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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알을 낳는 거위, 만삭의 S라인

초보 엄마들의 불안감을 파고드는 새로운 상품시장


스물 셋의 나이에 며칠 전 출산을 치러낸 탤런트 장신영은 만삭임에도 S라인을 뽐내며 잡지 화보 촬영을 했다.

얼마 전 결혼할 당시까지도 그녀의 배가 불러오고 있음을 눈치 챈 이가 거의 없었기에, 사진 속의 그녀 모습은 낯설다 못해 어리둥절했다. 더 놀라웠던 것은 임신 9개월임에도 임산부 특유의 체형인 이른바 D라인이 아닌 S라인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실은 결혼식 때 이미 임신 6개월이었고 신혼여행 사진에서도 배가 꽤 불렀다는 뒷이야기는 ‘만삭의 S라인’과 함께 처음으로 공개된 정보였다. 여배우에게 특히나 장신영처럼 나이가 어린 여배우에게 임신은 결혼 전까지 숨겨야할 비밀이었을 것이다. 결혼식이 끝나는 순간까지 코르셋으로 잔뜩 동여매며 감춰야 했던 그녀의 배는, 이제 여성잡지와 인터넷을 장식하면서 세상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놀라웠다. 어떻게 임산부가 그처럼 깡마를 수가 있을까? 어떻게 만삭의 임산부를 놓고 감히 S라인 운운하는 천박한 상상력의 화보를 찍을 수가 있는가? 임산부에게조차 몸매 관리를 요구하는 이 끔찍한 화보의 콘셉트는 ‘섹시함’의 강조였다. 장신영은 짙은 화장과 검은 마스카라 속에 표정을 감춘 채, 불편해 보일 정도로 허리를 S자로 꼬고 있었다. 만삭의 배를 가리는 척하며 살짝 치켜 올라간 짧은 치맛단과 그 아래로 늘씬하게 뻗은 다리는 여느 ‘섹시 스타’의 포즈와 다를 바 없었다. 임산부의 각선미를 즐기라는 화보는 그 사진을 보는 눈 자체를 관음증 환자로 만들고 있었다.

그랬다. 장신영은 만삭의 배를 내밀며 동시에 섹시함을 강조하는 희한한 화보를 찍었다. 문제는 그 화보가 노리는 대상이다. ‘만삭의 S라인’을 보고 눈을 빛낼 사람들은 결코 남성들이 아니다. ‘만삭의 S라인’은 곧 아이를 낳을 혹은 이미 낳은 대한민국의 가임여성을 향한 ‘추파’였다.

장신영의 기획사 측은 장신영이 워낙 운동을 좋아해서 임신 중에도 운동을 즐겼다는, 임산부의 건강 상식에 위배되는 발언을 흘렸다. 웬만한 임산부들에게 운동은 의사와 상담 후 결정해야 할 신중한 문제다. 장신영의 화보는 대한민국 가임여성들을 긴장시켰다. 임신 중에도 결코 다이어트를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는, 임산부마저 몸매 유지를 위해서는 헬스장에서 근육을 단련시켜야 한다는 일종의 위협이 아닌가.

결혼 전까지 배를 가리느라 태교는커녕 남몰래 고심했을 장신영은 이 화보집으로 단번에 임산부를 대표하는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이제 태아를 위한 태교보다 S라인 몸매 유지가 관건이라고, 그 화보는 속삭이고 있다.

그녀보다 먼저 임신과 출산을 치러낸 변정수 또한 지난 해 만삭의 S라인 몸매를 드러내 언론의 ‘격찬’을 받더니, 출산한 지 두 달도 되지 않아 ‘처녀 적 몸매’를 과시하며 패션쇼에 등장했다. 모델에서 연기자로 변신에 성공한 변정수는 현재 패션 사업가로 왕성하게 활동 중이다.

둘째 임신 후 ‘날씬한 임산부’ 콘셉트로 만삭 사진을 찍으며 몸매와 패션 감각을 뽐내던 의류업체 대표 변정수는 요즘 연일 TV에서 ‘백점 엄마’ 이미지로 육아 전도사를 자처하고 있다. 그녀는 베이비 마사지를 ‘행복한 육아’로 강력 추천하고 있다. 특히 갓 낳았을 때부터 아이의 ‘성장판’을 자극해야 한다며 요즘 엄마들의 최대 관심사인 키와 성장판이라는 트렌드까지 아우르고 있다. 출산 후 두 달 만에 몸매를 복원한 변정수는 몸매관리 체조법과 베이비 마사지 법을 함께 담은 비디오를 출시했다. 그녀의 ‘비법’은 당연히 비디오 구매자에게만 전수가 가능하다.

장신영은 출산과 동시에 벌써부터 복귀설을 흘리고 있다. 아마도 그녀가 돌아올 첫 무대는 젖먹이 엄마들을 향한 몸매 복원 자랑이 될 것이다. 임산부들을 현혹시키는 그녀들의 아주 희귀한 몸매 자랑은, 결국 임산부들의 호주머니를 노린 상술의 극치이다.

일생에 한두 번 뿐인 출산과 수유의 시간마저 편안히 아이에게만 집중할 수 없게 된 초보엄마들의 불안감이 깊어갈수록, ‘만삭의 S라인’ 광풍은 황금알을 낳는 시장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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