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뉴욕=유승호특파원][[뉴욕리포트]'M&A'재료 헤지펀드에 돈몰려…'위험한' 고공행진]
미국 주가가 '닷컴 주가'를 돌파했다. 미국 간판 대기업 500개로 구성된 S&P500지수가 '닷컴 버블' 붕괴 직전인 2000년 수준에 이르렀다. 7년전 기록했던 사상최고치 1527을 지난 주 장중 두 차례 돌파했다.
최근 미국 주가를 밀어올리는 최대 동력은 기업 인수.합병(M&A) 재료다. M&A 재료가 공개되면 해당 기업 주가는 수십배씩 뛴다. 잭팟이 여기저기서 터지는 형국이다. "혹시나..." 하는 마음이 투자자들을 들뜨게 한다.
초대형 M&A를 주도하는 것은 헤지펀드다. 헤지펀드가 M&A대상으로 간택한 기업의 주가가 로켓처럼 솟아오르는 것이 7년전 '닷컴'을 떠올리게 한다.
월가에선 벌써부터 "하늘에 수만대 비행기가 나르고 있는데 제대로 된 비행사는 100명 뿐이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사고는 나게 돼 있다는 얘기다.
우려에도 불구하고 헤지펀드가 건드리는 기업의 주가가 비행기처럼 치솟곤하자 헤지펀드에 돈이 몰려들고 있다. 톰슨 벤처 이코노믹스 등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월가의 사모펀드들은 지난 해 무려 1029억달러(100조원 상당)의 자금을 조성했다. 투자전문지 배런스지는 헤지펀드 자금이 2500억~2800억달러, 즉 250조원을 넘는다고 분석했다.
이미 천문학적 규모인 헤지펀드 자금은 통상 다섯배로 부풀려져 투자된다. 헤지펀드 매니저들은 이른바 '레버리지 효과'를 최대한 활용하는 기능보유자들이다. 100달러를 투입하면 500달러 어치 주식을 살 수 있는 금융공학을 발휘한다.
미국 돈 뿐만이 아니라 세계의 자금들이 월가로 몰려들고 있다. 미국을 상대로 막대한 무역흑자를 올리고 있는 중국의 자금을 비롯해 0%에 가까운 값싼 일본 자금(엔 케리 트레이드)까지 가세하고 있다. '달러 회귀 현상' 때문에 달러화 가치는 미국의 누적 무역적자에도 불구하고 떨어지지 않는다. 한국도 외환 보유고 과잉상태를 해결하기 위해 해외 부동산 취득을 장려하는 고육책을 쓰고 있다.
혹자는 지금의 금융시장이 1968~1970년 브레튼우즈체제가 무너지기 직전 상황과 비슷하다고 지적한다. 당시 미국 달러화 가치가 지속적으로 떨어지는 상황에서 일본과 독일은 미국의 채권에 투자해 달러 가치가 급격히 하락하지 않는 '이상한 불균형'을 이뤘다. 최근 중국은 일본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결국 브레튼우즈체제는 깨졌고 엔화 가치를 2배로 올리도록 하는 프라자합의가 뒤따랐다.
일부 월가 투자자들은 '거꾸로 투자'를 하고 있다고 한다. 값싼 엔화를 빌려 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엔 케리 트레이드와 정반대로 달러를 빌려 엔화에 투자하는 '엔티 엔 캐리 트레이드'가 그 예다.
금융시장에서 좋은 물건이나 나쁜 물건이나 값이 비슷한 상황을 크레딧 스프레드가 좁아졌다고 말한다. 우량채와 불량채의 금리 격차가 크지 않은 것이다. 돈은 넘치는데 살 물건은 많지 않을 때 물건값이 비슷해지는 원리다. '거꾸로 투자자'들은 크레딧 스프레드가 커질 것을 예상하고 투자하고 있다.
그리고, 달러화 자산보다는 이머징마켓 통화, 이머징마켓 자산을 사는데 집중하고 있다. 그들은 3~4년 안에 미국 금융시장에 전환기가 찾아올 것으로 보고 있다.
헤지펀드가 금융시장에 혁신과 창의적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월가 최고 조종사들이 엄청난 몸값을 받고 헤지펀드로 자리를 옮겼다. 그러나 승자가 있으면 패자가 있기 마련이다. "아차"하는 사이 판세를 읽고 있는 고수들만 승자로 남을 수 있다. '닷컴 버블'이 붕괴될 때도 모두가 패자였던 것은 아니다.
뉴욕=유승호특파원 shy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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