단이 뒤따랐다.
재판장인 조희대 부장판사가 "피고인들이 1대 주주였다면 이런 일을 했을 수 있었겠냐"고 말할 때는 피고인들에게 호통을 치는 것도 같았다.
피고인석에 앉은 허씨와 박씨는 의자 하나를 사이에 두고 정면을 응시할 뿐이었다. 이들에게는 그동안의 7년 보다 이 시간이 더욱 길게 느껴지는 듯 했다.
집행유예 판결로 받아 다행히 법정구속은 면했지만 내심 무죄 선고를 기대했던 그들은 당황한 기색이었다. 변호인들의 얼굴도 마찬가지로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40분간의 숨막히던 시간을 보낸 피고인들은 법정 밖의 수많은 취재진들 사이로 빠져나오면서 의례적인 멘트 한마디만을 남긴채 승용차에 지친 몸을 실었다.
대법원에서 이어질 '최후의 법정 공방'이라는 무거인 짐을 새로 어깨에 짊어진 듯한 뒤태였다.
장시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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