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양영권기자][(상보)경영권승계 정당성 타격, 검찰수사확대 주목]
삼성에버랜드의 전환사채(CB) 발행 사건과 관련 피고인석에 선 이들은 허태학 박노빈 전 현직 에버랜드 대표이사들이다. 그러나 실상 재판의 대상은 국내 최대 그룹의 경영권 이전이었으며, 재판을 받은 이는 삼성그룹의 이건희 회장이었다.
삼성그룹과 이 회장은 29일 항소심 재판부의 '유죄'판결로 경영권 승계의 정당성에 타격을 입게 됐다. 그러나 재판부는 그룹 차원의 '큰 틀의 공모'에 대해서는 판단을 유보했다. 삼성측은 이 부분을 주목하고 있다. 문제의 에버랜드 CB가 그룹 경영권 승계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으며, 그룹 수뇌부로 불똥이 튈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 공모 판단 유보 = 항소심 재판에서 가장 큰 쟁점은 이건희 회장 등 기존 에버랜드 주주와의 공모, 이른바 '큰 틀의 공모'였다.
이 '큰 틀의 공모'에 대한 판단은 유무죄 판단 대상이 이건희 회장, 이학수 부회장 등 그룹 고위층과 에버랜드의 주주였던 삼성그룹 계열사로 확대하는 것을 뜻한다. '공범'으로 적시된다면 사법처리가 불가피해진다.
허씨와 박씨는 재판 시작부터 자신들의 배임행위가 성립되기 위해서는 이 '큰 틀의 공모'가 전제돼야만 한다고 주장했으나 1심 재판부는 이를 배척했다.
이와 관련 항소심 재판부는 "이 부분은 검사가 공소사실로 삼지도 않았다"며 판단을 내리지 않았다. "피고인이 임무를 위배해 손해를 끼친 이상 기존 주주와의 공모 여부와 상관 없이 배임죄는 성립한다"는 것.
◇삼성, 공모 여부 배제에 주목 = 삼성그룹은 재판부가 그룹 차원의 공모 부분에 대해 범죄사실에서 배제한 부분에 주목하고 있다.
삼성그룹은 이에 대해 "항소심 재판부가 삼성그룹 차원에서 에버랜드의 지배권 이전을 위해 치밀한 사전기획 하에 전환사채를 발행한 것이 이 사건의 실체라는 공소사실의 기본 전제를 전혀 인정하지 않은 것"이라고 해석했다.
"피고인들이 삼성 비서실이나 주주들과의 사전공모하에 지배권 이전 목적으로 전환사채 발행을 기획했다는 취지의 내용은 범죄사실에서 배제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삼성이 이 부분에 주목하는 이유는 이재용 전무 등에게 CB를 몰아준 것이 그룹의 경영권을 승계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으므로 이건희 회장 등 그룹 수뇌부로 검찰 수사가 미치지 않을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
삼성 법무실 관계자는 "검찰의 공소사실에는 그룹의 공모 사실이 포함돼 있었지만 법원의 범죄사실에는 이 부분이 배제됐다"며 "이는 결국 검찰 주장을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은 검찰로..수사 확대 아직 미지수 = 재판부가 '큰 틀의 공모' 대한 판단을 유보함으로써 검찰 수사가 이 회장 등 윗선에 대한 사법처리로 확대될지는 미지수다.
검찰도 현재까지는 수사 확대에 미온적이었다. 검찰은 1심 판결 이후 이학수 삼성그룹 부회장과 현명관 전 삼성물산 회장 등 그룹 관계자들을 불러 조사하고, 이재용, 홍라희씨 등에 대해 서면조사를 벌였으나 이 회장에 대한 조사로까지는 나아가지 못했다. 수사 과정에서 검찰은 '큰 틀의 공모'에 대해 정황 증거만 확보했을 뿐 직접적인 증거를 찾는 데는 실패했다.
그러나 검찰이 "주인이 바뀌는 중대한 일을 머슴(에버랜드 경영진)이 알아서 했다는 주장은 말이 안된다"고 밝힌 바 있어 수사 확대의 여지는 여전히 남아 있다.
이와 관련 검찰은 일단 판결문을 분석하고 33명의 피의자 중 나머지 31명에 대해서는 기소, 불기소 포함해 신중히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양영권기자 indep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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