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여한구기자][약가 협상때 자의적 해석 다분-강자인 미국측에 유리할 전망]
25일 공개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정문 중 의약품 분야는 추가로 드러난 내용은 거의 없는 가운데 '신약의 가치 인정'과 관련된 문구가 논란거리로 새롭게 대두되고 있다.
양국은 FTA 협상을 통해 지난해 12월 도입된 의약품 '포지티브 리스트'제에 따른 약가협상 과정에서 특허약의 가치를 적절히 인정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협정문안 중 '적절히'가 자의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충분해 향후 약가협상의 최대 걸림돌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측은 미국에서 당초 요구했던 '신약의 최저가격 보장'을 수용하지 않은 것을 의약품 분야 협상의 최대 성과로 강조했지만 이 자체가 무력화될 여지가 충분하다는게 제약업계의 시각이다.
제약협회 김정호 국제협력팀장은 "외교협상에서 '적절히'라는 애매한 문구를 사용하는 것 자체가 옳지 않다. 이 경우 우리보다 앞선 신기술을 보유해 강자적 입장에 서 있는 미국측 요구가 대폭 수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렇게 되면 자본과 기술력이 달려 국내 제약사가 치중하고 있는 복제약의 가격은 크게 내려가는 대신 미국 제약사의 신약가격은 대폭 인상돼 국내 소비자와 제약업체의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제약업계는 우려하고 있다.
실제 제약업계는 이런 점을 우려해 특허가 만료된 의약품에 대한 가격 인하폭을 현재 20%에서 10%로, 복제약은 15%에서 7.5%로 내려줄 것을 우리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문경태 제약협회 부회장은 "적절히란 단어가 선언적인 문구인 것 같지만 미국측이 의약품·의료기기 위원회와 독립적 이의신청 기구를 통해서 충분히 소기의 목적을 얻어내려고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 배경택 한미 FTA 팀장은 "신약에 대한 치료적 가치를 향후 협상과정에서 반영하기로 한 것으로, 어느 선에서 반영될지는 실제 협상이 들어가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우리 정부와 약가협상이 여의치 않을 경우 미국측이 이를 근거로 독립적이의신청기구를 통해 문제를 제기할 것이 확실시 돼 두고 두고 분란의 소지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 또한 우리 정부는 투명성 제고 차원에서 독립적 이의신청 기구를 두는 것으로 이 기구에서 최종 결정을 내리지는 않는다고 반박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의신청이 제기됐을때 부담을 느끼는 쪽은 한국이 될 것이고, 이의가 수용된 경우에는 거부할 명분도 약해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의료계 관계자는 "미국에서 이중, 삼중으로 방어벽을 쳐놔 신약 약값 협상 때 우리가 수세에 몰릴 것은 분명하다. 우리정부가 어느정도 협상력을 발휘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여한구기자 han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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