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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허찬국한국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근래 각종 공공기관 임직원들의 외유성 출장이 문제가 됐는데 필자는 행선지가 남미인 것이 더 마음에 걸렸다. 왜냐하면 이 지역에는 경관이 좋은 폭포만 있는 것이 아니라 좌경 대중영합주의 세력들이 능력에 부치는 큰 정부, 평등사회를 구가하며 나라살림을 부실하게 해서 주기적으로 위기 국면을 맞는 나라들이 많기 때문이다. 오죽 했으면 ‘바나나 공화국’이라는 표현이 만들어 졌을까.

물론 그 지역 정치인이나 지도층이 의도적으로 나라를 어렵게 만들려고 그런 식으로 국정을 운용한 것은 아닐 것이다. 좋은 의도로 국민들을 위한다고 노력했지만 지나치게 크고 개입적인 정부를 지향하면서 나라가 어려워지는 상황을 자꾸 연출해온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정부의 크기는 그리 중요한 관심사가 아니다. 서울 시내의 교통체증처럼 쉽게 눈에 띄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문제는 전혀 추상적인 것이 아니라 상당히 구체적인 파급효과가 큰 것이다. 무엇보다도 국민의 세금과 직결된 문제다. 정부는 자체적으로 돈을 벌지 못하기 때문에 매년 세금을 걷어야 운영할 수 있는 조직이다. 단기간에는 많은 돈을 찍어 살림을 할 수 있으나 물가상승이라는 폐해가 크기 때문에 아프리카의 짐바브웨와 같이 깡통 찬 나라외에는 근래에 발권력에 의존해서 정부를 운영하는 나라는 없다. 따라서 세금은 정부의 유일한 수입원이라 할 수 있다.

지금 우리나라는 크기에 관계없이 일 잘하는 정부를 만들면 그만이라고 하지만 공무원 수 등 각종 지표로 보면 실제로 덩치가 커진 것이 사실이다. 정부가 크면 당연히 돈이 많이 들 수밖에 없고 세금을 더 걷어야 한다. 사정이 이렇기 때문에 굳이 경제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정부가 과연 무슨 일을 더 해야 하기에 정부가 커져야 하는 것일까 알아봐야 한다.

일자리가 점점 귀해지는 것을 보면 경제 좋아지라고 커진 것은 아닌 것 같다. 지난 수년간 우리 사회의 법준수와 질서유지상황이 악화되었다는 주변의 우려를 듣자면 이런 일 때문에 정부가 커진 것도 아닌 듯 싶다. 정부가 자신있게 내세우는 것이 사회복지분야에서 역할강화이다. 과거 이와 관련된 우리나라의 공적제도가 부실했던 것이 사실이니 이를 보강하기 위한 노력도 필요할 것이다. 그런데 공적부조의 규모나 역할에 대해서는 매우 신중할 일이다. 절대빈곤 계층에 대한 지원은 정부가 해야 할 일이나 정부가 부의 재분배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서는 것은 좌파정당 정치인이나 할 일이다.

무엇이 중요한가에 대한 판단은 사람마다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땀 흘려 번 돈은 본인이 제일 가치있게 쓸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이것이 시장경제 체제의 근간이다. 남을 위해 돈을 쓰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직접 어려운 이웃을 도울 수도 있고 종교단체, 자선단체 등을 통해 도울 수도 있다. 이런 일을 정부가 독점해야 한다거나 제일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이다.

남미 국가의 정부가 선거에 의해서 선출되는 것을 보면 정부의 규모나 역할에 대한 국민의 요구는 변덕스러울 수 있다. 그런 요요현상이 적은 것이 바람직하겠지만 결국은 국민의식 수준에 달려 있다. 우리의 경우도 예외가 아니다. 하지만 그 동안 덩치가 커진 정부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에 비춰볼 때 아마도 내년 새로 들어서는 정부는 체중감량에 나설 것이다. 당연한 일이며 이런 과정을 거쳐야만 '해야 하는 일만하는 정부'가 만들어질 것이다. 물론 시대조류에 따라 정부가 해야하는 일의 범주가 조금씩 변할 것이다. 하지만 그 동안 늘어난 정부조직과 공기업을 줄여야만 비대화 때문에 늘어난 정부의 일과 국민의 부담도 줄 수 있다.

주위에서 동료들이 매년 공기업 평가한다고 몇 개월씩 부지런히 쫓아다닌다. 평가 받는 기관들도 관련돼 스트레스를 받고 각종 로비에 정신이 없는 모양이다. 효율적 경영을 위해서는 평가를 하지 않는 것보다는 나은 일이다. 하지만 민영화를 통해서 불특정 다수가 시장에서 평가하도록 하는 것이 최상의 방법이다.

꼭 해야만 하는 일을 잘 하는 정부는 하는 일을 알리려고 법석으로 떨 필요도, 여유도 없다.
허찬국한국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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