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단편영화는 시(詩)와 같다"
(칸<프랑스>=연합뉴스) 홍성록 기자 = 신예 홍성훈(29) 감독이 25일 오후 열린 제60회 칸 국제영화제의 단편영화 경쟁 섹션인 시네파운데이션 부문 시상식에서 3등상을 받았다.
시네파운데이션 부문은 영화학교 졸업작품을 대상으로 하는 섹션으로, 홍 감독은 올해 한국영화아카데미 졸업작품인 '만남(Reunion)'으로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만남'은 16년간 헤어져 살았던 아버지와 딸의 만남을 다룬 20분짜리 단편영화다.
시네파운데이션 부문 심사위원장인 중국의 자장커(賈樟柯) 감독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스타일리시한 분위기가 특히 눈길을 끌었다"고 밝혔다.
수상과 관련, 홍 감독은 "내심 기대는 했지만 정말 수상까지 할 줄은 몰랐다"면서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다음은 감독과의 일문일답.
--'만남'은 어떤 영화인가.
▲70~80년대를 배경으로 했다. 16년간 아버지와 떨어져 살았던 딸이 어머니와 함께 아버지를 만나러 가는 이야기다. 가족이 상봉하지만 다시 헤어져야 하는 상황을 그렸다.
--왜 수상했다고 생각하나.
▲내가 어찌 알겠나(웃음). 그렇지만 굳이 생각해보면 영화가 촌스럽지는 않다. 그리고 비극이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추하게 담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유럽적인 느낌도 있다.
--영화를 통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었나.
▲간단하게 말하자면 서로 만나지 못하고 살아가야만 하는 현대인들의 이야기다. 만나지 못하는 이유가 개인적ㆍ사회적ㆍ물질적 이유 등 다양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규정하지 않고 포괄적으로 다뤘다.
--영화에 대사가 거의 없더라.
▲본능적으로 대사보다는 이미지를 더 좋아한다. 그리고 나는 단편영화를 일종의 시(詩)라고 생각한다. 단편을 사람들에게 시처럼 보여주고 싶었고 그 방법으로 이미지를 택했다.
--관객이 보고 어떻게 이해한다고 생각하나.
▲특별한 상황설명이 없기 때문에 이산가족 상봉이라고 이해하는 사람도 있고 누구는 연옥(煉獄)에서 가족이 만나는 것 같다고도 한다. 폭력과 전쟁 때문에 헤어진 가족의 만남으로 보는 사람도 있다.
영화를 공부하는 사람들은 영화 문법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구식이고 뻔하다"라고 말하는데 일반인들은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반응이 더 많다(웃음).
--앞으로 영화를 통해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사랑이다. 그렇다고 남녀간의 사랑만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가족에 대한, 조국에 대한 사랑일 수도 있다. 보통 사랑 이야기는 아니다. 알고 있다고 느끼면서도 언급하지 않거나, 전혀 감지하지 못하는 그런 사랑의 느낌, 모습 등을 담고 싶다. 개인적으로 뻔한 것을 싫어한다.
--홍 감독에게 영화는 어떤 의미인가.
▲말ㆍ글ㆍ사진ㆍ음악으로 표현하지 못하는 것을 표현하는 수단이다. 영화는 음악과 영상과 배우의 움직임이 합쳐지는 순간 어떤 새로운 것을 만들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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