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김성호기자][증권사 지급결제 공방서 한은에 무릎꿇어..증권업협회도 침묵 일관]
자본시장통합법(이하 자통법)을 반드시 통과시켜야 한다는 명분 탓이었을까요. 증권사 지급결제 허용 문제를 둘러싼 재정경제부와 한국은행의 기(氣) 싸움에서 재경부가 사실상 무릎을 꿇었습니다.
한국증권금융을 대표기관으로 삼아 모든 증권사에 일괄적으로 지급결제를 가능케 하려던 계획은 무산되고 증권사가 개별적으로 은행 지급결제망에 직접 참여하거나 또는 은행을 통해 간접적으로 참여하는 방법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습니다.
증권사가 개별적으로 은행 지급결제망에 직접 참여할 경우 상당한 비용부담이 예상되고, 간접적으로 참여하는 것은 기존 시스템과 다를바 없는 것으로 판단할 때 적어도 증권사 지급결제 허용 문제와 관련해선 재경부의 패배가 확실한 것으로 해설됩니다.
지난 4월 국회 재경위 금융소위가 열리기 직전까지만 해도 재경부와 한은은 증권사의 지급결제 허용 문제를 놓고 한치의 양보도 하지 않았습니다. 재경부는 지급결제가 허용되지 않는 자통법은 증권사에 무의미하다는 업계의 입장을 받아들여 원안대로 자통법이 통과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했고, 한은은 은행의 고유 업무영역을 침해하는 행위라며 결코 받아들일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습니다.
그러나 자통법이 금융소위를 통과하지 못하자 상황은 180도 바뀌었습니다. 자통법 통과에 발목이 잡혀 코너에 몰린 재경부는 이후 한은과 적정한 타협점을 찾기에 이르렀고, 증권업계를 대변한다는 증권업협회 역시 침묵으로 일관했습니다. 그나마 지급결제 대표기관으로 선정된 한국증권금융만이 외롭게 증권사의 지급결제 허용을 주장한 것이 고작이었습니다.
반면 한은과 은행업계를 대변하는 단체들은 마지막 역공에 나섰으며, 어느정도 칼자루를 쥔 지금도 증권사 지급결제 허용에 대한 문제점을 역설하고 있습니다.
자통법 법안이 마련되고 증권사에 지급결제를 허용하는 내용이 포함됐을 당시만해도 증권사와 은행간에 영역다툼 정도로 치부됐으나 어느순간 재경부와 한은의 기싸움이 되어버린 상황에서 결과는 한은의 승리로 끝났습니다.
간혹 아이들 싸움이 어른들의 싸움으로 번지는 경우가 있는데요, 자신의 아버지가 싸움에서 졌을 때 자식은 의기소침해질 수 밖에 없습니다. 향후 대의를 위해 어쩔수 없었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이미 상대방 아이(은행)의 아버지(한은)와의 싸움에서 진 아버지(재경부)를 아이(증권사)는 어떻게 생각할까요.
김성호기자 shkim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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