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 헌법이 기존의 조약을 개정하는 `미니조약'의 방향으로 축소될 전망이다.
EU 헌법은 인권과 노동조건 등이 담긴 기본권 헌장에서부터 EU 국기와 국가까지 포함하는 유럽합중국의 야망을 담고 있다. EU의 법적지위를 회원국 주권보다 상위에 둠으로써 EU 전체 이익을 도모하려는 조항들이 많다.
하지만 2년 전 프랑스와 네덜란드 국민투표에서 부결된 후 추진력을 잃어버린 채 사장위기에 처해있다.
EU 순회의장국인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부결된 헌법을 살려내기 위한 막후노력을 주도하고 있다.
그는 내달 21-22일 브뤼셀에서 열리는 EU 정상회의에서 EU 헌법 부활을 둘러싼 오랜 논쟁을 마무리하고 부활의 로드맵을 타결하길 희망하고 있다.
이를 위해 27개 회원국들의 헌법전문가들을 베를린으로 불러 비밀협상을 한창 진행하고 있다.
이 협상에 참여하고 있는 한 외교관은 독일이 헌법이란 이름을 버리고 기존 EU 창설 조약을 단순히 개정하는 쪽으로 부활의 청사진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AP 통신이 21일 보도했다.
당초 메르켈 총리는 가능한 한 부결된 헌법의 내용을 유지하는 쪽의 입장을 보여왔다.
따라서 메르켈 총리의 방향 전환은 EU 헌법 부활에 부정적인 영국, 네덜란드, 폴란드, 체코 등을 끌어안고 가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로마노 프로디 이탈리아 총리 등 EU 헌법을 이미 비준한 18개 회원국 대부분은 `미니조약' 구상에 반발할 것이 뻔해 논란이 예상된다.
독일의 `미니조약' 초안은 EU에 초국가적 지위를 부여하는 국가와 국기, 그리고 외무장관직 신설 등의 아이디어를 삭제했다.
또 기본권 헌장과 국제조약에 회원국을 대표해 서명할 권리를 부여하는 법적지위 부여조항 등도 존속하기 어려울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메르켈 총리는 EU의 효율적 의사결정을 위한 이중다수결제 도입은 그대로 밀고나갈 생각이다. 또 영국에 경찰,사법 분야 공조에서 참여하지 않을 수 있는 '옵트-아웃'을 허용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폴란드는 인구 규모에 기반을 둔 이중다수결제 도입에 강력히 반대하고 있어 진통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중다수결제는 EU의 복잡한 의사결정 구조를 효율화하기 위해 역내 인구의 65%와 27개 회원국 중 15개국 이상이 찬성하면 주요 정책을 결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폴란드는 2000년 니스조약으로 합의된 현재의 가중다수결제를 고수하길 희망하고 있다. 인구 4천만명의 폴란드가 27점의 투표권으로 인구 8천만명의 독일(29점)과 비슷한 권한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브뤼셀=연합뉴스) sang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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