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에 참전한 미군은 당시 자신들의 전선(戰線) 쪽으로 남하하는 한국 피란민에게는 발포한다는 전략을 채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사실은 1950년 7월26일 존 무초 당시 주한 미국대사가 딘 러스크 국무부 차관보(훗날 국무장관)에게 보낸 서한이 미국에서 기밀 해제되면서 드러났다. 미군당국이 시인했다고 13일 AP통신이 밝힌 무초 대사의 서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딘 차관보께,
피란민 문제는 처우 문제와는 별개로 군사상 중요하고, 또 중대하기까지 한 측면을 이뤄왔습니다.
당연히 미군은 이와 관련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이들 대책의 시행시 미국 내에도 영향을 끼칠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당신께 알려주는게 바람직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적은 피란민을 여러면에서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이용해 왔습니다. 피란민을 강제 남하하게 해 도로를 막아버림으로써 군사 이동을 방해하거나, 이들을 간첩침투의 경로로 이용하는 것 등입니다.
적군 병사를 피란민으로 위장시키는 것이야말로 가장 위험합니다. 우리의 방어선을 넘은 이들은 날이 어두워진 후 전진, 숨겨놓은 무기를 손에 넣어 후방에서 아군 부대를 공격합니다.
이런 공격이 대승한 사례가 너무 잦습니다. 제24사단이 대전에서 패배한 것도 상당 부분 이러한 침투 때문입니다.
당연히 아군은 이런 위협을 차단한다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어제 저녁 8군사령부의 요청으로 회의가 소집됐습니다. 결정사항은 다음과 같습니다.
1. 미 방어선의 북부에서 전단을 배포해 피란민의 남하를 금지한다. 만약 이들이 남하한다면 총격당할 위험이 있다. 피난민이 미 방어선의 북쪽에서 출현한다면 이들은 경고사격을 받으며, 그래도 남하를 강행한다면 총격을 받게될 것이다.
2. 명령 없이는 누구도 남하할 수 없도록 미군 전투지역 내 경찰이 전단배포와 구두경고를 한다. 이어 경찰 통제 하에 민간인의 모든 이동을 일몰시까지 끝낸다. 어두워진 뒤 이동하는 사람은 총격을 받을 위험에 놓인다.
3.특정 구역의 소개가 불가피하다고 판단되면 전술사령부는 이를 사령부의 경찰연락관에게 통지한다. 한국 경찰은 이를 주민에게 통지하고 경찰 통제 하에 정해진 이면도로를 통해 이들을 남하시키기 시작한다.
경찰로부터 통지받지 않은채 이동하는 행위는 불허된다. 경찰 통지없이 더 남쪽까지 내려간 사람은 해당 장소에 그대로 있어야 한다.
4.단체 피란민은 일몰시 이동을 중지해야 한다. 다음날 일출시까지 이동을 재개할 수 없다. 경찰은 검문소를 설치해 간첩을 검거한다. 간첩을 관리하고 피란민을 수용소 및 다른 장소로 보내는 작업은 사회부(部)가 준비한다.
5.경찰 통제없는 집단 이동은 일절 불허된다. 개인 이동은 여러 곳에서 경찰의 검문을 받아야 한다.
6.모든 대도시와 중소도시에서 밤 9시부터 통금에 들어가되 10시부터 공식적으로 실시한다. 허가받지 않고 밤10시 이후 거리에 나와있는 사람은 구속돼 면밀한 조사를 받게 된다. 마지막 사항은 이미 집행 중에 있다.
존 J.무초 배상
(서울=연합뉴스) quinte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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