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김진형기자][삼성그룹 경영권 승계와 지배구조의 정당성 평가 문제]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CB) 저가 발행 문제는 1996년 10월 삼성에버랜드(당시 중앙개발)이 99억원 어치의 CB를 발행하면서 이건희 회장의 장남인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에게 삼성그룹의 경영권을 넘길 목적으로 저가에 배정했는지 여부에 대한 사건이다.
이미 10년이 지난 이 문제가 중요한 이유는 한국을 대표하는 삼성그룹의 경영권 승계 과정이 불법적인 방법으로 이뤄졌는지를 판단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 전무가 삼성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에버랜드의 최대주주가 되는 과정이 불법이었다면 결국 경영권 승계와 삼성의 지배구조 완성 과정이 정당성이 없다는 얘기다.
삼성에버랜드 CB 발행은 1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삼성에버랜드는 1996년 10월 99억원 어치의 CB 발행을 결정하고 이를 기존 주주들에게 배정했다. 하지만 제일제당이 3억원 어치를 인수키로 했을 뿐 제일모직 등 나머지 주주들은 모두 인수를 포기했다. 삼성에버랜드는 결국 나머지 96억원 어치의 CB를 이재용 전무 남매에게 모두 배정했다.
이 전무 등은 같은해 12월 주금을 납부하고 CB를 인수한 뒤 이를 주식으로 전환, 에버랜드의 최대주주에 올랐다.
문제는 에버랜드의 CB 발행 목적이 자금조달 목적이었는지 아니면 경영권 승계를 위한 것이었는지와 또 당시 발행가격 7700원이 적절한 가격이었는지다.
삼성과 검찰은 이 문제를 놓고 치열한 공방전을 펼쳐 왔고 1심 재판부는 일단 검찰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지난 2005년 4월 1심 법원은 △에버랜드에서 CB를 발행할 예정이 없었는데, 갑자기 발행을 기획했고 △이재용씨는 CB 발행 결의 전에 인수 자금을 준비했고 △이건희 회장은 자신에게 배정된 13억원 상당의 CB는 인수를 포기했으면서 딸들에게는 16억원을 증여해 CB를 인수하도록 한 점을 들어 "CB발행은 주주우선 배정의 형식을 가장했을 뿐 실질에 있어서는 이재용씨에게 지배권을 이전할 목적이었다"고 판단했었다.
29일 2심 법원도 1심의 판결을 받아들임으로써 삼성의 경영권 승계와 지배구조 완성 과정에 정당성이 없음을 다시 한번 확인한 것이다.
김진형기자 jh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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