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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홍재문기자]지난 주말 원/달러 환율이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지난 7일 연저점(922.3원)을 기록한 뒤 2주간의 바닥 다지기를 거치면서 마침내(18일) 월고점을 경신하는 935.2원으로 상승했지만 이후 1주일만에 다시 920원대로 종가를 낮췄다.

좀처럼 환율이 뜨질 않으니 시장엔 어떤 기대감도 형성되지 못한다. 그렇다고 환율 하락이 용이한 것도 아니다.
925원선이 당국의 개입 레벨로 각인된 상태라서 사상최고치를 경신하는 증시나 확고한 절상추세를 보이고 있는 중국 위안화 등에도 불구하고 원/달러 환율이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는 부류는 적다.
원/엔 환율 765원선 또한 심히 낮은 상태로 여겨지고 있기 때문에 원화 추가 절상을 섣불리 말하지 못한다.

때문에 기대감으로 먹고 사는 옵션 시장마저 고사상태가 된 지 오래다. 1년물 변동성조차 3.7%까지 추락한 것이 이를 방증한다.
올해 현재까지 원/달러 환율의 등락폭(연고점-연저점)은 29.7원(952.0원-922.3원)이다. 연말까지 앞으로 7개월이 남아있지만 매년 등락폭이 100원 정도는 됐던 것에 비추어 이같은 등락폭 축소는 매우 이례적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상황이 이처럼 혹독하지는 않았다. 원/달러 현물환 거래에서 재미를 보진 못했어도 옵션시장은 나름대로 활기를 잃지 않았다.
그러나 올해 초 이후부터는 현물환, 옵션 가릴 것 없이 딜러들의 '죽겠다'는 소리가 절로 나오고 있다.

원/달러 시장뿐만 아니라 달러, 유로, 엔 등 G3 환율도 활력을 잃었기 때문에 이 같은 침체가 한국에 국한된 상황은 아니다. 아시아 외환시장에서 원/달러는 선진·선도 시장으로 자리매김을 하고 있기 때문에 선진국 외환시장에서 큰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 한 국내적인 이유로 변동성이 생기길 바라는 것은 무리다.

서울외환시장의 상황이 이처럼 열악해지다보니 목표이익을 맞추기 위해 일부 은행 딜러들은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원래 서울에 거주하는 딜러들은 한국 통화인 원화 관련된 상품만 거래가 허용됐지만 원/엔이나 원/유로 등 원화가 결부된 리스크나 포지션이 있다는 명분을 갖고 엔/달러와 달러/유로 거래를 승인을 받아 해외시장에 참여하고 있다.

일부 은행은 뉴욕, 런던, 도쿄, 서울 등 지역 위주로 구분했던 전세계 딜링룸의 조직구조를 외환, 채권, 상품(Commodity) 등 거래 유형별로 재편성하면서 지역 개념을 없앴다. 이제 전세계 어느 도시에 있어도 돈이 된다고 판단되는 어느 나라의 통화든 건드릴 수 있게 된 것이다.

외환시장이 주식시장의 종속변수로 뒤쳐지면서 환율을 거론할 때 주식을 먼저 언급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도 달라진 점이다.
주가지수가 빠질 때는 엔화가 강세를 보이고 엔화가 약세로 돌아서면 하락하던 주가지수가 상승반전하는 일이 비일비재해짐에 따라 엔캐리 트레이드에 대한 신봉이 더욱 강화되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약한 통화인 엔화가 강세로 돌아서지 않는 한 전세계 증시 활황이 꺼지지 않을 것이라는 점과 중국 위안화 절상이 지속되는 한 중국 증시가 꺾일 리 없다는 점은 이제 부인하지 못할 컨센서스다.

이젠 외환딜러들이 모여도 주식 얘기다. 원/달러 환율에 대한 전망은 철 지난 유행으로 무시되고 있으며 잘나가는 업종의 목표치 등이 화제가 되고 있다.
모이면 주식 얘기며 혼자 있어도 모니터 한 귀퉁이에는 관심 종목 가격이 떠있게 된지가 꽤 됐다.

금리가 연고점을 넘어도 예전과 달리 채권시장에서 어떠한 아우성도 나오지 않는다. 대부분의 채권 딜러들이 엄청난 평가손을 보고 있지만 이에 대한 반성이나 질책은 전무하다.
예대마진에서 워낙 많은 돈이 생기고 증시나 부동산 상황을 낙관하고 있기 때문에 은행차원에서의 채권투자전략 재검토는 찾아보기 어렵다.

모든 시장이 주식시장에 예속화됐다. 모든 사람들의 생각이 주식으로 몰입됐다.
그러나 증시가 헤게모니를 상실하는 날, 덮였던 수많은 문제가 동시에 부각될 가능성이 있다.

홍재문기자 jmoon@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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