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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박영암기자][[리스크관리=수익 및 경쟁력 원천]<8·끝-1> 통합 전산시스템]

명진훈 대우증권 리스크관리부장은 매일 아침 7시 30분 출근과 동시에 2장짜리 '일일자산운용보고서'를 검토하는 것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이 보고서에는 대우증권의 주식 채권 파생상품 수익증권 자금운용 등이 상세히 기록돼 있다.

명 부장은 "이 보고서를 통해 자기자본으로 감내할 수 있는 위험수준에서 회사자산이 운용되고 있는지 분석한다"며 "전일대비 증감이 두드러진 자산은 원인을 분석한후 대표이사에게 직보, 회사차원의 대책마련을 건의한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도 대우증권의 리스크 관리수준은 국내증권사중에서 최상위권에 속한다"고 강조하면서도 "올 연말 영국 선가드사의 통합 전산시스템이 가동되면 글로벌 투자은행(IB) 수준의 종합리스크 관리시스템을 구축하게 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나타냈다.

내년부터 주식 채권 장내파생상품 뿐만 아니라 자기자본투자(PI) 장외파생상품 등 계량화될 수 있는 모든 리스크를 측정,통합관리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대우증권은 통합전산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앞으로 200억원 이상을 투자할 계획이다.

리스크전문가들은 대우증권의 이같은 노력에 후한 점수를 주고 있다. 산업은행과 대우증권의 IB를 합쳐 국내최대의 투자은행으로 변신하기 위해선 전사 리스크를 통합 관리할 수 있는 전산시스템의 구축은 불가피하다는 판단에서다.

대우 한국 우리투자 등 전사 종합리스크관리시스템 구축에 적극 투자

한국 우리투자 삼성 등 대형 증권사들도 리스크관리시스템 구축에 나서고 있다. 우리투자증권도 우리금융그룹차원의 리스크관리시스템과 연동된 종합 리스크 관리스템을 구축했다. 이를 통해 은행권이 상대적으로 우위인 신용리스크 관리시스템 까지 활용할 수 있다. 한국증권도 HTS위주로 활용되는 전산시스템을 IB도 지원할 수 있게 용량확대를 추진중이다.

이같은 움직임은 금융감독원의 '리스크 중심의 감독제도'(RBS)에 따라 오는 2008년말까지는 전사리스크 관리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는 외적 요인도 있지만 영업영역의 다각화와 대형화에 따른 리스크를 효율적으로 통제활용할 필요성을 최고경영진이 절실히 느끼고 있어서다. 리스크에 대한 효율적 통제와 활용없이는 '한국판 골드만삭스'가 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

전산시스템의 구축과 동시에 리스크를 계량적으로 측정관리할 수 있게 리스크 요인(Risk Factor)의 수집에도 적극적이다.

우리투자증권은 자회사를 통해 지주회사에 편입돼 있는 은행 증권 자산운용업 등에 관한 다양한 통계를 축적하고 있다. 개별 금융상품 리스크 뿐만 아니라 채권과 주식, 원자재와 환율, 원자재와 금리 등 상이한 투자상품간 위험을 분석하고 있다.
개별 상품이나 프로젝트의 리스크 뿐만 아니라 상품간, 지역간 상관관계까지 계량적으로 분석, 통제하고 있다. 한마디로 '관리되지 않는 리스크에는 투자하지 말라'는 우리금융그룹 차원의 리스크 관리지침을 일선 업무에 반영하고 있는 셈이다.

전산시스템 구축 못지 않게 국내 증권사들은 임직원들의 리스크에 대한 인식변화를 유도하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있다. 과거 주식위탁영업 위주의 문화로는 '한국판 골드만삭스'로 변신하기 힘들다는 것을 잘 알고 있서서다.


