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군(軍)정보당국은 북한이 지난 달 25일 인민군 창건일 군사퍼레이드에서 공개한 최대 사거리 4천km의 신형 중거리 미사일을 이란에서 `원정 발사실험'했다는 첩보를 입수, 사실 여부를 추적하고 있는 것으로 15일 알려졌다.
그동안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들은 대량살상무기(WMD)의 확산 저지 차원에서 북한과 이란간 미사일.기술협력과 관련장비 교역을 우려해왔다는 점에서 이 같은 첩보가 `객관적 사실'로 입증될 경우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워싱턴의 정통한 군사소식통은 "북한이 최근 군사퍼레이드에서 공개한 신형 미사일은 과거 소련이 잠수함 발사용으로 개발했던 SSN-6를 개조한 것으로 사거리 2천500~4천km에 이르는 신형 중거리미사일(IRBM. Intermediate-range ballistic missle)"이라고 말했다.
이 미사일은 북한이 지난 1998년 8월 발사실험을 실시, 미국과 일본을 깜짝 놀라게 했던 사거리 2천km 이상의 대포동 1호 미사일보다 사거리가 길고, 작년 7월 처음 발사실험을 한 최대사거리 6천km 이상의 대포동 2호 미사일보다는 사거리가 짧은 것이다.
버웰 벨 주한미군사령관은 지난 달 상원 군사위 증언에서 "북한은 괌과 알래스카에 있는 미군을 공격할 수 있는 IRBM을 개발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미 정보당국은 이번에 공개된 신형미사일의 이름을 이 미사일이 배치돼 있는 곳의 이름을 따서 `무수단 미사일'로 최근 명명했다.
이 소식통은 "그러나 이번에 공개된 미사일은 북한에선 한 번도 발사실험을 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면서 "작년 7월 북한이 7발의 미사일을 발사 했을 때도 이와 유사한 미사일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대신 북한이 이 미사일을 이란에서 발사실험을 가졌다는 첩보들이 입수돼 관련국 정보당국들이 이를 추적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미 의회 조사국(CRS)은 작년 11월 북한 미사일 관련 보고서에서 북한과 이란이 미사일 기술에 있어 긴밀한 협조체제를 유지하고 있다면서 이스라엘 정보책임자의 말을 인용, 북한이 사거리 2천700km 이상인 BM-25 미사일 18기를 이란에 수출했다고 언급한 바 있어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BM-25 미사일은 `무수단미사일'과 마찬가지로 소련제 SSN-6 미사일을 개조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작년 7월 북한의 미사일 발사 실험 때 이란 참관단이 배석했다는 주장도 일각에서 제기된 바 있어 북한이 이란에서 미사일 실험을 대리로 했거나 원정발사실험을 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실어주고 있다.
북한과 마찬가지로 핵개발 프로그램을 놓고 미국 등 서방국가와 대립하고 있는 이란은 작년과 올해에 걸쳐 여러 차례 미사일 발사실험을 실시한 바 있다.
북한이 이란에서 미사일 발사 실험을 한 것이 사실이라면 이는 국제사회로부터 미사일 개발에 대한 집중적인 감시와 제재를 피하면서 발사실험을 통해 실질적으로 미사일 기술을 향상시키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워싱턴=연합뉴스) bings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