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이번 미국 방문은 미국과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재확인하는 계기가 됐다는 데 그 성과가 있다.
아베 총리는 이번 방문에서 조지 부시 대통령으로부터 환대를 받고 개인적 친분을 쌓는 것은 물론 그동안 양국관계에 장애물이 됐던 현안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힘으로써 앞서 `부시-고이즈미 관계'처럼 발전해 나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고 볼 수 있다.
부시 대통령은 취임 후 미국을 처음 방문한 아베 총리 부부를 26일 백악관으로 초청, 만찬을 함께 했고, 27일엔 대통령 별장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북핵, 이라크, 쇠고기 수입재개. 지구온난화 등 양국간 다양한 현안들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아베 총리의 방미 성과로 우선 꼽을 수 있는 것은 양국간 온도차가 감지됐던 북핵 및 납북자 문제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힌 점.
그동안 부시 대통령은 북한의 핵프로그램 포기를 위해 방코델타아시아(BDA) 북한 불법자금 동결해제 등의 문제에 있어서 전례없이 유연한 접근을 한 반면, 일본은 납북자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대북에너지 지원 등에 동참할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견지해왔다.
부시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이날 6자회담을 통해 북한의 핵프로그램을 포기시키도록 한다는 `선(先)외교적 노력'에 의견을 같이하면서도 "우리의 인내는 무한하지 않다"며 북한이 `2.13합의'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추가제재를 검토하고 있음을 밝히며 간극을 좁혔다.
일본내에서 가장 민감한 문제인 납북자문제에 대해서도 아베 총리는 "부시 대통령이 일본정부의 입장을 적극 지지했다"고 밝혔고, 부시 대통령도 납북자 문제 해결의 중요성을 강조, "인권차원에서 다룰 것"이라며 `공조'를 과시했다.
위안부 문제와 관련, 아베 총리는 지난 달초 "위안부를 강제동원한 증거는 없다"는 강경입장에서 한발 물러나 "위안부들에게 가슴속 깊은 연민의 정을 느낀다"면서 "총리로서 사과했다"고 주장, 부시 대통령으로부터 "아베 총리의 사과를 받아들인다"는 긍정적 답변을 들었다.
군사안보 분야에 있어서도 아베 총리는 평화헌법에 의해 군대조차 가질 수 없는 일본이 집단적 자위권을 본격적으로 연구하겠다며 개헌추진을 시사, 미국의 오랜 숙원에 긍정적인 신호를 보냈고, 그 대가로 외국에 판매가 금지된 최첨단 전투기 F-22(랩터)의 일본 판매를 긍정 검토한다는 답변을 얻어냈다.
또 북한의 미사일 위협 등에 맞서 미사일 방어체제 구축을 위한 협력을 강화키로 하는 등 군사적 동맹을 강화해 나간다는 데도 의견을 같이했다.
양국은 부시 대통령이 곤경에 빠진 이라크전쟁 및 재건사업에서 일본의 기여를 확대하고, 에너지 및 환경분야에서도 협력을 공고히 해나가기로 의견을 모았다.
특히 데니스 와일더 백악관 동아시아 보좌관은 두 나라 관계를 "일본은 `동아시아 최대의 전략적 파트너이자 없어서는 안될 지구적 동반자'라고 미일관계를 표현하기도 했다.
하지만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정상회담에서 "미국 쇠고기를 먹는 게 일본 국민들에게 유익할 것으로 굳게 믿는다"며 미국산 쇠고기 수입 전면 재개를 요구했으며 점심식사로 미국산 쇠고기가 들어간 햄버거를 내놓으며 아베 총리의 결단을 압박했다. 하지만 지난 2003년 미국에서 광우병 발생 이후 일본내에선 아직도 미국산 쇠고기 전면수입재개에 부정적 여론이 높다.
북핵문제에 있어서도 아베 총리는 대화와 함께 압력도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부시 대통령은 "북한 지도자가 올바른 선택을 할 시간이 여전히 있다"며 좀 더 지켜볼 입장임을 내세워 여전히 틈새를 드러냈다.
하지만 부시 대통령이나 아베 총리 모두 과거 `부시-고이즈미'와 같은 돈독한 관계를 원하고 있음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향후 긴밀한 관계형성을 위한 초석은 놓은 방문으로 평가되고 있다.
(워싱턴=연합뉴스) bings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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