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을 당한 미성년자들이 수사기관에서 조사를 받을 때 또 다시 마음의 상처를 입는 때가 있습니다. 아픈 기억을 거듭 되살려야 하는 반복적인 질문은 피해 주시고 7∼8시간씩 이뤄지는 조사 시간도 줄여주셨으면 합니다"
한국성폭력상담소의 이미경 소장과 `미성년자 성폭력 피해자 부모들의 사랑방(미모사)' 회원 10명은 17일 오후 서초동 대검찰청 청사를 방문해 정상명 검찰총장에게 성폭력 피해아동 조사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2차 피해' 예방대책 마련을 요청했다.
참석자들은 실무자 간담회에 앞서 마련된 검찰총장 면담 자리에서 "조사 과정에서 반복적인 질문, 불필요한 질문을 피함으로써 피해아동들이 상처를 더 크게 받는 일이 없도록 피해자 인권보장에 노력해 달라"고 건의했다.
이에 대해 정 총장은 "조사 과정에서 2차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겠으며 피해아동들의 진술을 충분히 사건 결정에 반영하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
정 총장은 지난 11일 대검찰청을 방문한 어린이 기자들과 가진 인터뷰에서도 "(어린이) 유괴 사건도 있고 해서 미안하고 불편하다"며 아동을 대상으로 한 범죄에 강력 대처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이미경 소장 등 참석자들은 안상돈 대검 형사2과장 등과 가진 간담회에서 "13세 미만 미성년자의 진술이 믿을만하지 못하다며 불기소 처분하는 경우가 있는데 신뢰감을 갖고 이들의 진술을 사건 결정에 충분히 반영해 달라"고 요청했다.
`2006년 검찰연감'에 따르면 13세 미만 미성년자를 상대로 한 성폭력 범죄는 2000년 609건, 2001년 573건, 2002년 534건 등으로 감소했으나 2003년 652건, 2004년 637건, 2005년 700건 등으로 최근 들어 증가 추세에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해아동의 진술이 일관되지 않고 증거도 부족하다는 등의 이유로 성폭력범의 20% 가량이 불기소 처분을 받고 풀려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 소장은 "영상녹화 등으로 진술의 신뢰성을 확보해 성폭행범을 기소할 때 증거자료로 사용해 달라"고 당부했다.
(서울=연합뉴스)
ks@yna.co.kr
ⓒ 미디어워치 & mediawatch.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