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최석환기자][미국 제안, 노동·환경에 초점 맞출듯.. "재협상 요구땐 협상원점"]
한·미 양국이 자유무역협정(FTA) 본서명을 한달 여 앞둔 시점에서 '추가협상'이라는 마지막 장애물에 봉착했다.
미국은 앞서 행정부와 의회가 합의한 '신통상정책'을 FTA에 반영할 수 있도록 빠르면 이번 주 '추가협상'을 공식 요구할 것이 확실시된다.
공교롭게도 양국은 29일부터 내달 6일까지 워싱턴에서 FTA 협정문의 법률검토 작업을 벌일 예정이어서 '추가협상'이 어떤 수위와 방식으로 진행될 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추가 협상'의 대상 = 미국이 추가 협상을 요청할 경우 노동·환경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예상이다. 미국이 내세운 신통상정책의 핵심이 노동·환경기준을 대폭 강화하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노동분야의 경우 국제노동기구(ILO)의 5대 의무사항인 △결사의 자유 보장 △단체교섭권 보호 △강제노동 금지 △아동노동 금지 △고용차별 철폐 등이다.
한국은 5대 의무사항과 관련된 8개 협약 중 평등대우·고용 및 작업장 차별금지·최저연령·아동노동 금지 등 4개를, 반면 미국은 강제노동 폐지와 아동노동금지 2개만 비준했다. 이것만 놓고 보면 추가협상이 이뤄지더라도 우리 측이 불리할 게 없다.
환경 분야도 마찬가지다. 양국 모두 미국이 신통상정책에서 제기한 7개 국제협약과 관련해 비준을 마쳤기 때문에 추가협상에서도 큰 걸림돌이 되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미국이 노동·환경법 집행에 실패했을 때 현행 FTA에서 규정하고 있는 특별 분쟁해결절차 또는 일반 절차를 활용할 수 있도록 요구한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특별절차의 경우 최대 1500만 달러로 돼있는 법 집행 실패에 따른 과징금을 자국의 제도 개선을 위해 사용할 수 있지만, 일반 절차에서는 제소국이 금전적 보상 형태로 과징금을 가져갈 수 있도록 하고 있어 징벌 수준이 훨씬 높아진다.
정부 관계자는 28일 "미국이 분쟁해결 절차의 변경을 요구해올 경우 득보다 실이 많을 것"이라면서 "더구나 우리는 단일 법이지만 미국은 50개 주별로 조금씩 다른 노동·환경법 규정을 갖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 된다"고 전했다.
◇'재협상'이 될까 = 정부는 미국측이 제기할 요구와 관련 '추가 협상'도 아닌 '추가 협의'라고 표현하고 있다. "재협상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이다. 아울러 미국측의 요구가 노동·환경 등 제한된 분야에서 협정문을 명확하게 하는 수준에 그치기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문제는 미국이 협정문 자체를 수정해야 하는 정도의 '재협상'을 요구해 오는 경우다. 이 때는 협상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우리측도 새로운 요구를 하게 돼 협정문 서명까지 심각한 갈등이 빚어질 수 있다. 특히 미국 측이 FTA 협정문에 불만을 표시한 쇠고기와 농산물, 자동차 업계의 요구사항을 '재협상' 테이블에 올릴 경우 협상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다.
협상단 관계자는 "미국 측의 (재협상) 요구를 받아들이는 순간 우리 측도 업계의 불만사항을 제기할 수 밖에 없어 협상이 원점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미국 측이 공식 제안을 해 올 경우 대외경제장관회의를 열어 제안 내용을 놓고 대처를 할 것이며, 정부 입장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석환기자 neoki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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