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이진우기자][동계올림픽·엑스포 등 외교사절 활약..'국익+기업이익' 두토끼 잡기]
이탈리아 굴지의 자동차 회사인 피아트의 조반니 아넬리 회장. 2003년 1월, 81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지만 그는 여전히 이탈리아 토리노 시민들로부터 '영웅' 대접을 받고 있다.
그가 토리노 인구의 80%를 먹여 살리는 피아트의 주인이란 이유 때문만은 아니다. 그는 침체된 토리노 경제를 살리기 위해 '2006 동계올림픽' 유치를 처음으로 제안, 지구촌 곳곳을 누비면서 지원활동을 펼친 끝에 유치를 성공시켰다. 80년대 이후 이탈리아 공업이 쇠퇴하면서 쇠락의 길로 접어든 '차(車)와 축구의 도시' 토리노는 지난해 올림픽을 치루면서 다시 전세계의 이목을 끌기 시작했다.
이처럼 광범위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갖춘 기업과 기업인이 대규모 국제행사를 유치하기 위해 펼치는 '민간외교'는 그 나라의 국가경제를 한단계 업그레이드 시킬 정도로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생산유발 및 고용창출 등 천문학적인 경제적 부가가치 창출은 물론 해당 기업의
이미지 제고 등 막대한 부수효과가 뒤따른다.
최근 국내 굴지의 대기업과 이를 이끌고 있는 총수들이 굵직한 대규모 국제행사 유치를 위해 발벗고 나서고 있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 박용성 두산중공업 이사회 의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 등은 요즘 평창 동계올림픽이나 여수 세계박람회 유치 등을 위한 '민간 외교관' 활동이 더 왕성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 나라의 국제행사 유치는 국가의 외교력 뿐 아니라 민간의 지원, 특히 경제력을 대표하는 기업들의 힘이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사실상 '본업'보다 더 전력투구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국제올림픽조직위원회(IOC) 위원인 이건희 회장은 2014년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지난 2월 평창에서 직접 실사단을 맞은데 이어 지난달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스포츠 어코드' 행사에서 지지를 요청하는 등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 회장은 개최지가 결정되는 7월 과테말라 IOC 총회때까지 스포츠 외교활동을 더욱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2012년 여수 세계엑스포 유치위원회 고문을 맡고 있는 정몽구 회장도 최근 슬로바키아와 체코, 터키, 브라질 등 전세계를 누비면서 '여수 엑스포 홍보대사' 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다른 기업 총수들도 못지 않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 여수 엑스포 유치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재철 회장은 무역협회장 시절부터 쌓은 국내외 인맥을 살려 활발한 지원을 펼치고 있다. IOC위원 자격을 회복한 박용성 회장 역시 베이징 스포츠 어코드 행사 등에 직접 참가하면서 특유의 광범위한 전세계 스포츠 인맥을 활용,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지원에 나서고 있고, 조양호 회장도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위 고문을 맡아 대한항공 등을 동원한 지원에 나서고 있다.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LG전자와 SK, 금호아시아나, GS칼텍스, 한국전력 등 국내 대표기업들은 여수 세계엑스포 유치위 부위원장 및 집행위원단에 참여, 적극적인 측면지원을 펼치고 있다.
기업들의 '민간외교'는 스포츠 행사에만 그치지 않고 있다. 최태원 SK회장은 에너지자원 확보를 위해 아시아와 중동 등을 넘나들면서 '민간 에너지 외교'를 펼치고 있고, 조석래 전경련 회장(효성회장)은 한일경제협의회장, 한미경제인협의회장 등을 맡아 경제단체간 우의와 친목을 다지는데 앞장서고 있다.
이승철 전경련 전무는 "기업과 총수들의 민간외교는 국가 경쟁력의 강화와 해당기업의 글로벌 이미지 제고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국가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선순환을 가져 온다"며 "결과적으로 '국익'과 '기업이익'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게 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진우기자 r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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