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29일 포켓머니상품권 발행업체이자 게임기 업체인 안다미로 대표 김용환씨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함으로써 수사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김용환씨는 검찰이 수사 착수 이후 줄곧 `넘어야 할 산'으로 비유하며 비리의 핵심 인물로 지목해 온 인물. 검찰이 특별수사팀을 꾸린 지 100일 째인 이날 영장을 청구한 것은 비리 의혹의 한 가운데 있는 김씨를 정조준했다는 의미를 갖는다.
김씨가 사법처리되면 상품권 인증ㆍ지증을 둘러싼 정관계 로비 의혹 등 게임비리의 실체가 드러나는 것은 시간 문제라는 전망도 나온다.
◇ `의혹 투성이' 김씨 정조준 = 김씨는 게임업계 이익단체인 한국컴퓨터산업중앙회(한컴산) 대표 김민석(구속)씨와 함께 경품용 상품권제 도입에 깊숙이 관여했다.
바다이야기로 대표되는 사행성 게임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오른 것은 오락실에서 쓰이는 경품용 상품권이 사실상 도박용 칩으로 쓰였기 때문. 김씨는 오락실에서 상품권이 쓰일 수 있는 토대를 닦은 인물인 만큼 바다이야기 사태의 핵심을 비켜갈 수 없는 인물이다.
1999년 댄스게임기 `펌프'를 개발해 대박을 터뜨린 김씨는 회사 이름을 `안다미로'로 바꾸고 2002년 상품권 사업에 뛰어 들었다.
게임업계 종사자들은 당시 김씨가 문화부 관계자를 만나며 게임업소에서 상품권을 경품으로 쓰자는 방안을 내놨고 이 제안대로 정부 입안이 이뤄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더구나 안다미로는 2004년 12월 도입된 `인증제' 방식의 상품권 발행업체 선정방안을 사전에 문화부측에 제안한 회사로 알려져 있다.
안다미로는 인증제 도입과 함께 인증 업체로 뽑혔고 이후 가맹점 수를 속이는 등 허위 자료를 낸 사실이 드러나 인증이 취소됐지만 작년 8월 지정제 도입 후 가장 먼저 지정업체로 재선정돼 주목을 받았다.
뿐만 아니라 김씨는 인증제 도입 직전까지 상품권 발행업체 선정 기관인 한국게임산업개발원의 이사로 재직해 상품권 업체 인ㆍ허가 과정에서 깊이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이처럼 의혹 투성이인 김씨의 행적을 통해 상품권 선정을 둘러싼 검은 그늘의 실체를 밝히는 데 주력하고 있다.
◇ `더 큰 산 넘을까' = 검찰은 수사 착수 이후 100일 동안 검사 18명 등 100여명을 투입해 게임업자, 조직폭력배, 공무원, 게임물 및 상품권 심사 관계자, 정치권인사 등 20여명을 구속했다.
문화관광부 국장과 국회의원 보좌관, 영상물등급위원회 공무원, 경찰 간부 등 공무원들이 수사망에 걸려들긴 했지만 아직 문화부 게임 및 상품권 담당 공무원 또는 문광위 의원 등 핵심으로 여겨지는 인물들이 관련된 비리는 딱히 나오지 않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사행성 게임 비리는 어느 특정한 거물급 비호 세력이 있던 것이 아니라 여러 업자들이 제각각 이권을 노리고 꼬여 든 형국이다"고 평가했다.
정치권 로비나 문화부 담당 정책 라인의 고위 공무원 등이 직접 비리에 개입한 정황은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검찰은 김씨가 구속되면 국회 문광위나 문화부 등 사행성 게임장이 난립할 수 있는 정책적 토대를 만든 핵심 인물에 대한 로비 의혹도 밝혀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감사원이 상품권 및 게임 정책을 담당한 문화부 공무원들을 수사의뢰한 것도 검찰로선 부담없이 수사력을 집중할 수 있는 배경이다.
검찰이 `넘어야 할 산'인 김용환씨를 매개로 또 다른 비리의 거봉을 넘을 수 있을지 아니면 `김용환봉(峰)'이 검찰이 생각하는 산맥의 마지막 정상이 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조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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