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박성희기자]최근 중국증시가 전례없는 호황을 누리면서 중국 언론을 수놓는 인물도 변하고 있다.
1960년대 문화혁명 전,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고 한밤중에 일어나 동료의 구멍난 양말을 꿰매주던 무욕의 노동자 '레이 펑'이 있었다면, 지금은 100만원이 채 안 되는 투자금을 1200억원으로 만든 전설의 개미투자자가 중국인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린 위안(44). 그는 1989년 전재산 8000위안을 들여 선전개발은행의 주식을 매입하면서 증시에 발을 들였다. 89년 말이 되자 주식 열풍이 불면서 이는 12만위안으로 껑충 뛰었고, 18년동안 저평가된 가치주를 찾아 장기투자를 해 10억위안으로 불렸다.
린은 '시장의 움직임에 동요치 않고 좋은 주식을 골라 장기투자하라'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투자가치의 기준은 얼마나 꾸준히 이익을 창출하느냐는 것. 그는 정부의 거시경제 정책이나 분석보고서나 주식전문지 등은 거들떠 보지도 않는다.
이른바 '중국의 워런 버핏'인 셈. 린은 그러나 '오마하의 현인' 버핏을 신봉하는 듯 보인다는 말에 "나는 그 어느 누구의 투자 전략을 따르지 않는다. 그들이 나를 따를는 것"이라고 발끈한다. "외국인인 버핏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없다"는 게 중국 최고 개미투자자의 말이다.
산시성의 의학도 출신인 린은 베이징과 상하이, 선전에 많은 주택을 보유하고 있지만 자신이 투자할 회사를 방문하기 위해 대부분의 시간을 거리에서 보낸다. 항공료와 호텔숙박비를 제외하고 생활비로 3000위안 이상을 쓰지 않는다.
그는 현재 20개가 넘는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이 가운데 마오타이 제조사인 구이저우 마오타이와 오량액, 초상은행, 황산관광, 상하이공항의 수익이 다섯 손가락안에 꼽힌다.
린은 "외국인들이 중국 주식을 더 많이 샀음 좋겠다"며 "내가 투자한 주식에 베팅하는 것으로 시작해도 좋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드러냈다.
BNP파리바의 애널리스트 아이작 멍은 "8000위안을 10억위안으로 만들기 위해선 85%가 넘는 수익을 거뒀다는 뜻"이라며 "이는 버핏보다 좋은 성적이며 증시 투자자 가운데 가장 성공한 사람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국영 언론이 린과 같은 개미 투자자를 주목한다는 것은 중국 사회의 변화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며 당국은 린을 통해 증시 과열을 억제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2년동안 증시가 300% 이상 급등하며 거품 논란이 일자 단기 투자를 지양하고 린처럼 양질의 주식을 찾아 장기적으로 보유하고 시장 위기를 경계하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은 게 당국의 바람이라는 설명이다.
박성희기자 stargi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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