RPAM으로 '리스크'에 대한 인식전환 유도

가장 대표적인 것이 리스크에 기반한 실적평가제(RAPM)의 도입이다. 오우택 한국증권 전무는 "국고채와 지수옵션 ELW 등 파생상품 관련부서가 1억원을 벌기위해 감내하는 리스크가 다르기 때문에 이를 반영해서 1억원의 이익창출 기여도를 분석하는 것"이라며 "RAPM이 정착되면 증권사 임직원들의 리스크에 대한 인식이 획기적으로 달라질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한마디로 '리스크 관리'가 중요하다고 백번 얘기하는 것보다 'RAPM'을 통해 성과급을 차등지급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라는 설명이다.

오 전무는 과거 뱅커스 트러스트 등 외국계 IB근무경험을 들려주면서 "외국계 IB가 국내증권사보다 앞서있는 부분이 바로 RAPM"이라며 "단순 수익이 아니라 리스크를 반영한 성과에 기반해서 보너스를 주기 때문에 일상 업무에서도 항상 리스크를 의식한다"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모 증권사 리스크관리부서장은 "아직도 현업부서의 이해와 협조를 구하는 것이 어렵고 리스크관리가 실적우선주의에 밀리는 분위기"라며 " RAPM이 정착되지 않을 경우 이같은 관행은 개선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RAPM 이외에도 대형 증권사들은 리스크관리 문화를 조기정착시키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있다.

먼저 리스크 관리위원회를 현행 대표이사 직할에서 이사회 소속으로 운영기관을 변경하고 있다.

박영환 우리투자증권 리스크관리부장은 "이사회 소속으로 변경한다고 반드시 리스크 관리의 효율성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지만 이같은 추세가 글로벌 스탠다드인 것은 분명하다"고 인정했다.

이사회 멤버들이 '리스크 관리위원회' 통제

강 전 금융감독원 경영지도팀장도 "리스크관리위원회를 이사회 소속으로 변경하면
대표이사의 단기 수익위주의 고위험 영업활동을 제어할 수 있고 회사의 경영전략과 주주의 이익에 도움되는 의사결정이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나타냈다.

또한 리스크 관리위원회의 위상도 강화되는 추세다. 각 증권사들은 PI나 장외파생상품 발행과정에서 반드시 리스크관리위원회의 승인을 받도록 투자지침을 변경하고 있다 . 예를 들면 우리투자증권은 신용투자(300억원) 일반투자(50억원)을 초과할 경우 리스크관리위원회의 승인을 받도록 했다.

전사 차원의 리스크를 총괄하는 리스크관리최고임원(CRO)의 발언권도 강화되고 있다. 임원급 영업부서장들과 신규 투자안을 놓고 의견을 조율하기 위해선 리스크관리부서장의 위상이 현재보다 한단계 높아져야 한다고 금융감독당국과 각 증권사 리스크 관리 실무자들은 의견을 같이한다. 아무래도 "돈을 버는 부서장의 입김을 막기위해서는 이사회에 직보할 수 있는 임원급"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리스크관리인력의 전문화와 고급화도 가속화되고 있다. 최근 대형 증권사는 리스크관련 자격증소지자(FRM)나 수학박사 통계학박사 등을 잇따라 영입하고 있다.

금융수학 박사과정을 마친 이상헌 우리투자증권 리스크관리팀 과장은 "장외파생상품구조가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어 이들 상품에 대한 체계적인 리스크 관리를 위해서는 고도의 수학능력과 금융지식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이같은 변화가 더욱 가속도를 붙기 위해서는 증권사 최고경영자(CEO)의 인식전환이 가장 중요하다고 리스크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강조한다.

즉 "무조건 리스크를 줄이거나 회피하자는 태도에서 벗어나 적절히 측정, 활용하겠다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노희진 증권연구원 정책제도팀장은 지적했다. 이같은 CEO의 인식전환만 뒷받침된다면 외국계 IB의 60%수준인 국내증권사의 리스크관리능력은 획기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박영암기자 pya8401@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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