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보복폭행 의혹사건을 수사중인 서울경찰청은 1일 오후 2시15분부터 2시간 반 동안 종로구 가회동 김 회장 자택에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경찰이 횡령 등 경제사건이 아닌 폭력사건으로 재벌총수의 집을 압수수색한 것은 처음이다.
경찰은 이날 김 회장의 집 정문과 진입로에 설치된 CCTV 및 김 회장의 에쿠스승용차, 체어맨승용차에 장착된 GPS(위성항법장치)를 조사해 사건 당일 보복폭행이 벌어지기 전 김 회장이 탄 승용차가 집을 나서는 모습이 찍혔는지, 김 회장의 동선이 기록돼 있는지 확인했으나 결과는 밝히지 않았다.
남대문서 과학수사팀장은 "CCTV와 GPS는 현장에서만 확인하고 경찰서로 가져오지는 않았다. 김 회장 자택에서 발견한 씨앗과 나뭇가지, 검정색 점퍼와 운동복 하의, 등산화, 운동화 등이 압수품목에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또 승용차 2대의 타이어 주변에 붙어있는 흙을 채취해 청계산에 갔었는지 정밀 검사키로 했다.
경찰은 피해자들이 "김회장이 청계산과 북창동 S클럽에서 직접 폭행했다"고 주장한 반면 김 회장은 "청담동 G주점과 청계산에는 간 적이 없고, 직접 폭행한 사실도 없다"고 부인함에 따라 사건 당일 김 회장의 행적을 파악할 수 있는 물증을 확보하는 데 주력했다.
오후 4시45분께 압수수색을 끝낸 경찰은 사과박스 크기 정도의 상자 1개를 들고 나왔으며 "압수수색 사실이 먼저 알려진 탓인지 당초 기대만큼 자료를 확보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앞서 압수수색에 나선 강대원 남대문서 수사과장은 김 회장 자택 관리인에게 "김 회장 부자가 피의 사실을 부인하고 있어 압수수색을 하러 왔다. 조기에 철수하겠다"라며 압수수색영장을 전달했다.
이날 경찰관 15명이 압수수색을 벌였으며 이들이 도착하기 전 한화측 변호사 3명이 20분 먼저 김 회장 자택에 도착했다.
경찰은 한화본사 집무실에 대한 압수수색도 실시할 예정이었지만 노동절 휴일이어서 비서 등 직원들이 출근하지 않은 상태에서 실시하는 압수수색은 의미가 없다고 보고 계획을 취소했다.
경찰은 압수수색 자료를 분석하는 한편 피해자들의 일관된 진술을 뒷받침해 줄 물증을 찾기 위해 법인명의 휴대전화와 수행비서 등의 사건 당일 휴대전화 위치기록을 검토하고 있다. 김 회장 개인 명의의 휴대전화는 없는 것으로 파악된 상태다.
경찰은 또 청담동 주점에서 청계산에 이르는 구역에 설치된 CCTV에서 영상을 얻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통상 CCTV 영상이 10∼20일 밖에 보존되지 않기 때문에 복구를 통한 영상 확보가 가능한지 확인 중이다.
아울러 김 회장의 차남과 사건 현장 3곳에 줄곧 동행했던 친구 A씨가 수사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보고 신원을 파악 중이다.
경찰은 수사기록 검토와 보강수사가 끝나는 대로 김 회장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서울=연합뉴스) noano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